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옥 앞에서 가로막힌 검찰수사... "못한 게 아니라 안한 것"

오경묵 기자
입력 2019.04.25 16:20
靑 압색 영장, 법원서 "관련성 없다"며 기각
물증도, 진술도 확보 못해 사실상 수사 좌초
일각에선 "꼬리자르기 아니냐" 비판도

조현옥(가운데) 청와대 인사수석이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문재인(오른쪽)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뒷편은 조국 민정수석. /뉴시스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에 대한 수사가 청와대 '윗선'을 규명하지 못한 채 사실상 끝났다.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만 재판에 넘겨졌고, 조현옥 청와대 인사수석에 대해선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주진우)는 25일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에 대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업무방해, 강요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기소했다. 하지만 이 부당한 인사개입에 최종 지시자로 지목된 조 수석에 대한 수사는 사실상 포기한 모습이다. 검찰 관계자는 "환경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만으로는 (조 수석의 개입 여부가) 규명이 전혀 안 되는 상황"이라며 "확보한 증거만으로는 조 수석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한 공모관계를 입증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보고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했다.

검찰 수사가 가로막힌 이유는 있었다. 검찰은 이달 초 청와대 인사수석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인사수석실의 환경부 관련 간담회 자료를 확보하려고 한 것인데, 법원은 "피의사실과 직접적 관련성이 없다"며 영장을 내주지 않았다. 결국 '물증' 확보에 실패하면서 수사가 좌초한 셈이다.

연결고리가 될 만한 진술 확보도 못했다.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은 검찰 조사에서 혐의를 대부분 부인했다. 신 전 비서관은 "보고받지 않았다"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의 진술이 많았다고 한다. 일부 사실관계를 인정한 대목에서도 "정상적인 업무의 일환이었다" "관행이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전 비서관은 검찰 조사에서 환경공단 상임감사로 박모씨가 내정된 이유에 대해 "진술할 수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일선 부처) 공무원이 인사수석과 직접 접촉하거나 보고하지 않는다"며 "(조 수석이) 김 전 장관과 직접 통화하거나 신 전 비서관에게 지시한 관계가 규명이 돼야 하는데 청와대 문건도, 관련자 진술도 확보가 안 된 것"이라고 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조 수석 관련 수사를 중단한 것은 결국 꼬리자르기 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검찰 한 관계자는 "범죄 혐의점이 짙은 상황에서 압수 수색에 실패했다고 수사를 접는 경우가 어디있느냐"며 "꼬리자르기가 아니라면 조 수석을 불러서 조사한 뒤에 수사를 마무리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했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조현옥 수석도, 조국 수석도 적어도 조사를 진행한 뒤에 결론을 내는게 맞는다"며 "검찰이 정권 눈치를 봐서 못한 게 아니라 안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수사를 사실상 마무리한 검찰은 산업통상자원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국가보훈처 등 고발이나 수사의뢰가 들어온 다른 정부 부처의 인사권 남용 의혹에 대해 수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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