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곡동 위탁모'에 징역 17년 이례적 중형…법원 "고문 같은 학대"

최상현 기자
입력 2019.04.26 11:30 수정 2019.04.26 13:46
"부모의 꿈과 희망 위해 아동학대 엄벌해야"
대법 양형 기준(6~10년) 넘는 징역 17년 이례적 중형
"법관 양형 권한, 국민 법감정과 유리될 수 없어"

태어난 지 15개월 밖에 되지 않은 영아(嬰兒)를 굶기고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30대 위탁모(베이비시터)에 법원이 이례적으로 중형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아동학대에 대한 국민의 법감정을 고려해 대법원의 양형 권고 기준을 훨씬 넘는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서울 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재판장 오상용)은 26일 아동학대 및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기소된 김모(39)씨에게 징역 17년을 선고하고,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20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지난해 12월 14일 오전 11시쯤 서울남부지검 앞에서 ‘괴물 위탁모’ 피해 아동 아버지 문모(22)씨 등 유족이 위탁모를 엄벌해 달라는 집회를 열고 있다. /고성민 기자
재판부는 "피고인은 아이를 맡긴 부모의 신뢰를 무참히 짓밟고 고문에 가까운 행위에 더해 학대 장면을 촬영하기까지 했다"며 "소중한 아이의 생명이 사라졌음에도 피고인은 선뜻 납득하기 힘든 변명을 계속해, 스스로의 잘못을 반성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또 "피고인의 죄질은 극히 불량하고 피고인은 아직 보호자들에게 용서받지 못했다"고 했다.

재판부는 "여러 여건 상 아이를 타인에게 맡길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이 이 사건으로 인해 깊은 좌절과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며 "이들 부모의 꿈과 희망을 지키기 위해서는 피고인과 같은 위탁양육자들을 엄중하게 처벌할 필요성이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재판부가 선고한 징역 17년은 대법원의 아동학대치사죄 양형 기준인 6~10년을 훨씬 넘는 형량이다. 재판부는 "아동학대치사죄의 양형기준은 학대 정도가 중해도 징역 6∼10년에 해당하지만 이는 국민의 법감정에 미치지 못한다"며 "법관에게 부여된 양형 권한은 국민에게서 온 것이고 국민의 법감정과 유리될 수 없다. 다시는 이런 참혹한 사건이 벌어지면 안 된다는 사법부의 의지를 표명한다"고 했다.

김씨는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 화곡동 거주지에서 위탁받아 돌보던 생후 15개월 문모양을 굶기고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같은해 12월 구속기소됐다. 또 김씨는 생후 18개월 A군과 생후 6개월 B양에게도 화상을 입히거나 숨을 쉬지 못하게 하는 등 학대한 혐의도 받는다.

김씨는 문양이 설사 증세를 보여 기저귀를 자주 갈기 싫다는 이유로 밥을 먹이지 않고 하루 한 차례 우유 200㎖만 줬고, 수시로 주먹과 발로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지난 10월 21일 학대와 폭력으로 경련 증세를 보이는 문양을 32시간 방치하다 병원으로 데려갔으나, 문양은 끝내 숨졌다. 당시 문양을 진료한 의사는 "뇌가 교통사고에서나 있을 법한 출혈로 망가질대로 망가졌다"고 증언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A군을 뜨거운 물에 닿게해 2도 화상을 입힌 혐의와 6개월 B양을 물고문한 혐의 등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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