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 영장기각에 '힘빠진 경찰'...軍연기 만료시점도 다가와

권오은 기자 최효정 기자
입력 2019.05.15 07:00
승리·유인석 전 대표 영장 기각
法 "형사책임 유무 다툼 여지 있다"
입대 3개월 연기·18차례 출석…승부수 통했나
경찰 "보강수사"...다음달 軍연기 만료

빅뱅 출신 승리(본명 이승현·29)와 동업자 유인석(34) 전 유리홀딩스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14일 기각됐다. 앞서 경찰은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식품위생법 위반 등의 혐의로 두 사람에 대한 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명확한 혐의만 영장에 적시했다"고 밝혔으나, 법원은 이날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선 영장 발부 전부터 ‘횡령’과 ‘성(性)접대’ 혐의가 영장 여부의 핵심으로 내다봤다. 불구속 재판이 원칙인 만큼 성매매와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만으로는 구속이 어렵다는 것이다.

14일 밤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승리가 서울 중랑경찰서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法 "다툼 여지 있다"…결국 증거부족
법조계에선 특히 승리와 유 전 대표를 이른바 ‘경제 공동체’로 묶어 적용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 상 횡령 혐의를 가장 중요하다고 봤다. 경찰은 승리와 유 전 대표가 서울 강남의 클럽 버닝썬(폐업) 자금 5억3000여만원을 횡령한 혐의를 영장에 적시했다. 특가법은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일 경우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다른 혐의보다 상대적으로 형량이 무겁다.

경찰은 승리와 유 전 대표가 2016년 7월 강남에 차린 주점 ‘몽키뮤지엄’의 브랜드 사용료 명목으로 버닝썬 자금 2억6000여원을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또 버닝썬이 유 전 대표가 설립한 네모파트너즈에 컨설팅 비용 명목으로 2억6000여만원을 지급한 것에 대해서도 횡령 혐의가 있다고 봤다.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경찰 관계자는 "횡령 혐의와 관련해 법인 등으로 들어간 돈의 사용처를 대부분 특정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서울중앙지법 신종열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주요 혐의인 법인자금 횡령 부분은 유리홀딩스 및 버닝썬 법인의 법적 성격, 주주 구성, 자금 인출 경위, 자금 사용처 등에 비춰 형사책임의 유무 및 범위에 관한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했다. 횡령 혐의에 대해 경찰의 주장을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본 것이다.

성접대 등 다른 혐의에 대해서도 신 부장판사는 "소명 정도와 피의자의 관여 범위, 수사 경과, 그동안 수집된 증거자료 등에 비춰 증거인멸 등과 같은 구속사유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경찰은 2015년 크리스마스 파티 당시 일본인 사업가 일행이 묵은 호텔 숙박비 3000만원을 승리가 YG엔터테인먼트 법인카드로 결제한 만큼 성매매 장소를 제공한 승리에게도 알선 혐의가 있다고 봤다. 반면 승리 측은 "당일 술에 취해 일찍 귀가했고, 성매매 사실도 몰랐다"고 반박해왔다.

14일 오후 승리(왼쪽)와 유인석 전 대표가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서울지법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군입대 연기, 18차례 출석’ 승리, 승부수 통했나
승리 스스로 "국민역적이 됐다"고 표현할 정도로 여론은 분노했지만, 법조계에서는 구속 여부에 대해서는 "단정하기 어렵다"가 중론(衆論)이었다.

승리는 지난 1월 강남 클럽 버닝썬 사태를 시작으로 폭행, 경찰 유착, 마약 등 연일 논란이 일자 연예계 은퇴를 선언했다. 이어 버닝썬 사태와 ‘정준영 단체 카카오톡 채팅방' 파문, 성매매 알선 및 성접대 혐의 등으로 문제가 되자, 군입대를 연기하고 결백을 주장하겠다며 자진해 경찰에 출석했다.

일각에서는 승리의 군입대 연기가 일종의 ‘승부수’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적극적으로 수사에 임했다는 점이 영장 심사에서 유리하게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승리는 경찰 조사를 마친 뒤 취재진에 "오늘 정식으로 입영 연기를 신청할 계획"이라며 "허락해주신다면 입영날짜를 연기해 마지막까지 성실하게 조사를 받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달까지 승리는 18차례의 경찰조사를 받았다. 영장 발부의 핵심 요소 중 하나인 ‘도주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지점이다. 익명을 요구한 정모 변호사는 "승리가 성실히 경찰 조사에 참석한 것은 사실 아니냐"며 "그만큼 소환 조사하고 영장을 신청했는데 기각된 만큼 경찰 수사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4일 오전 승리가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 경찰 수사 ‘차질’...향후 승리 입영 여부도 관심
막바지에 접어든 경찰의 버닝썬 수사에서 사실상 ‘승부처’였던 승리에 대한 영장청구가 기각되면서 경찰 수사도 차질을 빚게 됐다. 경찰은 이번주 중으로 윤모(49) 총경 등의 ‘경찰 유착 의혹’과 관련해 법리 검토를 끝내고, 관련 수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우선 영장이 기각된 이유를 분석해, 보강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영장 기각으로 승리의 입대를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승리는 지난 3월 병무청에 ‘현역병 입영연기원’을 제출했고, 병무청은 이를 허가해 3개월 연기를 결정했다. 당시 병무청은 "본인(승리)이 수사에 임하기 위해 입영연기원을 제출했고, 수사기관에서 의무자에 대한 철저하고 일관된 수사를 위해 병무청에 입영일자 연기요청을 했다"며 "따라서 병역법 제61조 및 같은 법 시행령 제129조에 근거해 현역병 입영일자를 연기했다"고 밝혔다.

당초 승리는 3월25일 충남 논산의 육군 신병훈련소로 입소하려고 했다. 병무청 결정에 따라 이날부터 3개월 뒤인 다음달 24일까지 입대를 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병역법에 따라 3개월이 지나기 전에 입영 여부를 병무청이 다시 결정할 수 있다.

경찰 출신 한 변호사는 "승리가 입대할 경우 원칙적으로 사건은 헌병과 군검찰로 넘어간다"며 "경찰로부터 수사자료를 이관받는 것부터 다시 시작해 수사가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고, 군으로 이첩된 사건을 경찰에서 수사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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