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방랑 그리고 폭풍… 시인 릴케가 사랑한 것들을 따라

박해현 문학전문기자
입력 2019.05.11 03:01

릴케의 시적 방랑과 유럽 여행

김재혁 지음|고려대학교 출판문화원455쪽|2만3000원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장미의 시인이다. '장미여, 오, 순수한 모순이여/ 겹겹이 싸인 눈꺼풀들 속/ 익명의 잠이고 싶어라'고 노래했다. 묘비명이 된 시(詩)를 써서 그 속으로 사라지고자 했던 릴케의 소망이 장미꽃을 통해 표출된 것이다.

장미의 계절이 열리는 5월에 릴케 문학 기행을 안내하는 책이 나왔다. 릴케를 연구하고 번역해 온 김재혁 고려대 독문과 교수가 프라하, 파리, 피렌체, 로마, 뮌헨으로 이어진 여행을 통해 직접 찍은 사진과 함께 릴케 문학의 지도를 작성했다. 그는 릴케를 만나 나눈 가상의 대화 형식으로 이 책을 꾸몄다.

김 교수는 "릴케는 쉼 없이 방랑의 인생을 살았다"며 "그가 거쳐 간 나라는 12개국이고 그가 거처로 삼았던 곳이 100군데가 넘는다"고 했다. 김 교수는 릴케가 시집 '두이노의 비가'를 완성하는 동안 머문 스위스의 뮈조성(城)을 찾아 밤을 맞았다. 그는 1924년 10월의 밤을 노래한 릴케의 언어를 온몸으로 느끼려 했다. '밤이여, 오, 내 얼굴에 닿아 깊이 풀려버린 얼굴이여'라고 한 릴케는 '이 어두운 대지와 하나 되어, 나 네 안에 있어 보리라'고 노래했다. 김 교수는 "릴케는 밤하늘을 호명하여 지상으로 내려오게 한다"며 "하늘과 땅 사이의 임시 공간에 있는 릴케의 심정이 시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고 풀이했다. "릴케에게는 언제나 바람이 불었다"고 한 김 교수는 릴케가 사랑한 것을 되짚어 보곤 '바람, 방랑, 섬과 바다, 폭풍 그리고 세찬 바람 속에서 싹을 틔우는 무화과나무'라고 요약했다.



조선일보 A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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