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결국 제재 풀라는 北의 무력시위…선심성 식량지원 필요 없다는 메시지도"

변지희 기자
입력 2019.05.09 20:17 수정 2019.05.09 20:51
北 도발 행동, 결국 제재 강화 불러올 것…군사적 옵션 부활 관측도
"北, 미사일에 '선심성 식량 지원 필요 없다' 메시지 담아"
"1차 도발 때 느슨한 대응, 화 키워… 2017년처럼 강하게 대응해야"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4일 동해상에서 대구경 장거리 방사포, 전술유도무기의 타격 훈련을 했다고 보도했다. /뉴시스
북한이 9일 평안북도 구성 일대에서 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지난 4일 강원도 원산 호도반도 일대에서 단거리 탄도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와 대량의 장사정포 사격을 감행한 지 5일만이다. 북이 이날 발사한 미사일의 비행거리는 각각 420여km, 270여km로 합참은 분석했다. 지난 4일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비행거리가 200km 정도였다. 군사전문가들은 "북이 5일만에 사거리를 늘리며 무력 도발 수위를 높였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도발은 무력 시위 성격이 강하다고 보고 있다. 지난 2월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비핵화 협상 교착 국면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도발 수위를 점차적으로 높여가며 미국을 자극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비핵화 진전 전까진 제재 해제 불가' 원칙을 고수하는 미 행정부에 '제재를 풀지 않는다면 우리는 무력 도발로 가겠다'고 맞서고 나온 것이란 해석이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미·북 대화가 얼어붙은 가운데 북한은 도발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북한으로선 공을 미국에 넘긴 것"이라고 말했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정공법으로 가겠다는 선언"이라면서 "하노이 회담에서 자신들이 제안한 영변 핵시설과 제재 완화 교환 거래를 요구하는 무력 시위"라고 말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예고한 '새로운 길'을 가겠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는 선언"이라며 "이번 미사일 도발로 자신들은 결코 입장을 바꿀 의사가 없음을 보여줬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같은 북한의 의도가 미국에 통할 가능성은 낮게 봤다. 북한이 앞으로 추가 도발에 나설 경우 미국은 대북 제재 강화에 이어 2017년 거론됐던 '군사적 옵션'을 다시 꺼내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김현욱 교수는 "북한이 도발을 한다고 해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달라지진 않을 것"이라면서 "결국 미국은 제재 강화 쪽으로 갈 것이다. 제재를 강화하다 군사적 옵션을 다시 꺼낼 수도 있다"고 했다. 남주홍 전 국정원 1차장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가장 안 좋은 시기에 가장 잘못된 방법을 선택한 자충수"라며 "대북제재는 당연히 강화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이번 미사일 도발로 한국 정부의 선심성 식량 지원을 받을 생각이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평가도 나왔다. 대북 인도적 지원으로 냉랭해진 남북 관계를 풀어보려던 문재인 정부의 구상도 난관에 봉착했다. 정부는 10일 서울에서 열리는 한·미 워킹그룹 회의에서 대북 식량지원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날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미사일 대응 방안'이 최우선 의제로 올라오게 됐다.

김 교수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엔 '식량 지원 필요없다'는 메시지도 읽힌다"면서 "내일 열리는 한미 워킹그룹 회의에서도 대북 식량 지원을 논의하긴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남 전 차장은 "북한은 '식량 조금 지원 받으려고 이러는 줄 아느냐'라고 생각했을 것"이라면서 "한·미가 워킹그룹회의에서 대북 식량 지원을 논의하는 데 대해 자존심이 상했을 것"이라고 했다.

최 부원장은 "북한은 식량 지원과 핵·미사일을 따로 본다. 식량 지원을 한다고 했어도 북한이 대화에 나오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식량 지원으로 비핵화 협상 모멘텀을 만들겠다는 정부의 구상은 잘못된 판단이라는 것이다.

북한의 무력 도발에 한·미가 대응하는 과정에서 첫 단추를 잘못 뀄다는 지적도 나왔다. 북한이 지난 4일 미사일 도발을 했을 때 강한 경고 메시지를 내는 등 강력하게 대응했어야 하는데, '대화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발사체' 운운하며 느슨하게 대응한 게 북한의 도발 수위를 오히려 키웠다는 것이다.

최 부원장은 "정부는 지난 4일 북한이 1차 도발을 했을 때 '이런 식으로 나오면 대화를 할 수 없다'는 강하게 치고 나갔어야 했다"면서 "물론 우리 정부가 그렇게 대응했다고 해서 북한이 도발을 안했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지만 최소한의 예방 효과는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은 1차 도발에 대한 한국과 미국의 대응을 보면서 '우리가 도발을 해도 한·미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지금 정부는 평화 담론의 인질이 돼버렸다. 북한의 잘못된 행동은 강력하게 대처하던 2017년 모드로 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북한이 무력 도발을 재개하고 있는 상황에 우리 정부는 경각심을 갖지 않고 평화만 이야기하고 있다"면서 "'킬체인'과 한국형미사일방어체제, 대량응징보복 등 3축 체계에 대한 담론이 모두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평화를 만들려면 튼튼한 안보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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