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민주당에 "트럼프 탄핵하라" 격문

조재희 기자
입력 2019.04.26 03:03

"우리의 민주주의가 폭행당했다"
트럼프 "탄핵시도땐 大法 갈 것"

2016년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대결했던 힐러리 클린턴〈사진〉 전 미 국무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발의를 촉구하고 나섰다. 역풍을 우려해 속도 조절 중인 민주당 지도부와 즉각적인 탄핵 절차 돌입을 요구하는 강경파를 절충한 방법론까지 제시했다.

힐러리 클린턴 전 장관은 지난 24일(현지 시각) 미 워싱턴포스트(WP) 기고에서 "로버트 뮬러 특검 보고서의 결론은 우리의 선거가 오염됐고, 우리의 민주주의가 폭행당했으며, 우리의 주권과 안전이 침해됐다는 것"이라며 "뮬러 보고서는 우리 미래에 대한 경고이며 우리는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에 바로잡지 않으면 러시아는 2020년 대선에 다시 개입하려 들 것이고, 중국이나 북한 같은 적대국들도 간섭하려 할 것"이라며 "미국 국민이 아닌 누구도 미국의 미래를 결정하도록 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탄핵 발의를 두고 역사적 책무와 정치적 실리 사이에서 우왕좌왕하는 민주당을 향해 결단을 촉구하는 격문을 보낸 것이다.

1974년 워터게이트 당시 하원 법사위 변호사로 활약한 이력과 대통령 부인으로서 1998년 빌 클린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를 겪은 경험을 '운명의 장난'이라고 표현하며 '탄핵 전문가'로서의 면모도 드러냈다. 그는 "1998년 당시 공화당이 주도하던 하원은 서둘러 탄핵 표결에 나섰다가 실패했다"며 "그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워터게이트 때처럼 청문회를 TV로 방영하며 많은 국민이 사안의 실체를 이해하도록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의 대선 개입 시도와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 방해를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위기로 다루며 공화당의 지지를 끌어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그는 "9·11 이후 의회가 독립적이고 초당파적인 위원회를 만들어 또 다른 공격에 대비했듯이 우리의 선거를 지키기 위한 비슷한 위원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갈수록 커지는 민주당의 탄핵론에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모든 소환장에 맞서 싸우고 있다"며 관련자에 대한 의회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트위터에는 "나는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다. 만약 민주당 의원들이 탄핵을 시도한다면 나는 먼저 연방대법원으로 향하겠다"고 올렸다.


조선일보 A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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