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사고에 줄줄이 보직 해임… 민영 언론까지 정권 눈치?

구본우 기자
입력 2019.04.23 03:01

연합뉴스TV 이어 MBN까지 자막·컴퓨터그래픽 실수에 보도 책임자 중징계 이어져
"징계 반복땐 표현의 자유 위축"

종합편성 채널 MBN은 22일 최근 발생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관련 자막 사고에 대한 책임을 물어 보도국장에게 '정직 3개월'의 중징계를 내렸다. 앞서 연합뉴스TV도 문 대통령 사진 밑에 북한 인공기를 배치하는 컴퓨터그래픽(CG) 실수 이후 보도국장과 뉴스총괄부장, 보도본부장 등 3명을 연이어 직위 해제했다. 보도 전문 채널과 종편에서 잇따라 보도 책임자에 대한 중징계가 이어지자 국내 방송사들이 지나치게 정권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표현의 자유 위축도 우려된다.

MBN이 지난 11일 '백운기의 뉴스와이드'에서 김정숙 여사를 '김정은 여사'로 잘못 표기한 장면. /MBN
MBN은 지난 21일 오전 '뉴스와이드 주말' 방송에서 화면 하단에 'CNN "북 대통령, 김정은에 전달할 트럼프 메시지 갖고 있어"'라는 자막을 내보냈다. '문 대통령'을 '북 대통령'으로 잘못 표기한 방송 사고(事故)였다. MBN은 앞서 지난 11일 '백운기의 뉴스와이드'에서도 김정숙 여사를 '김정은 여사'로 표기하는 사고로 시청자들에게 사과했다. 실수가 두 차례 이어지자 보도국장에게 책임을 물은 것이다. 그러나 신성호 성균관대 교수는 "연합뉴스TV나 MBN 모두 실무진의 오타 실수에 따른 징계라고 보기엔 너무 무겁다"면서 "지나친 중징계가 반복될 경우 언론이 누려야 할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노골화되고 있는 북한의 우리 정부 비난을 지상파 방송이 오히려 긍정적으로 해석해 보도한 일도 있었다. 지난 1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한·미 정상회담에 참석한 문 대통령을 겨냥해 "오지랖 넓은 중재자"라며 비난했다. 하지만 MBC '뉴스데스크'는 다음 날 "(김 위원장이) 불만을 표시하긴 했지만 문 대통령에게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더 적극적 역할을 해달라는 뜻"이라고 해석해 전했다. MBC는 12일 미국 국가이익센터 해리 카지아니스 국장과의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문 대통령이 앞으로는 북·미 사이에서 촉진자뿐 아니라 구세주가 될 수도 있다"는 보도를 하기도 했다.

KBS의 경우 김정은의 문 대통령 비난에 대해 "이번 연설로 북·미 정상이 모두 3차 정상회담 개최 의지를 확인한 걸로 평가하고 있다"는 청와대의 분석만 전했다. '정권 입맛에 맞춰 뉴스를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KBS 공영방송노조는 최근 성명서를 내고 "언론이 권력을 편들고 비판과 견제 기능을 못 하게 되면 나라가 망한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 A21면
베르나르 뷔페

오늘의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