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박 前 대통령 刑 집행 정지 불허, 가혹한 것 아닌가

입력 2019.04.26 03:08
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 형(刑) 집행 정지를 불허했다. 형 집행 정지는 인도적 차원에서 계속 형을 집행하는 것이 가혹하다고 볼만한 사유가 있을 때 검찰이 내리는 일시적 처분이다. 형을 깎아주거나 무죄 방면하는 게 아니라 수형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고 건강을 회복하도록 잠시 병가(病暇)를 주는 것이다. 매년 250명가량이 건강이나 고령 등의 사유로 형 집행이 정지된다. 주거지는 병원 등으로 제한되고 사건 관계인 접촉도 불가능하다.

과거 수감 회피나 도피 수단으로 형 집행 정지를 악용한 사례가 있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은 이 경우라고 볼 수 없다. 여러 차례 외부 병원에서 허리 디스크 진단과 치료를 받았지만 "칼로 베이거나 불에 덴 듯한 통증으로 잠을 못 이룬다"고 할 정도로 증상이 호전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은 그동안 보석을 신청한 적도 없고, 도주하거나 증거를 없앨 가능성도 없다. 그런데도 여권 관계자들은 박 전 대통령이 형 집행 정지를 신청하자 "용서를 구하거나 사과하지 않았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최순실 사건'과 '국정원 특활비 사건'으로 여전히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재판 과정에서 별건(別件) 혐의로 또 영장을 청구해 구속 기간을 연장했다. 무죄 추정이 아니라 사실상 유죄로 추정된 상태에서 2년 넘게 실질적 처벌을 받았다. 그런데 그 구속 기간이 끝나자 이번엔 '이미 확정된 형이 있으니 풀어줄 수 없다'고 한다. 가혹하다는 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박 전 대통령의 수감 기간은 오늘로 757일째가 된다. 전두환 전 대통령(751일)을 넘어섰고, 조만간 노태우 전 대통령(768일)보다 길어지게 된다. 박 전 대통령은 탄핵 결정으로 정치인에게 사형선고와도 같은 처벌을 받았다. 재판에선 직접 돈을 받거나 극악한 범죄가 아닌데도 징역 33년이 선고됐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법적 판단을 둘러싸고 국민 간 갈등과 국론 분열도 심각하다. 검찰 결정은 이런 부분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 것이다.


조선일보 A3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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