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궐, 이젠 한복 소녀 대신 모던걸!

김수경 기자
입력 2019.04.24 03:01

1900년대 멋쟁이들의 개화기 패션, 한옥마을 등 나들이 복장으로 인기
개화기 의상 전문 대여점도 늘어

대학생 박예진(25)씨는 지난 3일 친구들과 함께 서울 익선동 한 의상 대여점을 찾았다. 1800년대 후반부터 1900년대 초반 멋쟁이들이 입던 스타일의 의상을 빌려주는 '개화기 의상' 대여점이다. 박씨는 이곳에서 앞섶에 버튼이 줄줄이 달린 빨간색 원피스와 망사 달린 모자, 레이스 장갑과 양산을 빌렸다. 친구들도 각각 보라색과 진분홍색 원피스로 갈아입고 챙이 짧은 모자까지 눌러썼다. 모던걸로 변신한 박씨와 친구들은 근처 창덕궁을 찾아 기념사진을 찍었다. 지나가던 외국인들이 박씨와 친구들의 의상을 보고 "예쁘다"며 사진을 찍기도 했다. 박씨는 "옛날 스타일이지만 요즘 입어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세련되다"고 했다.

개화기 모던걸 차림으로 창경궁을 찾은 대학생 황윤주, 박예진, 최현진씨.(왼쪽부터) /황윤주씨 제공
나들이 패션이 근대화됐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궁궐이나 한옥마을 나들이 복장으로는 한복이 인기였다. 경복궁 입장료 3000원이 면제인 데다 고풍스럽다는 이유다. 최근 유행 좀 안다는 관광객들 사이에선 1900년대 초반의 세련된 개화기 패션이 대세다. 무료 입장은 아니지만 인스타그램에 '개화기' '개화기 의상' 등을 검색하면 인증 사진 수만 건이 나온다.

100년 전 스타일이 유행하는 건 화려한 개화기 의상이 잔잔한 고궁과 대비되면서도 이국적인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다. 개화기 의상 차림으로 창덕궁을 찾은 대학생 김윤지(22)씨도 "개화기가 꽃이 필 때라는 의미가 있다고 해서 벚꽃 구경하러 나오는 김에 빌렸다"며 "색깔이나 장식이 요즘 옷보다 화려하고 한옥 기와라든지 나무의 질감과도 잘 어울린다"고 했다.

서울 익선동과 전주 한옥마을, 경주 황리단길 등 개화기 의상을 대여해주는 전문점도 우후죽순 생겼다. 올해 초 문을 열었다는 전주 한옥마을 근처 개화기 의상 전문점 '귀족 의상실'엔 요즘같이 날씨가 좋을 땐 주말 손님이 하루 150여 명 몰린다. 대표 김지예씨는 "한복도 아름답지만 레이스와 벨벳 같은 소재로 된 화려한 색감의 개화기 의상도 한옥과 잘 어울린다"며 "전주에는 한옥만 아니라 전동성당 같은 벽돌 건물도 있어 모던걸과 모던보이 느낌을 내기 좋다"고 말했다.

소품을 포함해 의상 한 벌을 온종일 빌리는 데 4만5000원 정도 든다. 아예 개화기 의상을 구입하는 사람도 있다. 인터넷 쇼핑몰에선 벨벳 레이스 원피스, 더블 버튼 원피스 등을 판매한다. 한 벌 가격이 3만원 안팎. 모자, 장갑 등 소품은 따로 구입해야 한다.


조선일보 A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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