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속에 '天安門 총알' 박힌 채 19년… 중국 민주화 운동의 상징, 장젠 별세

베이징=이길성 특파원
입력 2019.04.26 03:03

"난 톈안먼 학살의 살아있는 증거"

톈안먼(天安門) 사태 때 인민해방군의 총에 맞은 뒤 19년간 그 총알이 몸속에 박힌 채 살며 '나는 톈안먼 학살의 살아있는 증거'라고 말했던 중국 민주화 운동가 장젠(張健·49·사진)이 사망했다고 홍콩 명보가 25일 보도했다.

명보에 따르면 장젠은 지난 23일 파리행 비행기 안에서 복수가 차오르며 의식을 잃었다. 기장은 비행기를 독일 뮌헨에 비상 착륙시키고 그를 현지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끝내 회생하지 못했다.

1989년 만 18세로 베이징체육학원에 재학 중이던 장젠은 '민주화'를 외치며 톈안먼 광장에 집결한 학생들을 지키는 규찰대 대장이었다. 그해 6월 4일 새벽 광장으로 진입하는 무장 군인들을 막아서려다, 인민해방군 장교가 쏜 총에 맞았다. 오른쪽 엉덩이 쪽 대퇴골이 바스러진 그는 부상당한 다른 3명의 학생들과 베이징 동인당으로 옮겨져 응급치료를 받았다. 함께 후송된 학생 3명은 끝내 숨졌다.

장젠은 이후 12년간 이름을 바꾼 채 중국에서 숨어 살다 2001년 프랑스로 망명했다. 2008년 11월 파리의 한 군 병원에서 적출 수술을 받을 때까지 19년간 대퇴부에 총알이 박힌 채 살았다. 장젠은 생전 "나는 중국 공산당이 저지른 톈안먼 학살의 살아있는 증거"라고 했다.

장젠은 프랑스 현지의 중국 식당에서 일하며 싸구려 임대주택에서 7~8명과 함께 생활하면서도 민주화단체 '민주중국전선' 부주석을 맡아 소식지 발행과 강연 등 활동을 했다. 총알 제거 전 매달 커다란 주사기로 총상을 당한 부위에서 다량의 죽은 피를 뽑아내야 하는 고통 속에서 신학을 공부, 목사의 꿈을 키워왔다. 하지만 최근 간 상태가 안 좋아지며 건강이 악화됐다고 알려졌다.

톈안먼 사태 당시 학생 지도자였던 왕단(王丹·당시 베이징대생)은 "톈안먼 시위 30주년에 전해진 장젠의 별세 소식에 비통한 마음"이라며 "그는 갔지만 남은 우리는 눈물을 멈추고 그래도 전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A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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