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통신 인프라 협력⋅혁신인재 교류"...트럼프에 메시지 주력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입력 2019.04.26 13:45 수정 2019.04.26 15:25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6일 "각국 기업이 정보통신(IT) 인프라 건설에 협력해 통신망 연결 수준을 높이는 것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또 "향후 5년간 중국과 해외 혁신인재 5000여명이 교류, 훈련, 연구협력을 하는 것에 뜻을 같이한다"고도 했다.

중국 화웨이(華爲)의 5G(세대) 통신망 장비를 사용하지 말라고 동맹국에 압박하고, 중국 과학자의 미국 학회 참석을 막는 등 인력 교류에 제동을 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보낸 메시지라는 지적이다. 미국과의 무역전쟁 종식을 위한 막판 무역협상을 앞둔 것을 의식해 "한번 약속은 천금과 같다"며 "양자간 및 다자간 협정 이행을 고도로 중시한다"고도 했다.

시 주석은 이날 베이징 국가회의중심에서 열린 제2회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국제협력 정상포럼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이같이 밝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6일 베이징 국가회의중심에서 열린 제2회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미중 무역협상을 의식한 발언을 쏟아냈다는 지적이다./연합뉴스
관영 CCTV와 신화통신 등이 일제히 생중계로 내보낸 이날 연설은 이번 포럼에 참석한 37개국 정상을 비롯 150여개국 5000여명의 대표들 보다 고위관리를 불참시킨 미국을 상대로 한 메시지가 적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시 주석은 "세계 각국이 중국 기업과 유학생, 학자를 평등하게 대하고 그들이 정상적으로 국제교류와 협력 활동을 할 수 있게 공평하고 우호적인 환경을 만들어주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중국의 기술굴기를 견제하는 미국을 겨냥해 "4차 공업혁명의 발전 추세에 순응하기 위해 디지털 실크로드와 혁신 실크로드를 건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일대일로 과학기술 혁신 액션플랜을 계속 시행해 각국과 함께 과학기술 인문 교류, 공동 실험실 설립, 과학기술단지 협력, 기술 이전 등 4가지 조치를 추진할 것"이라며 "향후 5년동안 5000여명의 국내외 혁신 인재의 교류, 훈련, 협력연구를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향후 5년내 일대일로 국가의 정당, 싱크탱크, 민간조직 등에서 1만여명의 대표들을 초청해 교류하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일대일로 청년 창의 및 유산 포럼을 열고, 청년학생 중국어 여름캠프 등도 시행하겠다고 했다.

시 주석이 이날 밝힌 5가지 개방조치인 △더 많은 영역에서 외자시장 진입 확대 △지재권 보호 국제협력 강화 △상품과 서비스 수입 대규모 확대 △국제 거시정책 협력 효율 제고 △대외개방 정책 관철 중시 등은 그동안 밝혀온 개방 방향을 확인하는 수준에 머물렀지만 미국에 화해 제스처를 취하는 언급이 많았다는 지적이다.

시 주석은 외자진입 확대를 위해 네거티브리스트(사업 금지 대상)를 계속 큰폭으로 축소하고, 현대 서비스업, 제조업, 농업의 전방위 대외 개방을 실시할 것이라고 했다. 또 더 많은 영역에서 외자가 지배하거나 독자로 경영하는 것을 허용하고, (내년 1월 시행 예정)외상투자법을 엄격히 시행하기 위한 관련 법규를 서둘러 제정하겠다고 약속했다.

지재권 보호 국제협력를 강화하겠다는 대목에서는 미국이 요구해온 강제 기술이전을 금지하고 지재권 침해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겠다고 했다. 수입 확대와 관련해선 중국을 세계에서 규모가 가장 크고, 성장이 가장 빠른 중등소득그룹(중산층)이 있으며 소비성장의 잠재력이 거대한 곳이라고 전하고 관세수준을 더 낮추고, 각종 비관세 장벽을 없애 중국 시장의 대문을 계속 열겠다고 말했다. 무역흑자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시 주석은 각국의 경쟁력 있는 우수한 농산품, 제조품, 서비스를 더 많이 수입해 무역 균형발전을 촉진하기를 원한다고 했다.

시 주석은 미중 무역협상의 주요현안인 환율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국제간 거시경제 정책 협력을 더욱 효과적으로 시행하겠다면서 근린궁핍화 정책에 기대 위안화 절하를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이 자원배분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도록 위안화 환율 형성 기제를 계속 보완하고 환율을 합리적이고 균형적인 수준에서 기본적으로 안정시켜 세계 경제 안정을 촉진하겠다고도 했다. 세계무역기구(WTO) 개혁에 적극 참여해 높은 수준의 국제무역 규칙을 함께 만들겠다는 종전 약속도 반복했다.

시 주석은 특히 미중 무역협상에서 관건이 되고 있는 합의 이행시스템을 의식해 "각국과 합의에 이른 다자간 또는 양자간 경제 무역 협정 이행을 고도로 중시한다"고 밝혔다. 특히 미국이 불공정 경쟁 행위라고 지목해온 산업 보조금과 관련, "공정경쟁에 장애가 되고 시장을 왜곡하는 불합리한 규정과 보조금 행위를 정리, 폐지하고 모든 기업과 경영자를 공평하게 대할 수 있도록 사업환경을 시장화, 법치화, 편리화 방향으로 보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개방 조치가 트럼프 대통령의 압력에 의한 것으로 비쳐지는 것을 의식하는 발언도 있었다. "중국의 개방 확대 조치는 중국 개혁발전에 근거해 객관적인 수요에 따른 자체 선택으로 경제의 고질량 발전 추진, 인민의 아름다운 생활, 세계 평화 안정 발전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시 주석은 일대일로를 두고 "150여개 국가 및 국제기구와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세계 각국 발전에 새로운 기회를 주고, 중국 개혁개방에 신천지를 열었다" "공동 기회의 길이자 번영의 길이 됐다"고 자평하면서도 미국 등이 ‘부채함정’ ‘부패 독재정권 지지’ ‘차이나클럽’ ‘환경오염 유발’등이라고 비난해온 것을 의식한 발언도 이어갔다.

일대일로 융자 가이드원칙과 부채 지속가능성 분석 틀을 만들고, 부패를 한치도 용인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 게 대표적이다. 시 주석은 일대일로 사업의 상업성과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지속가능한 발전 이념을 프로젝트 선정, 시행, 관리 등 곳곳에 녹여 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패와의 전쟁에 대한 의지도 다졌다. 그는 "모든 협력은 태양 아래에서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며 "한치도 용인하지 않는 태도로 부패를 없앨 것"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청렴 비단길(廉洁丝绸之路) 베이징 이니셔티브’를 제창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시 주석은 ‘일대일로 생태환경보호 빅데이터 서비스 플랫폼’을 가동하고 ‘녹색 실크로드 사절 계획’을 이행하며, 각국과 함께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일대일로 남남(南南) 협력 계획’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국제기준에 맞는 일대일로를 만들라는 지적을 의식한 듯 "프로젝트 건설, 운영, 입찰 등을 보편적으로 수용되는 국제규칙대로 진행하겠다"고도 했다.

미국의 보호주의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냈다. 시 주석은 "뚜렷하게 보호주의를 반대한다"며 "상품, 자금, 기술 인력 교류가 경제 성장에 강한 동력을 제공하고, 강과 바다는 개울물도 마다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앞으로도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길에서 큰 걸음을 계속 걷겠다며 전면적인 개혁심화, 고질량 발전, 대외개방 확대, 평화발전 등을 견지해 인류 운명 공동체를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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