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개·정개특위실 막히자… 與, 문체·정무위 회의실서 기습 표결

최연진 기자 이슬비 기자
입력 2019.04.30 03:00

[패스트트랙 막장]
민주·바른미래·정의·평화당, 한국당 봉쇄 피해 법안 처리
한국당 의원들, 바뀐 회의장 몰려가 "도둑회의 원천 무효"

여야(與野)가 29일 '패스트트랙 4당 합의안' 처리를 둘러싸고 닷새째 극한 대치를 이어간 끝에 자정을 10여분 앞두고 사법개혁특위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검·경 수사권 조정법 등을 표결 처리했다. 공수처법과 검경수사권 조정법 모두 위원 18명 중 11명이 투표에 참석, 11명 모두 찬성해 가결됐다. 정치개혁특위도 선거법 개정안 표결을 곧바로 진행해 가결됐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표결을 앞두고 회의장으로 몰려가 강력하게 항의하며 총력 저지에 나섰지만 무위로 돌아갔다.

이날 국회 상황은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가 "권은희 의원의 공수처 설치안도 패스트트랙에 올려 함께 논의하자"며 중재안을 내놓은 이후 긴박하게 돌아갔다. 권 의원은 김 원내대표 제안에 따라 즉시 '전자 발의'를 진행했다. 민주당은 의원총회를 열고 바른미래당 제안을 수용키로 했다. 민주평화당도 이날 밤 긴급 의총을 연 끝에 '동참' 입장을 정했다. 반면 한국당은 "국회법에도 없는 '꼼수' 발의"라며 "원천 무효"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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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결장소 옮긴 與… 항의하는 한국당 -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법안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법안) 상정을 두고 29일 여야는 심야까지 충돌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실에서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열리자 이상민 위원장에게 항의했고(왼쪽), 정무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정치개혁특위 회의에서도 장제원(오른쪽) 의원 등 한국당 의원들이 심상정 위원장에게 항의했다. /남강호·이덕훈 기자
여야 간 대치는 오후 10시를 넘겨 정점을 찍었다. 한국당은 사개특위·정개특위가 예정된 국회 본청 220호와 445호 앞에서 어깨동무를 한 채 드러누워 회의장 출입을 원천 봉쇄했다. '좌파독재 반대한다' '막말정치 이해찬 퇴장하라' 등 구호도 외쳤다. 그러자 민주당과 정의당 일부 의원·당직자들이 '회의방해 징역 5년' '어이없네 적반하장' 등 구호를 외치며 맞섰다.

국회 예결위 회의장에 모여 대응 전략을 논의하던 4당 의원들은 220호와 445호로 찾아가 마지막 협상을 시도하는 듯했다. 그러나 한국당 저항이 계속되자 오후 10시30분쯤 5층 문화체육관광위, 6층 정무위 회의실로 이동해 사개특위와 정개특위를 기습 소집했다. 한국당 의원들이 이곳으로 몰려가면서 회의장 안팎은 아수라장이 됐다.

한국당 사개특위 위원들은 민주당 소속 이상민 위원장을 둘러싸고 강하게 항의했다. 한국당 의원들이 외치는 '좌파독재 독재타도' 구호에 이 위원장의 목소리가 묻혔다. 민주당 백혜련 의원이 고함을 치듯 법안 내용을 설명했지만, 이 역시 한국당 구호에 눌렸다. 바른미래당 오신환 의원은 같은 당 채이배·임재훈 의원 옆에 앉아 '불법 사·보임 원천 무효'라고 적힌 피켓을 들었다.

반발이 계속되자 밤 11시쯤 이 위원장은 "국회법 49조에 따라 질서유지권을 발동한다"며 한국당 의원들의 퇴장을 명령했다. 40여분 뒤 이 위원장이 표결을 밀어붙이려 하자 한국당 의원들이 일시에 위원장석으로 몰려들었다. 그러나 11시 50분쯤 투표가 완료됐고, 곧이어 '가결'이 선포됐다. 민주당은 박수를 쳤고, 한국당은 "날치기 통과"라고 강력 반발했다. 나경원 원내대표 등 30여명은 회의장을 떠나지 않고 '원천무효' 구호를 외쳤다.

같은 시각 정개특위에서도 극한 대립이 벌어졌다. 정의당 소속 심상정 위원장은 한국당 의원들이 회의장 입구를 봉쇄하자 즉시 질서유지권을 발동했다. 한국당 장제원 의원은 심 위원장 앞에 서서 "찌질한 독재자"라고 소리쳤고, 종이로 만든 '임시 명패'를 바닥에 집어던지기도 했다. 한국당 김재원 의원이 "역사 앞에 죗값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 하자, 민주당 박완주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감옥에 있는데 안 부끄러우냐"고 했다.

여야는 이날 하루종일 '막말'에 가까운 설전을 주고받았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한국당을 겨냥해 "독재 통치자들의 후예가 '독재 타도'를 외치고 있다"며 "도둑놈들한테 이 국회를 맡길 수가 있겠느냐"고 했다. 우상호 의원은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좀 미친 것 같다"고 했고, 박찬대 의원은 나 원내대표의 언행을 인분에 비유하는 듯한 글을 올렸다. 반면 한국당 나 원내대표는 "제왕적 대통령에게 홍위병까지 선사하려 하느냐"고 했다.

양측의 고발전(戰)이 계속되면서 검찰 조사 대상이 된 현역 의원은 68명(중복 제외)으로 늘어났다. 민주당은 사흘 전 한국당 의원 18명을 고발한 데 이어 이날 의원 19명에 대한 '2차 고발'을 완료했다. 정의당은 고발 대상 한국당 의원 40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한국당도 민주당 의원 15명과 정의당 여영국 의원 등을 맞고발한 상태다. 지난 27일엔 문희상 국회의장과 김관영 원내대표를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여야 간 고발 사건을 모두 공안 2부에 배당했다.


조선일보 A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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