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美軍은 사드훈련 보란 듯 공개, 미 대사는 "한국 제안 모르겠다"

입력 2019.04.25 03:19
주한 미군이 핵심 기지인 평택의 캠프 험프리스에서 사드 전개 훈련을 실시했다. 사드 기지가 있는 경북 성주가 아니라 평택에서 이례적으로 사드 훈련을 한 것은 유사시 미군 사령부와 공군 전력 등이 집결한 평택 기지 및 수도권을 북 미사일 공격에서 보호하겠다는 취지일 것이다. 사드 최대 요격 거리(200㎞)를 감안할 때 성주 사드로는 평택 기지와 수도권 방어에 한계가 있다. 지금 성주 사드 기지도 반대 시위에 고립된 채 환경영향평가를 받느라 공사가 늦어지고 있다. 우리 국방부는 "훈련용 사드 발사대는 사실상 껍데기"라며 의미를 축소했다. 사드라면 경기를 일으키는 북을 의식한 반응일 것이다. 사드를 불편해하는 한국 정부의 심리를 미군도 잘 안다. 그런데도 보란 듯이 사드 훈련 사진들을 소셜미디어에 공개했다.

미국은 지난달 하와이 주둔 해병대를 한국으로 보내 독자 훈련을 했다. 미 해안경비대 소속 버솔프함을 부산에 입항시키기도 했다. 한·미 연합 훈련이 줄줄이 없어지는 상황에서 독자적 군사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다. 군사 동맹은 평소 손발을 맞춰봐야 유사시 제 전력이 발휘된다. 40여 나라와 군사 동맹을 맺은 미국이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다. 미군 독자 훈련은 북이 싫어하는 한·미 연합 훈련을 주저하는 한국 정부에 대한 시위로 읽힌다.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가 기자 간담회를 자처해 "(한국 정부가 말하는 북핵 협상의) 중간 단계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말한 것도 예사롭지 않다. 동맹국 대사가 주재국의 주요 안보 정책에 대해 공개석상에서 '모르겠다'고 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설명을 듣지 못했거나 설명을 들어도 이해가 안 간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완전한 비핵화 전에는 제재 완화 없다"는 미국의 뜻을 분명히 전달했는데도 동맹국인 한국이 자꾸 그와 배치되는 제안을 하니까 "모르겠다"고 돌려 말하는 것이다. 하노이 미·북 회담 결렬 순간까지 한국 정부는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한·미 정상이 '2분 단독 회담'을 하는 사태가 그냥 벌어진 것이 아니다. 동맹이 위험하다는 경고 신호가 곳곳에서 켜지고 있다.


조선일보 A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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