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띠 봉쇄' 허 찌른 전자발의… 한국당 "입법 쿠데타 결사저지"

원선우 기자
입력 2019.04.27 03:01

[패스트트랙 막장]
與, 질서유지권 발동해 사개특위 회의… 한국당 "원천 무효"
어제 새벽엔 "문 부숴라" "막아라" 해머·빠루까지 등장 난투극

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여야(與野) 4당은 26일 '전자 입법 발의 시스템'을 통해 선거법 개정안,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법 등 '패스트트랙 4법'을 발의했다. 전날 팩스로 보낸 사·보임안을 문희상 국회의장이 병상(病床)에서 결재하고 이메일·팩스로 법안 제출을 시도한 데 이어 이날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전자 발의'라는 초유의 방식을 쓴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패스트트랙을 밀어붙이려고 불법과 탈법, 꼼수를 총동원하고 있다"며 "입법 쿠데타로 원천 무효"라고 했다. 4당이 이날 사법·정치개혁특별위원회 개의를 시도하자 한국당은 '진지 봉쇄작전'을 펼치며 이틀째 정면 충돌했다.

◇헌정 사상 첫 '전자 입법 발의'

여야 4당이 오후 5시 20분쯤 선거법 개정안 등을 '전자 발의' 하자 한국당은 "팩스 사·보임, 병상 결재, 이메일 법안 제출에 이어 '꼼수의 산'을 쌓고 있다"고 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국회법과 국회법 해설례를 종합하면 의안은 반드시 서류로 접수해야 한다"며 "그리고 그 접수는 반드시 국회 의안과 701호를 방문해서 해야 한다"고 했다. 나 원내대표는 "사·보임은 불법이고, 의안 접수도 가짜고, 이렇게 열릴 사개·정개특위도 가짜"라고 했다.

쇠망치 국회… 끝모를 대치 - 국회 사무처 방호과 관계자들이 26일 새벽 국회 의안과 문을 '빠루'와 망치 등을 이용해 열려고 하고 있다. 당시 자유한국당 당직자들은 여야 4당의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 제출을 막기 위해 의안과 사무실을 점거 중이었다. /연합뉴스
정개특위 심상정, 사개특위 이상민 위원장은 오후 8시 각각 질서유지권을 발동한 가운데 회의를 소집했다. 한국당 의원들이 회의장을 막았고 일부는 아예 드러누웠다. 두 위원장은 "회의 방해는 국회법 위반"이라며 진입을 시도했다. 그러나 한국당은 "헌법 수호 독재 타도" 구호를 외치거나 애국가를 부르며 맞섰다. 이에 4당 보좌진은 "어이없네, 적반하장" "회의 방해 징역 5년" 등의 구호를 외쳤다. 한국당을 향해 "애국가 2절도 불러라. 2절 가사 모르지?" "원하는 대로 다 끌어내줄까?"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4당은 장소를 옮겨 다니며 '게릴라식' 회의를 시도했다. 이상민 위원장은 오후 9시 18분쯤 국회 5층 문화체육관광위 회의장에서 사개특위 회의를 열었다. 2층의 사개특위 회의장이 한국당 의원들에게 봉쇄되자 기습적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이 위원장은 공수처법 등 패스트트랙 지정 안건을 상정했지만 민주평화당 박지원,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 불참으로 의결은 하지 못했다. 뒤늦게 모인 한국당 의원들은 "문재인 독재자" 구호를 외치며 항의했다. 한국당은 "도둑 회의, 도망 회의"라고 했다.

이날 양측의 국회 대치 과정에서는 쇠망치, 빠루(노루발못뽑이) 등 '대형 연장'까지 등장했다. 오전 2시 30분쯤 망치와 빠루를 든 남성들이 한국당 의원들이 농성하고 있던 국회 의안과 문을 부수기 시작했다. 국회에 망치·빠루 등이 등장한 것은 2008년 한·미 FTA 비준안 상정 이후 11년 만이었다. 그러나 민주당은 한국당 저지로 사무실에 진입하진 못했다.

아침이 되자 한국당은 민주당 재진입을 막기 위해 군사 작전을 방불케 하는 '방어 진지'를 구축했다. 모든 유리 출입구를 자전거자물쇠·철사·청테이프·노끈으로 '4중 봉쇄'했다. 유리창 파손에 대비해 청테이프를 'X' 자로 붙였고, 의안과 사무실 출입문은 스티로폼을 3~4중으로 둘러 '망치질'에 대비했다. 당 관계자들은 "옥상에서 줄을 타고 내려와 창문으로 접수하는 상황에도 대비했다"고 했다. 한국당은 한때 붉은색 '피아 식별띠'를 팔목에 둘렀으나 "쉽게 구할 수 있는 띠여서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에 그만뒀다.

◇민주·한국 지지층도 결집

여야는 이번 일을 계기로 각자 지지층 결집을 시도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박정희·전두환 독재와 싸울 때 생각이 난다"며 "그 싸움에 비하면 지금은 한 줌도 안 된다"고 했다. 또 "한국당은 거리의 조폭보다 못하다"고도 했다. 장인상을 치르고 있는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공사장에 있어야 할 망치를 들고 국회 문을 때려 부수려는 정당, 민주당의 모습을 목도했다"고 말했다. 김정재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은 과연 쇠망치와 빠루의 후예답다"고 했다.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이 전쟁은 좌파에 의한 정변이자 반란"이라고 했다.

양당 지지층은 장외(場外)에서 결집했다. 민주당 지지층은 국회 생중계를 보며 '저 왜구들(한국당)을 다 쓸어버리자'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한·일전'이라는 댓글을 달았다. 친문 커뮤니티엔 나경원 원내대표 등을 원숭이에 빗댄 게시물이 올라왔다. 보수층은 "문재인의 재조산하(再造山河)가 이런 것이었다니 섬뜩하다"고 했다.


조선일보 A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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