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영의 폭주… 오전엔 오신환, 오후엔 권은희 특위서 배제

최연진 기자
입력 2019.04.26 03:00

[패스트트랙 막장]
- 바른미래 사개특위 2명 강제 교체
공수처 기소권 반대하는 權을 손학규 측근 임재훈으로 바꿔
'의원 강제 교체' 막으려 만든 국회법 내세워 2명 날려 논란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가 25일 오전 오신환 의원을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에서 사·보임(교체)한 데 이어 오후에는 같은 사개특위의 권은희 의원까지 강제 교체했다. '패스트트랙 반대'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오 의원뿐 아니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안을 더 검토해야 한다'고 한 권 의원까지 자의적으로 바꾼 것이다. 사·보임은 맡고 있던 직책에서 물러난다는 사임(辭任)과 이로 인해 공석이 된 자리에 다른 사람을 임명한다는 보임(補任)을 합친 말이다. 상당수 바른미래당 의원은 "패스트트랙을 밀어붙이기 위해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반발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오 의원 사·보임 신청서를 국회 사무처에 보낸 데 이어 오후에는 권 의원 사·보임 신청서를 제출했다. 병원에 입원 중인 문희상 국회의장은 즉각 구두로 결재했다. 오 의원 자리에는 채이배 의원, 권 의원 자리에는 임재훈 의원이 들어가게 됐다. 채 의원은 손학규 대표의 비서실장이고, 임 의원은 김 원내대표와 가깝다. 권 의원은 평소 '공수처에 기소권을 줘선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는 이날도 공수처에 '제한적 기소권'이 부여된 것을 우려하며 '찬성표'를 던지는 데 주저한 것으로 전해졌다. 야권에선 "김 원내대표가 자기 측근들을 집어넣어 무리하게 패스트트랙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패스트트랙 추진에 반대해 온 유승민 의원은 "이날 사개특위 위원 교체는 오신환·권은희 의원이 원하지 않은 강제적 사·보임"이라며 "이런 식의 불법에 대해 몸으로 막겠다"고 했다. 오신환 의원은 "추악하고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을 김 원내대표가 저지르고 있다"고 했다. 일부 의원은 "김 원내대표가 이성을 잃고 있고 독재자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도 했다.

오 의원 등은 '임시회의 경우 회기 중에 상임위원을 사·보임 할 수 없다'는 국회법 48조6항을 근거로 "사·보임 결정이 위법하다"며 헌법재판소에 '사·보임 무효' 권한쟁의심판 청구와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권한쟁의심판은 국가기관끼리 권한의 범위와 유무를 놓고 다툴 때 헌재가 심판을 내리는 것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사·보임은 원내대표 고유의 권한"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2001년 12월 당시 김홍신 의원이 자신의 사·보임에 반발해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냈지만, 헌재가 "재량권 남용에 해당하지 않아 합법(合法)"이라고 결정한 사례를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국회법 48조6항은 '김홍신 의원' 논란 이후 '당사자 의사에 반(反)한 강제 사·보임'을 막기 위해 2003년 2월 신설됐다. 국회 사무처가 발간한 '국회법 해설'은 '2003년 2월 국회법 개정 전에는 상임위원의 사·보임에 제한이 없어 위원의 의사에 반해 수시로 사·보임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또 '이에 정치개혁의 일환으로 임시회 회기 중 사·보임을 할 수 없게 한 것'이라며 '사·보임의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해선 예외적 사·보임이 위원의 질병 등으로 인해 위원회 활동이 특히 곤란한 경우로 한정해 엄격히 운용해야 한다'고도 했다.

문희상 의장은 이번에 오신환 의원 사·보임을 허가하면서 '교섭단체 원내대표의 사·보임 신청을 의장이 불허한 사례가 거의 없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한다. 하지만 정세균 전 국회의장은 2017년 한국당이 제기한 김현아 의원 사·보임 요청을 거부했다. 또 임시국회 중 사·보임을 한 경우는 있지만, 이번처럼 의원 본인 의사에 반해 강제로 교체한 경우는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조선일보 A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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