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협상 앞둔 美, 中 실리콘밸리 선전 화창베이 ‘악명높은 짝퉁 시장’ 낙인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입력 2019.04.26 05:20
USTR 연례 보고서, 타오바오 3년 연속 지정...핀둬둬 처음 올라
"자유무역구, 규제 적은 틈 이용해 불법 복제 채널"지적도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전쟁 종식을 위한 막판 무역협상을 앞두고 중국 1, 3위 전자 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와 핀둬둬(拚多多)를 짝퉁이 많이 팔리는 ‘악명 높은 시장’(Notorious Markets)명단에 포함시켰다. 또 중국의 실리콘밸리 선전(深圳)의 하드웨어 조달기지로 유명한 화창베이(華强北)상가도 이 명단에 추가됐다. 이와함께 중국을 15년 연속 우선 감시대상국으로 지정했다. 지재권 보호는 미⋅중 무역협상의 주요 현안중 하나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25일(현지 시간) 발표한 2018 악명 높은 시장 명단을 통해 35개 온라인 쇼핑몰과 25개 오프라인 시장을 지목했다. 지난해에 비해 각각 8개, 7개 늘었다.

중국 1, 3위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타오바오(위)와 핀둬둬가 미국 정부가 매년 짝퉁 제품 문제가 많은 곳으로 지정하는 ‘악명 높은 시장’ 명단에 나란히 올랐다./타오바오⋅핀둬둬 캡처
알리바바의 온라인쇼핑몰 타오바오(淘宝)는 3년 연속 명단에 오르는 불명예를 안게됐다. USTR는 2011년(2010년분) 부터 매년 저작권을 위반했거나 위조품 판매로 악명높은 기업을 선정해 발표한다. 첫해 명단에 처음 오른 타오바오는 불법 복제품 퇴출 약속을 내건 덕에 이듬해부터 명단에 빠졌다. 하지만 2016년부터 미국 산업과 소비자에게 피해를 준다는 이유로 다시 이 명단에 올랐다.

USTR는 지재권을 보유한 중소기업의 타오바오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다며 자동차 에어백 판매 금지와 상품 이미지의 불법사용 방지 등 1년전에 권고했던 조치들을 시행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2015년 9월 설립한지 3년여만에 중국 3위 전자상거래업체로 성장한 핀둬둬는 올해 처음 이 명단에 올랐다. USTR는 "핀둬둬가 지난해 7월 나스닥에 상장한 이후 모조품을 내리고 위조품을 자동적으로 가려내기 위해 인공지능(AI) 수단에 투자했다"며 "하지만 이들조치가 문제를 완전히 해소하는데는 역부족이었다"고 지적했다.

악명 높은 시장 명단에 들어갔다는 소식에 이날 핀둬둬는 3.63% 빠졌지만 알리바바는 1.18% 상승했다.

‘짝퉁의 고향’으로 불렸다가 ‘혁신의 산실’로 탈바꿈했다는 평가를 받아온 중국 선전의 화창베이 상가에 대해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짝둥으로 악명 높은 시장으로 지목했다. /선전=오광진 특파원
25개 악명 높은 오프라인 시장 가운데 중국 지역으로는 7곳이 지목됐다. 수량으로는 1년전에 비해 한 곳이 늘었지만 국가 기준으로 가장 많다. 베이징의 실크마켓으로 유명한 시우수이지에(秀水街)는 올해에도 악명높은 시장에 올랐다.

특히 USTR는 화창베이 상가의 불법 복제 실태를 상세하게 소개했다. 화창베이는 오래 전부터 ‘짝퉁 산실’이라는 지적을 받았지만 최근엔 전세계 하드웨어 스타트업을 선전에 몰려들게 하는 하드웨어 조달 기지로 변모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미국 당국이 이 곳에 불법 복제품 시장이라는 낙인을 다시 찍은 셈이다.

USTR는 화창베이 상가가 위조 전자제품과 부품 액세서리의 글로벌 유통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 상가내 건물 가운데 위앤왕(远望), 룽성(龍胜), 만하(曼哈)디지털프라자 등 3곳을 특별히 주목할 곳으로 꼽았다.

USTR에 따르면 위앤왕에서는 가짜 전자제품을 파는 점포가 1만여개에 이르고, 하루에 10만명 이상의 유동인구가 오간다. 화창베이 상가에서 스마트폰 부품 도매시장으로 가장 큰 룽성의 경우 대부분의 점포가 짝퉁 부품을 팔고 있다. USTR는 중국 당국이 브랜드 업체들과 협업으로 자주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이들 시장 운영업체들이 법 집행을 간섭하는 전략을 개발했다고 지적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25일 2018년 악명 높은 시장 명단을 발표하면서 전세계 자유무역구가 규제가 적은 틈을 타 불법 복제 채널로 전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충칭=오광진 특파원
USTR는 올해 악명 높은 시장 명단을 발표하면서 전세계 자유무역지구(FTZ)가 불법 복제품이 만들어지고 유통되는 지역으로 전락하고 있다며 집중 분석했다. 전세계 자유무역지구는 1975년 25개 국가와 지역에서 79곳이 있었지만 지난해 130개 국가와 지역에서 3500여곳으로 늘었다.

중국에서는 시진핑(習近平) 정부 출범 이후 규제를 크게 줄인 대외개방의 전초기지로 자유무역시험구를 2013년 9월 상하이에 처음 조성했다. 지난해 하이난(海南)과 슝안(雄安)신구 중심의 허베이(河北)성을 추가해 충칭(重慶) 등 13개 성과 시로 확대됐다.

USTR는 자유무역지구가 통관 절차 등의 규제가 적고 세금과 관세 면제 등의 혜택이 주어지면서 범죄자들이 불법 행위를 하기 위해 법적인 껍데기 회사를 만들 수 있도록 한다고 지적했다. USTR는 문제 사례중 하나로 세관인력 부족으로 감독이 소홀한 중국과 카자흐스탄 접경지대의 자유무역구를 거론했다.

USTR는 이날 지재권에 대한 ‘2019년 특별 301조 보고서’도 함께 발표했다. 우선 감시대상국은 지난해 12개국에서 11개국으로 줄었고 감시대상국은 전년 보다 2개국이 늘어난 26개국이 지목됐다. 중국은 15년 연속 우선감시대상국에 올랐다.

이 보고서는 중국이 당국의 지난해 지재권 관련 부처 재편과 특허법 개정 추진 등에도 불구하고 △지재권 보호를 강화하고 △중국 시장을 외국투자자에 개방하고 △시장이 자원배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도록 하고 △민간에서 기술이전을 하는 결정을 하는데 정부가 간여하는 것을 억제하기 위한 근본적인 구조변화를 이루는데 실패했다고 진단했다.

또 중국 정부관리들이 지재권과 혁신을 지지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중국 지재권 시스템의 결점을 해결할 진정한 구조변화를 대체할 수 없다고 비꼬기도 했다. 말만 하고 행동은 없다는 비판인 셈이다. 보고서는 올해 1월 시행에 들어간 중국 전자상거래법에 지재권 소유자가 보호받기 위해 필요한 조건이 많은데 대해 미국측이 표명한 우려를 해소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OECD 2019 보고서를 인용해 전세계에서 압수된 짝퉁 제품의 80% 이상이 중국산이라고 했다.

한국은 보고서가 처음 발간된 1989년부터 우선감시대상국 또는 감시대상국 명단에 올랐다가 2009년부터 올해까지 11년 연속 제외됐다.

한편 미국과 중국은 오는 30일과 내달 8일 각각 중국 베이징과 미국 워싱턴에서 고위급 대면 무역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 이번 협상이 타결될 경우 빠르면 5월 말 또는 6월 초 양국 정상이 무역 합의문에 서명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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