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포커스] 오만도 동메달 땄는데… 한국 육상, 46년만에 '노메달'

이태동 기자
입력 2019.04.26 03:03

도하 아시아육상선수권 대회서 한국, 단 한명도 시상대 못 올라
김국영·정혜림·우상혁 등 간판 선수들 부진에 성적 급락

한국 육상이 사라졌다. 25일 폐막한 2019 카타르 도하 아시아육상경기선수권 대회에서 한국은 단 한 명도 시상대에 오르지 못했다. 금-은-동메달을 기준으로 하는 종합 순위표에 한국이 종적을 감추고 '노메달'에 그친 건 1973년 대회 출범 이후 처음이다. 아시아육상선수권은 2년마다 열린다. 한국은 직전 대회인 2017년 인도 부바네스와르 대회에선 금2·은1·동1개를 땄다. 종전 최악 성적은 2013년 인도 푸네 대회 동 2개였다.

한국 육상이 고개를 숙였다. 사상 처음으로 메달을 하나도 따지 못하고 아시아선수권 대회를 마쳤다. 사진은 23일 남자 100m 결승 경기 도중 부상 때문에 속도를 늦춘 김국영(가운데). 그는 26초22로 6위에 /신화 연합뉴스
이번 대회 종합 우승은 금11·은7·동4개를 딴 바레인이 차지했다. 중국(금9·은13·동7)과 일본(금5·은4·동9)이 2, 3위다. 총 43개가 걸린 이 대회 금메달을 하나라도 목에 건 나라는 43국 중 15국. 색깔에 관계없이 메달을 딴 나라도 20국이나 됐다. 스리랑카, 홍콩, 요르단, 오만 등 한국보다 인구가 적은 나라조차 동메달을 목에 걸고 귀국길에 올랐다.

◇에이스 부진에 성적 수직 하락

한국은 24개 종목 22명이 출전했으나 최고 성적이 4위(3명)였다. 기대를 걸었던 에이스들이 제 몫을 하지 못했다. 2017년 아시아선수권 및 2018년 아시안게임 여자 허들 100m 우승자인 정혜림(32)이 마지막 날 경기에서 13초50으로 결선 7위에 머물렀다. 개인 최고기록(13초04)과 올 시즌 베스트 기록(13초11), 지난해 아시안게임 우승 기록(13초20)에 크게 못 미쳤다. 1위는 일본의 기무라 아야코(13초13)였다.

역시 지난 대회 우승자인 남자 높이뛰기 우상혁(23)도 결선에서 2m19를 기록, 공동 7위에 그쳤다. 우승자인 시리아 마지드 가잘(2m31)보다 12㎝나 낮았다.

한국 육상 단거리 선두주자인 김국영(28)도 앞서 23일 남자 100m 결선에서 26초22로 6명 중 6위를 했다. 그는 예선 1라운드에서 10초27로 시즌 베스트 기록을 냈으나 결선 도중 허벅지 통증을 느껴 다리를 절며 레이스를 마쳤다. 일본 기류 요시히데가 10초10으로 우승했다. 지난 대회 200m 은메달리스트인 박태건(28)은 부상으로 대회에 나서지 못했다.

◇"총체적 난국"… 앞으로 어쩌나

육상계 안팎에선 '터질 게 터졌다'는 분위기다. 체계적인 육성 시스템, 발전 방안이 부족한 한국 육상의 현실이 극소수 스타들의 선전에 가려져 있다가 이번에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것이다. 대한육상연맹 실무를 책임지는 김동주 전무는 "눈앞의 열매만 좇다 유망주 발굴, 후진 양성에 소홀했던 게 결과로 나타난 것"이라고 했다. 현재 한국 육상의 간판이라 불리는 김국영·박태건·정혜림·임은지(30·여자 장대높이뛰기) 등은 대부분 전성기가 지났다. 그나마 돋보인 신예는 이번 대회 남자 200m 5위(20초94)에 오른 고승환(22·성균관대) 정도다. 한 고교 육상팀 감독은 "요즘 육상 하겠다는 선수들 찾기가 정말 어렵다. 그렇다 보니 실력이 없어도 실업팀에서 안정적인 선수 생활을 한다. 동기 부여가 안 돼 실력 향상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현재 수준으론 앞으로 올림픽에 자력 출전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일례로 2020 도쿄올림픽 남자 100m는 10초05, 200m는 20초40이 출전 기준 기록이다. 김국영이 보유한 한국 기록은 10초07, 박태건의 한국 기록은 20초40이다. 김 전무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실패라는 걸 인정한다. 대대적으로 변화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A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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