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동시] 인사

박두순 동시작가
입력 2019.04.25 03:11

인사

우리 가족은 밖에 나갈 때
현관문에서 꼭
고개 숙이고 허리 굽혀 인사한다

-오늘도 잘 부탁합니다

종일 함께 걸어갈 신발에게.

ㅡ박예분(1964~ )

별난 인사도 있다. 신발에 하는 인사. 밖에 나갈 땐 누구나 현관에서 고개를 숙이고 허리를 굽혀 신을 싣는다. 그게 인사란다. 신발에 건네는 인사. 늘 신을 신으면서도 그걸 인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냥 신발 신는 것으로만 알았지. 예사로운 일상을 시인은 '인사'라는 의미로 풀어냈다.

신발에 인사할 만도 하다. 날마다 나를 업고 둥개둥개 어르며 다녔으니. 넘어지지 말고, 또박또박 걷고, 잘 살라며 신은 우리를 묵묵히 데리고 다녔으리라. 고마워라. 오늘도 종일 함께 세상을 걷지 않는가. 그러니 '잘 부탁한다'는 인사 한마디 해도 손해날 건 없다. 호호. 내가 나에게 건네는 따듯한 인사로 생각해도 좋을 것이니. 일상에서 별생각 없이 대하던 사물에 뜻을 매겨준 다섯 줄의 시가 아침의 체온을 데운다.


조선일보 A3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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