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진당 해산시킨 황교안, 광주서 옛 통진당 세력 등에 물벼락 봉변

손덕호 기자 광주광역시·전주=유병훈 기자
입력 2019.05.03 13:37 수정 2019.05.03 19:33
'황 대표 반대' 구호 외치던 100여명, 연설 마친 黃대표에 달려들어 물 뿌리며 소동
黃대표 법무장관 시절 해산된 통합진보당 후신, '이석기 석방', '김정은 光州방문' 활동 단체들
黃, 경찰 보호 속 열차 역사로 피신 후 "그분들도 품어야 할 국민...호남에 더 자주 와야겠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3일 전북 전주시 전주역을 방문해 시민과 포옹하고 있다. 이날 황 대표에 대한 일부 단체의 '물세례'는 전주 방문에 앞선 광주송정역에서 발생했다. /뉴시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3일 오전 광주 송정역 앞에서 문재인 정부 규탄 대회를 하다가 과거 해산된 통합진보당 후신 단체 관계자들로부터 물세례를 맞는 봉변을 당했다. 이 단체 관계자 수십명은 이날 '이석기 내란음모는 조작', '황교안은 감옥으로' 같은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황 대표 연설을 방해했다. 그러다 황 대표가 연설을 마치고 전주행 열차를 탑승하려고 역사 쪽으로 이동하는 순간, 갑자기 달려들어 물을 뿌려댔다. 황 대표는 우산을 펼쳐든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역사 안 사무실로 피했다.

이날 소동을 벌인 단체들은 '민중당' '광주진보연대' '광주대학생진보연합' 등의 팻말을 흔들었다. 현장에 있던 한 관계자는 "민주화 운동 관련 일부 유족 등도 현장에 있었다고는 하지만, 전(前) 통진당 등 관련 단체가 상당수였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피켓에 등장한 '민중당'은 황교안 대표가 법무부장관 시절 해산된 통합진보당의 후신이다. 또 '광주진보연대' 대표는 지난해 12월 '이석기 전 의원을 즉각 석방하라'는 시국선언에 이름을 올렸고, '광주대학생진보연합'은 지난 2월 '광주지역 백두칭송위원회'가 연 '김정은 광주 방문 청원' 캠페인에 참여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3일 오전 광주광역시 송정역 광장에서 열린 '문재인 STOP! 광주시민이 심판합니다' 행사를 마친 뒤, 민중당 등 단체들에 떠밀려 경찰의 경호를 받으며 역사로 올라가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소동은 송정역 앞 연설을 마친 황 대표가 다음 일정인 전주로 가기 위해 기차를 타러 역사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벌어졌다. 갑자기 수십명이 황 대표 쪽으로 달려들었고 일부는 생수병 물을 황 대표에게 뿌려댔다. 경찰이 검은 우산을 펼치고 황 대표를 보호했지만 시위대에 둘러싸이면서 황 대표가 역사 안까지 약 300m를 움직이는 데 10분 넘게 걸렸다. 황 대표는 이날 소동 뒤 "우리나라는 하나가 돼야 한다는 그런 생각을 가진 광주 시민분들이 훨씬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단체는 한국당이 이날 오전 광주 송정역 앞 광장에서 '문재인 STOP! 광주시민이 심판합니다' 행사를 진행하기 전부터 피켓을 들고 시위를 했다. 이들은 '5·18 역사왜곡·폄훼! 자유한국당 해체!'라고 쓰인 현수막을 걸고 '5·18 망언 종북몰이, 황교안 사퇴!' '국정농단 통합진보당 강제해산 황교안은 감옥으로'라는 피켓을 들었다. '이석기 내란 음모조작, 황교안은 감옥으로' 피켓도 보였다. 이들은 "황교안은 물러가라" "자한당은 해체하라"라는 노래를 불렀다.
이런 가운데 황 대표와 조경태·신보라 최고위원 등이 현장에 도착하자 단체들은 "자한당은 해체하라"고 소리쳤다. 먼저 연설에 나선 신보라 최고위원이 "광주 시민 여러분, 저는 광주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5·18 민주화 운동을 부정하지 않는다"며 "광주 시민들의 마음을 또 많이 헤아리고 담아내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단체들은 "지X한다"고 소리쳤다.

황 대표가 연설을 하려 하자, 단체들은 황 대표 뒤쪽 공간으로 이동해서 자신들의 주장이 적힌 팻말을 흔들어댔다. 황 대표가 연설하는 동안 '황교안은 감옥으로!' 등의 문구가 카메라에 잡혔다. 단체들은 또 "황교안은 물러가라"라고 외쳤다. 황 대표는 이들을 향해 돌아서서 "말씀 좀 들어보라. 이럴 것 없다"고 말한 뒤, 당 관계자들에게 "(행사를) 그대로 진행하자"고 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광주송정역 앞 광장에서 민중당 등 단체 항의 속에서 '문재인 STOP! 광주시민이 심판합니다' 행사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마이크를 잡은 황 대표는 "자유를 지키기 위해 광주·전남 애국시민들이 피 흘려 헌신했다. 그런데 지금 자유민주주의가 흔들리고 있다. 자유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태달라" 등의 말을 하면서 예정된 연설을 마쳤다.

소동 이후 황 대표는 전주행 열차가 오는 플랫폼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나라는 한 나라다. 지역간 갈등이 있었던 시대가 있었다"며 "이제는 정말 한 나라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광주시민 중에도 그런 생각을 가진 분들이 훨씬 더 많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전 11시 40분 예정된 KTX 열차를 타고 전북 전주시로 향했다.

한편 민중당 전북도당은 이날 긴급 성명을 내고 "독재의 후예인 한국당의 전주 방문은 전북도민에 대한 모욕"이라며 "한국당을 해체하고 황교안을 구속 수사하라"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3일 오전 광주송정역 광장에서 열린 '문재인 STOP! 광주시민이 심판합니다' 행사를 마친 뒤 민중당 등 단체들에 떠밀려 역사로 이동하고 있다. 단체가 물을 뿌리자 경찰이 검은 우산을 펼쳐 황 대표를 보호했다. /연합뉴스
이어서 전북 전주에서 1시간 가량 열린 한국당 집회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소수의 단체가 전주역 앞에서 '5·18 망언 한국당 해체하라' 등 피켓을 들고 시위했지만 별다른 충돌이나 마찰은 없었다.

황 대표는 전주 연설 도중 "대한민국에서 목소리가 제일 좋은 사람이 누구냐"며 농담을 했고, "호남이 그동한 사회 여러 영역에서 역할을 해왔는데 그래서 더 자주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도 말했다.

전주에서 황 대표를 만난 일부 시민은 "문재인 대통령 이겨주세요" "무조건 정권교체 승리해달라"고 했고, 다른 일부 시민은 "자유한국당을 심판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황 대표는 서울 용산역에서 시민과 악수하며 대화를 나눴다.

황 대표는 기자들을 만나 "저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시민단체들도 있지만, 저를 응원하는 시민단체들도 있다"며 "오늘 (광주송정역) 현장에서 보신 그 분들도 역시 대한민국 국민이고 같이 품어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민중당 이상규(왼쪽) 상임대표와 김미희 전 통합진보당 국회의원이 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법무부장관을 지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에 대한 '재판거래' 의혹 관련 고발장을 접수하기 위해 민원실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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