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이성곤에 '독설', 이순철 위원의 아픈 해설

스포츠조선=정현석 기자
입력 2019.04.26 10:42
2019 신한은행 MY CAR KBO 리그 삼성라이온즈-SK와이번스 삼성타자 이성곤 2019년 4월 25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 사진제공=삼성라이온즈
아픈 해설이었다.
두산 시절이던 2014년 퓨처스 올스타에 뽑힌 아들 이성곤과 함께 포즈를 취하는 이순철 해설위원.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SBS스포츠 이순철 해설위원이 아들 이성곤(27·삼성 외야수)에게 쓴소리를 던졌다. 생방송에서 였다.
삼성-SK전이 열린 25일 대구 라이온즈파크. 이순철 위원은 난감한 상황을 맞이해야 했다. 아들 이성곤의 시즌 첫 1군 선발출전 경기였기 때문. 이성곤은 이날 외야수 김헌곤, 투수 홍정우와 함께 1군 엔트리에 등록됐다.
깜짝 활약중인 박계범 송준석 케이스 처럼 콜업된 당일 곧바로 라인업에 포함됐다. 8번 지명타자. SK 잠수함 박종훈 공략을 위한 맞춤 출전이었다.
이순철 위원은 KBO 이승엽 홍보대사와 함께 이날 경기 해설을 맡았다.
이성곤은 강민호의 적시타로 1-0으로 앞선 2회말 2사 2루에 첫 타석에 섰다. 방금 터진 강민호의 2루타에 대한 화기애애 한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었다. 이순철 위원이 경기 전 강민호의 손을 잡고 기를 불어넣어 준 직후 첫 적시 2루타가 터졌다는 환담이 오갔다.
이성곤이 타석에 섰고 '오늘 1군 무대에 올라왔다'는 캐스터의 소개가 이어졌다. "스윙을 힘차게 돌린다"는 이승엽 위원의 언급도 있었다.
그 순간, 이순철 위원 목소리가 갑자기 사라졌다. 이성곤이 4구만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는 동안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이 위원의 '침묵 모드'는 이성곤의 타석이 끝난 뒤에야 비로소 풀렸다.
과거 이순철 위원은 '아들 출전 경기에 어떻게 해설을 하느냐'는 질문에 "그 순간 걔는 내 아들이 아니"라며 객관적이고 프로페셔널 한 전문 해설을 다짐했다. 하지만 겨우내 캠프를 거쳐 1군 무대 첫 타석에 선 아들을 지켜 보는 아버지의 심정은 과연 어땠을까.
'내 아들이 아닌' 해설은 4회 두번째 타석에 본격적으로 이어졌다. 2-2로 팽팽하던 4회말 1사 2루. 균형을 깰 수 있는 찬스에 이성곤이 타석에 섰다. 초구 볼. 캐스터의 소개와 "중요한 찬스"라는 이승엽 위원의 언급이 있었다. 2구 커브에 헛스윙이 나오자 이순철 위원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첫 타석에서 두번째 공에 타이밍이 늦었다"며 "타이밍이 늦은 상태에서 변화구를 때리니 헛스윙이 나오는 것"이라며 "언더핸드기 때문에 히팅포인트가 앞쪽에서 만들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말문이 열리자 거침이 없었다. 또 한번 커브에 헛스윙이 이어지자 이 위원은 "파워포인트에서 가볍게 나가야 하는데 긴장해 힘이 들어가기 때문에 어렵게 나간다. 그래서 다 늦는 것"이라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저렇게 되면 타자의 자신감이 완전히 떨어지게 된다"는 예언 같은 말과 함께 이성곤은 바깥쪽 빠지는 유인구 커브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이 위원은 "물론 모든 선수가 박종훈 투수의 궤적에 타이밍을 잡는 걸 어려워 한다. 그렇지만 앞선 송준석 선수는 커트커트가 되지 않나. 이성곤 선수는 다 늦는다. 생각을 다시 해봐야 한다"며 쐐기를 박았다.
분위기가 살짝 어색해진 듯 이승엽 위원이 "조금 더 유연성 있게 치면 어떨까 싶다. 딱딱하기 보다는, 너무 쪼여서 치기 보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치면 괜찮을 거 같다"는 미래지향적 덕담으로 급히 상황을 수습했다.
아들을 향한 이순철 위원의 '독설 해설'. 사적인 관계를 뛰어 넘은 투철한 직업 의식을 보여준 한 장면이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큰 가능성을 품은 아들이 스스로 껍질을 깨고 세상과 당당히 맞서길 바라는 엄한 아버지의 아프도록 속깊은 마음이 숨겨져 있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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