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지각대장' 푸틴보다 30분 늦게 도착

김경화 기자
입력 2019.04.26 03:07

상습 지각 푸틴, 이례적 먼저 와
金, 푸틴에게 장검 선물하며 "당신을 향한 나의 마음 담았다"

25일 북·러 정상회담에서는 '지각 대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30분간 기다리는 보기 드문 상황이 벌어졌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오후 1시 35분(현지 시각)쯤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 S동 건물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어 2시 5분쯤 김정은이 회담장에 도착했다. 푸틴 대통령은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고 인사를 건넸고, 김정은은 "맞아주셔서 영광입니다"라고 했다. 먼저 도착한 푸틴 대통령이 회담장 앞에서 김정은을 맞았고, 두 사람은 20초가량 악수를 한 상태로 첫 인사를 나눴다.

북·러시아 정상, 8년 만의 건배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5일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뒤 만찬장에서 건배하고 있다. 김정은은 건배사에서 "나는 오늘 푸틴 대통령과 친선 관계 발전, 조선반도와 지역의 평화 안전 보장을 위한 문제들, 공동의 국제적 문제들에 대해 허심탄회하고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다. /타스 연합뉴스
푸틴 대통령은 각국 정상과의 만남에 상습적으로 지각하는 것으로 악명 높다. 2014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회담에 4시간 15분 늦었고, 작년 7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는 35분 늦었다. 작년 6월 한·러 정상회담 때도 문재인 대통령을 52분 기다리게 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작년 9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에는 오히려 먼저 가서 기다렸는데, 이번 김정은과의 회담에도 이례적으로 일찍 도착한 것이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앞서 이날 구체적인 회담 시간을 알리는 대신 '오후 1~2시쯤 시작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두 사람은 오후 2시 10분부터 5시 25분까지 단독·확대회담을 진행한 뒤 만찬까지 한나절 정도를 함께 보냈다. 확대회담 후 만찬 전엔 서로 장검(長劍)을 선물로 주고받았다. 푸틴 대통령이 "우리 풍습엔 칼을 들 때는 '악의를 품지 않았다'는 뜻에서 돈을 준다"며 김정은 손바닥에 동전을 올려놓자 김정은이 웃었다. 김정은은 자신이 준비한 장검을 가리키며 "절대적인 힘을 상징한다. 당신을 지지하는 나의 마음을 담았다"고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5일 북·러 정상회담 후 만찬에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선물한 장검. 푸틴 대통령도 김정은에게 장검을 선물했다. /AP 연합뉴스
푸틴 대통령은 만찬에서 "힘을 합치면 산도 옮길 수 있다"며 건배를 제의했고, 김정은은 "(양국의) 친선 관계를 보다 새로운 높은 단계에 올려세울 것"이라고 화답했다. 만찬 메뉴로는 사슴고기를 넣은 러시아식 만두 '펠메니'와 비트로 만든 수프 '보르시', 하바롭스크산 소고기 스테이크가 포함된 슬라브식 요리가 차려졌다. 러시아 측은 한글 메뉴를 별도로 만들고, 만찬 참석자들에게 김정은과 푸틴 대통령이 악수하는 모습이 새겨진 메달을 선물했다. 이번 북·러 정상회담에는 평소 김정은을 '그림자 수행'해 온 동생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김여정은 이번 회담 준비를 위해 김정은보다 이틀 먼저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러시아 매체를 인용해, 김정은이 이번 방러길에 탑승한 전용 열차가 구소련 지도자였던 스탈린이 김일성 주석에게 선물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 A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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