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35] 중국엔 왜 暗器가 많을까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9.04.26 03:02
기계적인 장치를 이용해 멀리 쏘는 활이 쇠뇌(弩)다. 인류의 무기(武器) 발전사에서 한 획을 그을 만한 발명이다. 이 쇠뇌가 처음 만들어진 곳은 중국이다. 지금으로부터 2500년 전인 춘추시대 전에 이미 등장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날아오는 살상 무기다. 원거리에서 상대를 공격하니 매우 효율적이다. 그러나 당당한 싸움법과는 거리가 멀다. 우직하게 정면에서 곧장 달려들어 승부를 내는 결전 방식은 결코 아니다.

중국의 전통적인 싸움 방식은 일정한 패턴을 지니며 발전했다. 바둑의 예에서 드러나듯 보이지 않게, 조용히, 상대가 눈치 채지 못하게 우회해 싸움을 벌인다. 서로 마주 서 있다가 순간적으로 총을 꺼내 쏘는 서양식 카우보이들의 결투를 보면 '꼭 저래야 할까?'라며 답답하게 여기는 중국인들이다.

그래서 일찌감치 등장했던 쇠뇌의 제작 전통은 다양한 '암기(暗器)'의 생산으로 이어진다. 우리 식으로 말하자면 상대의 의표를 찌르는 비밀 병기다. 소매에서 느닷없이 튀어나가는 조그만 화살, 부채로 위장한 칼, 독을 묻힌 바늘 등이다. 손으로 던지는 단순 투척용, 화약을 써서 약물 등을 분사하는 방식, 술잔에 몰래 타는 독물, 손가락에 끼는 반지 형태의 칼날 등 종류가 아주 다양하다. 비밀 무기를 사용하는 이런 싸움 방식에서 중국은 분명 세계 문명사의 으뜸을 차지할 만한 수준이다.

그러나 모두 기만(欺瞞)을 바탕으로 삼아 발전한 싸움의 양태다. 그래서 남과의 다툼에 나선 중국인의 사고는 곧잘 어두운 곳을 향하기 마련이다. 상대를 자신이 펼친 덫에 빠지도록 만드는 음모(陰謀)가 흐름을 이루기 십상이라는 얘기다. 크게는 사느냐 죽느냐, 작게는 이해를 두고 펼치는 모든 경합(競合)의 마당에서 중국인이 드러내는 뚜렷한 경향(傾向)의 하나다. 특히 각종 비즈니스에서 겉으로 내세운 화려하고 거창한 명분이나 형식과 달리 중국인의 생각이 어두운 색조(色調)로만 느껴지는 이유다.



조선일보 A3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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