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미숙 "靑 추천 인사가 한국당 출신보다 못해?"...환경부 “큰 불찰, 깊이 사죄”

김명진 기자 홍다영 기자
입력 2019.04.30 16:04 수정 2019.04.30 16:50
靑 낙점인사 탈락에 환경부가 낸 ‘소명서’ 살펴보니...
환경부 "심사위원들과 사전 조율 못해 매우 송구"
신미숙 "보완책 들고 와라" 해놓고 정작 ‘문전박대’
檢, 청와대 자료 확보에 실패… ‘윗선 수사’ 마무리

"선발과정 관리를 소홀히 해 후보자가 서류심사에서 탈락하게 됐기에 매우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동일한 사례가 재발되지 않도록 엄중 조치하겠습니다."

"후보자가 면접대상자에 포함되도록 상황을 이끌어내지 못한 점은 우리부(환경부)가 상황을 안이하게 인식해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것으로 매우 큰 불찰로 생각하며, 깊이 사죄드립니다."

지난해 7월 환경부는 청와대에 이런 ‘소명서’를 보냈다. 내용만 보면 ‘반성문’이나 다름없었다. 하루 전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이 환경부 산하 환경공단 상임감사 공모에서 청와대가 앉히려고 했던 인사가 서류심사에서 떨어진 걸 질책하며 경위를 상세히 보고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이었다. 이들의 부당인사 개입 정황은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지난 25일 재판에 넘겨진 신 전 비서관과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의 공소장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2016년 5월 신미숙 당시 권미혁 의원실 보좌관이 국회보좌진 실무 아카데미에서 ‘여성보좌관의 삶과 길’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더미래연구소
두 사람의 공소장을 보면, 청와대의 낙하산 인사가 불발된 이후 환경부가 해명하는 과정은 비굴하기까지 했다.

신 전 비서관은 작년 6월 한겨레신문 출신 박모(60)씨를 환경공단 상임감사에 임명되도록 하라고 환경부 측에 지시했다. 그러나 한달 뒤 박씨가 서류심사에서 탈락하자 안병옥 당시 환경부 차관이 청와대에 들어가 신 전 비서관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신 전 비서관은 "환경부는 왜 이렇게 문제가 많느냐", "환경부에서 일을 어떤 방식으로 하길래 청와대 추천 인사가 서류심사도 합격하지 못하는 이런 결과가 나왔느냐", "서류심사 합격자 중에는 자유한국당 출신도 있다고 하던데, 청와대에서 추천한 인사가 자유한국당 출신보다 못해서 떨어진 것이냐"며 꾸짖었다. 안 차관은 혼만 나고 되돌아왔다.

이어 신 전 비서관은 김모 환경부 운영지원과장에게 직접 전화해 "(안병옥) 차관에게 다시 청와대에 들어와서 어떤 보완 조치를 할 것인지 명확하게 답하라고 해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안 차관은 신 전 비서관이 너무 감정적으로 대응한다며 추가 해명을 거부했다.

청와대의 질책에 당황한 김 과장은 동료에게 "불이익을 받을까 두렵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이 동료는 "전임 운영지원과장도 2017년 9월 인사검증 없이 장관 정책보좌관을 임명했다가 신 비서관에게 혼이 났다. 그때도 일종의 반성문을 작성해 제출한 적이 있다"고 귀뜸했다. 그러면서 김 과장에게 전임 과장이 제출한 소명서 양식도 보여줬다.

이튿날 김 과장은 소명서를 작성해 이모 환경부 장관정책보좌관 등과 함께 청와대에 들어갔다. 소명서에는 청와대가 추천한 박씨를 앉히기 위해 환경부가 사전에 노력한 점들도 담았다. 환경부는 환경공단 임원 선발에 있어 서류심사와 면접심사를 총괄하는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를 우호적인 사람들로 꾸렸다고 했다. 실제 더불어민주당 출신 인사나 문재인 대통령 선거캠프 특보 등도 포함됐다.

이 같은 ‘정지(整地) 작업’에도 박씨는 그해 7월 10일 진행된 1차 서류심사에서 탈락했다. 16명 중 7명이 합격했는데, 12등을 한 것이다. 박씨 서류심사 점수는 436점으로 당시 면접 대상 1위(564점)와 128점이나 차이가 났다. 환경부는 소명서에서 "임추위를 우호적으로 구성해놓고도, 임추위 위원들과 사전 의견 조율 등의 노력을 세심히 기울이지 않아 금번 사태를 촉발시켜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16명에 달하는 다수의 지원자가 있는 상황에서 추천 후보자가 탈락하게 된 것은 우리부의 임원 선발과정 관리 소홀에 기인한 것임을 인정하고, 이 건과 관련해서는 어떠한 책임과 처벌도 감수할 것"이라며 "향후 산하 공공기관 임원 선임 프로세스를 점검해 동일한 사례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조치하겠다"고 적었다. 김 과장 등 환경부 일행은 이날 ‘오라는 안 차관이 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문전박대를 당했다가 실컷 욕을 먹고 나서야 소명서를 겨우 전달했다.

이후 환경부는 새로운 ‘조치방안’을 내놨다. 환경공단 상임감사 전형 자체를 무산시킨 것이다. 당초 합격한 7명을 ‘적격자 없음’으로 전원 탈락시킨 뒤 재공모를 실시했다. 이어 ‘2차 공모’에서 서류심사와 면접 등을 거쳐 지난 1월 유성찬 상임감사를 임명했다. 유 감사는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 후보 환경특보를 맡은 인물이다.

떨어진 박씨는 환경부 산하 기관인 수도권매립지공사가 출자한 ‘그린에너지개발’ 대표로 임명됐다. 박씨는 동국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전기를 거쳐 1994년부터 한겨레신문에서 인사부장, 경영기획실장, 기획조정본부장 등을 지냈다.

한겨레신문 출신 박모씨는 청와대가 환경부 산하 환경공단 상임감사로 임명하려고 했지만, 1차 서류전형에서 떨어졌다. 그는 결국 수도권매립지공사 계열사인 그린에너지개발 대표에 임명됐다./그린엔어지개발주식회사 홈페이지
검찰은 청와대가 그토록 박씨를 환경부 산하기관에 꽂아넣으려고 한 이유와 배경에 대해서는 밝혀내지 못했다. 청와대 인사수석실에 대한 압수 수색 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됐고, 청와대 측에 관련 자료를 임의제출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이 역시 거절당했다.

검찰은 지난 25일 김 전 차관과 신 전 비서관을 재판에 넘기면서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검찰 관계자는 "신 전 비서관은 지위를 이용해 자신의 지시사항을 이행하지 않으면 신분상 해악을 가할 듯이 협박했다"며 "겁 먹은 운영지원과장으로 하여금 의무 없이 소명서를 제출하도록 강요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청와대가 인사정보라며 관련 자료를 주지 않는 바람에 추가적인 인사개입 배경에 대해서는 수사를 더 진행하지 못했다"고 했다.

공시지가

오늘의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