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도서관' 참여하는 소설가 한강, 100년 뒤 공개될 소설 들고 오슬로行

이종현 기자
입력 2019.04.26 10:29
소설가 한강이 노르웨이의 '미래도서관' 프로젝트에 아시아 작가 최초로 참여한다. 2014년에 시작된 미래도서관 프로젝트는 100년 동안 매년 1명의 작가가 미공개 작품을 노르웨이 오슬로 도서관에 보내면 2114년에 출판하는 공공예술 프로젝트다. 작가들이 보낸 작품은 2114년까지 봉인된 채 보관되고, 책 출간에 쓰이는 종이는 오슬로 외곽 숲에 100년 동안 심어둔 나무 1000그루를 이용해 만든다.

소설가 한강. /조선DB
26일 국내 출판사 문학동네에 따르면, 아시아 작가 최초로 미래도서관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한강은 다음달 25일 노르웨이 오슬로를 방문해 직접 원고를 전달할 예정이다.

한강은 문학동네를 통해 공개한 소감에서 "'미래도서관'의 작가가 되어달라는 제의를 받은 직후, 나는 백 년 뒤의 세계를 상상했다. 내가 죽어 사라진 지 오래고, 아무리 수명을 길게 잡는다 해도 내 아이 역시 더이상 존재하지 않으며, 내가 사랑하는 그 누구도, 지금 이 순간 지구상에서 함께 살아 숨 쉬는 그 어떤 인간도 더이상 살아 있지 않은 세계를. 그것은 무섭도록 쓸쓸한 상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그 막막함을 가로질러 나는 계속 상상했다. 이 순간도 시간은 어김없이 흐르고 있으니, 필연적인 현실로서 당도하고 말 백 년 뒤의 세계를. 백 년 동안 자라나 울창해졌을 오슬로 근교 숲의 나무들을. 봄의 가지들과 잎들을, 거기 내리비칠 정오의 햇빛을. 어김없이 찾아올 저녁들과 차갑고 고요한 밤들을. 그때 알았다. 이 프로젝트가 어떤 힘을 가지고 있는지를. 이 프로젝트를 위해 글을 쓰려면 시간을 사유해야 한다는 것을"이라고 덧붙였다.

한강은 "먼저 나의 삶과 죽음을 생각해야 하고, 필멸하는 인간의 짧디짧은 수명에 대해 생각해야 하고, 내가 지금까지 누구를 위해 글을 써왔는가를 돌아보아야 한다는 것을. '언어'라는 나의 불충분하고 때로 불가능한 도구가, 결국은 그것을 읽을 누군가를 향해 열려 있는 통로라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자각해야 한다는 것을"이라고도 적었다.

또 "그리하여 마침내 첫 문장을 쓰는 순간, 나는 백 년 뒤의 세계를 믿어야 한다. 거기 아직 내가 쓴 것을 읽을 인간들이 살아남아 있을 것이라는 불확실한 가능성을. 인간의 역사는 아직 사라져버린 환영이 되지 않았고 이 지구는 아직 거대한 무덤이나 폐허가 되지 않았으리라는, 근거가 불충분한 희망을 믿어야만 한다"면서 "프로젝트를 꾸려가는 사람들, 그리고 현재와 미래의 작가들이 앞으로의 백 년 동안 죽어가고 새로 태어나며 마치 불씨를 나르듯 이 일을 계속해낼 것이라는 흔들리는 전제를 믿어야 한다. 종이책의 운명이 백 년 뒤의 세계까지 살아남아 다다를 것이라는 위태로운 가능성까지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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