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H.O.T, 'H.O.T'는 못 쓰지만 '하이파이브 오브 틴에이저스'는 쓸 수 있다

최효정 기자
입력 2019.04.26 11:22 수정 2019.04.26 13:47
작년, 상표권 분쟁으로 ‘H.O.T.’ 없는 ‘H.O.T. 콘서트’ 열려
前 SM대표, ‘하이파이브 오브 틴에이저스’도 상표권 신청
특허청, "H.O.T. 멤버들 동의 받아야" 거절

지난해 10월 1세대 아이돌그룹 ‘H.O.T.’가 해체 이후 17년 만에 첫 콘서트를 열었다. 하지만 콘서트에선 ‘H.O.T.’라는 이름을 쓸 수 없었다. H.O.T.에 대한 상표권을 가지고 있던 김경욱(50) 전(前) SM엔터테인먼트 대표가 로열티를 요구했지만, 콘서트 기획사와 합의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결국 콘서트에서는 ‘하이파이브 오브 틴에이저스(High-five Of Teenagers)’라는 이름을 썼다. 1996년 데뷔한 H.O.T.는 ‘10대들의 승리’를 의미하는 하이파이브 오브 틴에이저스의 이니셜이다. 당시 ‘H.O.T. 없는 H.O.T.콘서트’라는 논란이 일었다.

김 전 대표는 이 콘서트가 열리기 한 달전쯤 하이파이브 오브 틴에이저스에 대해서도 상표권을 출원했지만, 특허청은 최근 "H.O.T. 멤버들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며 거절한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원조아이돌 H.O.T.가 ‘H.O.T.’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는 없지만 ‘하이파이브 오브 틴에이저스’는 쓸 수 있다는 것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특허청은 지난해 9월 김 전 대표가 신청한 ‘하이파이브 오브 틴에이저스’에 대한 상표권 출원 신청에 대해 지난 3일 거절 의견과 함께 의견서·보정서 제출을 요구했다.

H.O.T.는 1996년 9월 7일 MBC 예능 프로그램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에서 데뷔했다. 방송에서 문희준은 H.O.T.가 무슨 뜻이냐는 질문에 “하이파이브 오브 틴에이저스(High-five Of Teenagers)의 이니셜을 땄다"고 설명했다./ 유튜브 캡처
특허청은 거절 이유에 대해 "‘하이파이브 오브 틴에이저스’는 과거에서부터 현재에도 활동하고 있는 저명한 남성그룹(H.O.T.)의 명칭"이라며 "이를 사용할 경우 그 수요자나 거래자들이 H.O.T. 멤버들과 관련 있는 것으로 오인·혼동할 우려가 상당해 타인의 인격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허청은 상표법 제34조(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는 상표) 제1항 제6호를 거절 근거로 삼았다.

이 조항은 ‘저명한 타인의 성명, 명칭 또는 상호, 초상, 서명, 인장, 아호(雅號), 예명(藝名).필명(筆名) 또는 이들의 약칭을 포함하는 상표'는 등록할 수 없다. 다만, 그 타인의 승낙을 받은 경우에는 상표등록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다. 또 특허청은 또 하이파이브 오브 틴에이저스가 이미 등록된 상표가 유사하다는 점도 거절 이유로 들었다. 이미 등록된 ‘HIFIVE’, ‘하이파이브’ 등과 상표·호칭·관념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김 전 대표 측은 의견서를 보충해 상표권 등록을 재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전 대표 측 변호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우면의 장지원 변호사는 "특허청의 결정은 거절의견일 뿐, 거절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며 "오는 6월까지 관련 서류를 보강해서 다시 상표권 출원 신청을 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특허청은 ‘H.O.T. 멤버 개개인의 동의서’ 없다면 거절 결정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전 대표 측이 출원한 상표권을 인정하는 핵심이 ‘H.O.T. 멤버들의 동의’라는 것이다.

문희준, 장우혁, 토니안, 강타, 이재원 등 5명으로 구성된 H.O.T. 는 1996년 '전사의 후예'로 데뷔한 이후 ‘캔디’ ‘행복’ ‘위 아 더 퓨처’ 등 히트곡을 잇따라 내며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다 2001년 해체됐다.

김 전 대표와 멤버 간의 ‘상표권 분쟁’은 지난해 10월 H.O.T. 단독 콘서트 개최에서 시작됐다. 공연을 앞두고 김 대표는 H.O.T. 상표권이 자신에게 있다며 공연기획사 측에 로열티 지불을 요구했지만, 양측은 합의에 실패했다. 결국 콘서트는 그해 10월 13~14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2018 포에버 하이파이브 오브 틴에이저스 콘서트’라는 이름으로 개최됐다. 해체 17년 만에 멤버 5명이 처음으로 전부 모인 콘서트였다.

지난 10월 13~14일 열렸던 H.O.T.의 콘서트를 앞두고 입구에 걸린 대형 현수막. 현수막에 ‘H.O.T.’ 대신 ‘하이파이브 오브 틴에이저스(High-five Of Teenagers)’라고 쓰여 있다./ 김민정 기자
이후 김 전 대표는 "H.O.T. 상표와 로고를 무단으로 사용했다"며 콘서트를 기획한 H.O.T. 멤버 장우혁(40)과 공연기획사 솔트이노베이션을 고소했다.

김 전 대표는 SM엔터테인먼트 재직 시절 H.O.T. 그룹을 기획하고 직접 캐스팅한 인물로, H.O.T에 대한 서비스권과 상표권을 가지고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H.O.T.’ 상표권은 1996년 10월 7일에 출원돼 이듬해인 1998년 5월 25일 정식 등록됐다. 만료일은 2028년 6월 2일까지다. 해 기준으로도 상표권이 풀리기까지 9년 정도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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