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정책' 유출에 발칵 뒤집힌 英정부…"장관 5명 유력 용의자"

이경민 기자
입력 2019.04.26 15:23
영국이 중국 통신장비기업 화웨이의 장비 사용을 일부 허가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보도되면서 영국 내각이 발칵 뒤집혔다. 이 정책은 영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논의된 기밀로 공개되면 동맹국들 사이에서 입장이 난처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 국가안보보좌관은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장관들을 상대로 유출자 색출에 나섰다.

25일(현지 시각)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이날 마크 세드윌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23일 열린 NSC에 참석한 모든 정부 관계자들에게 회의 내용 유출 여부를 묻는 서한을 보냈다. NSC에는 총리를 비롯해 9명의 장관, 정보당국 수장들, 군 고위간부들이 참석한다.

캐나다 오타와에 있는 화웨이 건물에 회사 로고가 붙어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회의 다음 날인 24일 영국 매체 데일리 텔레그래프가 NSC에서 논의된 비공개 내용을 보도하면서 화웨이 장비 사용에 대한 영국의 입장이 전 세계에 드러났기 때문이다. 당시 회의에서는 5세대(5G) 이동통신망 구축 과정에서 화웨이의 장비 사용을 허용하되 핵심 부분에는 사용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논의됐다.

세드윌 보좌관은 유출 용의자를 당시 회의에서 화웨이 장비 허용에 반대한 장관 5명으로 좁혀 조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세드윌 보좌관은 이들에게 회의 내용 유출 여부와 조사 협조 여부를 알려달라고 요청했으며, 이들의 전화와 이메일 기록까지 조사할 예정이다. 유출 혐의가 인정되면 해당 부서 장관이나 직원이 해고될 수도 있다.

가디언은 회의 내용을 유출한 자를 찾아내 기소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서한을 받은 장관들은 유출 혐의를 즉각 부인했다. 제레미 헌트 영국 외무장관은 이날 국회 기자들과의 오찬에서 이와 관련해 "너무 끔찍한 일"이라며 자신은 물론 외무부 직원 중 누구도 회의 내용 유출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개빈 윌리엄슨 국방장관도 공식 성명을 통해 유출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나와 국방부 직원 누구도 NSC 내용을 누설하지 않았다"고 했다. 페니 모던트 국제개발장관도 "단언컨대 유출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측근을 통해 전했다. 사지드 자비드 내무장관은 혐의를 부인하며 "내각 내 어떤 장관도 기밀 정보를 대중에 공유해선 안된다. 이번 사건을 철저히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이 이번 정보 유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화웨이에 대한 영국의 입장이 미국 등 서방 동맹 관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서방 동맹국을 상대로 반(反) 화웨이 운동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영국 정보통신본부(GCHQ)는 동맹국 중 처음으로 "화웨이의 보안 위험은 해결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려 반화웨이 동맹에 균열을 일으켰다. 이후 사실상 화웨이 사용을 허가한다는 NSC 결정이 유출되면서 영국 정부는 동맹 관계에서 난처한 입장에 놓이게 된 것이다.

이번 NSC 결정은 GCHQ의 조언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영국의 일부 정치인들은 영국이 파이브 아이즈(Five Eyes·민감한 정보를 공유하는 미국 및 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등 5국) 동맹국의 경고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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