墨, 30년의 수행

채민기 기자
입력 2019.05.15 03:01

동양화가 강미선 '관심'展
"그림, 마음을 가다듬고 내면을 바라보는 과정"

동양화가 강미선(58)에게 그림은 수행(修行)이다. 정신의 승화를 위해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고 치르는 의식이다. 그의 작업은 한지를 배접(褙接)해 이불 홑청처럼 다리고 두드리는 일에서 시작한다. 표현을 극대화하기 위한 기술적 준비인 동시에 "마음을 가다듬고 내면을 바라보는" 과정이기도 하다. 독창적 작법으로 30년 넘게 수묵화에 천착해온 그는 "우리 것이 없어져 가는 세태 속에 오랜만에 토종을 만난 것 같은 반가움"(미술평론가 오광수)을 주는 작가로 평가받는다.

거친 한지에 먹의 깊이가 드러난 '觀心-겨울나무Ⅰ'. 132×93㎝. /아트사이드 갤러리
16일 서울 통의동 아트사이드 갤러리에서 개막하는 '관심(觀心)'전은 그 수행의 결과물을 엿볼 수 있는 자리다. 관심이라는 주제로 전시를 열어온 지 10년이 넘었지만 그 의미가 조금 달라졌다. 전에는 자신과 이어진 주변의 사물에 주목한다는 의미로 관심(關心)이라 했다가 수년 전부터는 스스로의 내면과 사물의 핵심에 집중한다는 뜻의 관심(觀心)으로 바꿨다.

거칠거칠하고 표면에 살짝 요철이 느껴지는 한지의 질감이 특징이다. 어떤 작품은 낡은 콘크리트 벽에 그린 듯 보일 정도. 한지의 물성(物性)을 드러내기에 먹이 놓이지 않은 부분도 그저 여백이 아니라 오랜 시간을 머금은 듯 보인다. 강미선은 "수묵화는 먹이 종이 뒷면까지 스며들었다가 다시 피어오르면서 색이 나온다"며 "겹겹이 놓인 종이를 거쳐 먹이 올라오며 깊이감이 커지고 전혀 생각지 못했던 색이 나오기도 한다"고 했다.

도자기, 나무, 의자처럼 친숙한 사물을 다룬 34점이 나왔다. 불상과 석탑, 사찰을 그린 작품에서는 구도자적 자세가 엿보인다. 강미선은 "불자(佛子)가 된 지 3년쯤 됐다"고 했다. 처마의 선이나 기와, 장지문 따위를 다룬 작품이 많아진 점도 눈에 띈다.

작가는 "검으면서도 완전히 새까맣지만은 않은 기와의 색이 먹색"이라며 "한옥과 수묵화가 닮은 점이 많다고 생각해왔지만 그리면 마음대로 안 나올 때가 많아 한동안 다루지 않았다"고 했다. 4년 전 작업실을 동교동에서 한옥 많은 통의동으로 옮겨오면서 다시 전통 건축에 주목하게 됐다. 통의동은 작가가 학창 시절을 보낸 동네. 빠르게 상업화되는 동교동을 떠나 고향으로 돌아온 일이 미감의 원천을 찾아간 결과가 된 셈이다. 6월 23일까지.


조선일보 A19면
베르나르 뷔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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