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의 브레인 스토리] [341] 밀레니얼을 위한 쇼펜하우어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입력 2019.05.15 03:11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최근 차세대 소비자로 주목받는 '밀레니얼'과 밀레니얼 이후 태어난 Z세대. 자기들 스스로 만물의 잣대라고 착각하는 기성세대는 언제나 새로운 세대에게 이름을 지어주지만, 그들을 이해하지는 못한다. 이미 2500년 전 고대 그리스인들 편지에 "요즘 젊은이들은 도대체…"라는 문장이 등장하니 말이다.

그러나 인류학적 차원에선 분명히 밀레니얼 전과 밀레니얼 후 세대로 구별해볼 수 있다. 30만년 동안 아날로그 세상에서만 생존하던 인류가 디지털이라는 새로운 현실에서 살아가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물질적이기에 사용할수록 소모되는 아날로그 현실과는 달리 디지털 세상에서는 오리지널과 동일한 무한 복제가 가능하다. 현실을 기반으로 한 아날로그 경제에선 절대 '같은 케이크를 동시에 먹고 팔 수 없지만', 가상인 디지털 세상에선 충분히 가능하다.

비슷하게 아날로그 현실에서 맺은 인간관계는 대부분 자유롭지만 외롭거나, 반대로 외롭지는 않지만 자유롭지 못하다. 독일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그렇기에 인생은 '혼자 함께' 살아야 한다는 역설적 조언까지 하지 않았던가! '이기적 유전자'를 가졌지만 영장류라는 사회적 동물로 태어난 인간. 혼자가 되고 싶으면서 동반자를 그리워하고, 이타적 행동에도 언제나 이기적 욕구가 포함되어 있는 이유다. 그런데 디지털 기술은 '혼자 함께' 사는 인생이 가능할 수 있다는 놀라운 제안을 한다. 혼자 침대에 누워 전 세계 친구들이랑 대화할 수 있고, 동반자이지만 집착하지 않는 인공지능 파트너 역시 상상해볼 수 있으니 말이다.

쇼펜하우어의 꿈이 드디어 현실이 되어가는 밀레니얼과 Z세대. 하지만 동시에 걱정도 앞선다. 디지털 세상은 언제나 아날로그 현실의 경제와 정치를 전제로 한다. 논리적으로 서로 모순적인 것들이 공존할 수 있는 디지털 가상현실에서만 누리는 특권을 만약 아날로그 세상에서도 기대한다면, 인류는 디지털과 아날로그 세상 둘 다 잃을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조선일보 A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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