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서에 '백두대간 종주했다'만 쓰고 국립공원공단 이사장 합격한 권경업

김정환 기자
입력 2019.04.30 03:00

'환경부 블랙리스트' 공소장에 청와대가 인사 압박한 정황 적시

권경업 국립공원공단 이사장이 채용 과정에서 공단에 지원한 동기 및 경력란에 '백두대간을 종주했다'고 쓴 것으로 29일 알려졌다. 지원서에 업무 관련성이 희박한 내용을 썼는데도 청와대와 환경부가 권씨가 이사장에 채용되도록 압력을 넣었다는 것이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최근 재판에 넘겨진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과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의 검찰 공소장에 담긴 내용이다.

공소장에 따르면 신 전 비서관은 2017년 8월 자신의 밑에서 일하는 행정관에게 "국립공원공단 이사장에 권씨가 청와대 추천자로 정해졌다. 환경부가 지원을 해주라고 전해라"는 취지의 지시를 했다. 행정관은 김모 전 환경부 운영지원과장에게 이를 전했고, 관련 내용은 장관에게도 보고됐다. 김 전 장관도 이를 전폭 지원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환경부는 권씨에게 연락해 "국립공원공단 이사장으로 추천됐다"며 공단 업무 보고서를 줬다고 한다. 권씨는 이를 토대로 자기소개서 등을 공단에 제출했다. 그런데 2017년 8월 말 권씨가 쓴 서류를 받아 본 환경부 직원들은 '서류 심사에서 통과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권씨가 자기소개서에 지원 동기·경력 등에 대한 소개 없이 '백두대간을 종주했다' '이와 관련된 시를 쓰는 등 백두대간의 중요성을 사회 전반에 인식시켰다'는 내용을 주로 썼기 때문이다. 그는 직무수행 계획서에도 '모든 역량과 경험을 토대로 이바지하겠다'는 원론적인 내용만 썼다고 한다.

환경부는 "서류 통과가 어렵다"고 청와대에 보고했는데 청와대는 "다시 한 번 검토해보라"고 했다고 한다. 이후 환경부는 권씨에게 "사단법인·정당에서 일한 경력도 포함될 수 있다"고 전했다. 권씨는 '민주당 부산시당에 1년 6개월간 근무했다'는 내용을 환경부에 이메일로 보냈고, 환경부가 이를 받아 그의 자기소개서를 대신 써줬다고 한다. 그해 9월엔 권씨에게 면접 질문지도 줬고, 두 달 뒤 권씨는 국립공원공단 이사장에 임명됐다. 산악인이자 시인인 권씨는 2017년 5월 대선 직전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문학인 423인'에 이름을 올렸다.


조선일보 A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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