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최저임금은 낮추고, 근로장려세제를 확대해야

홍순만 연세대학교 행정대학원 부원장
입력 2019.04.23 03:13
홍순만 연세대학교 행정대학원 부원장
현 정부는 지난 2년간 최저시급을 크게 인상했다. 하지만 저소득층의 삶은 더 궁핍해졌다. 2018년 4분기 통계청 가계동향 조사에서 소득 하위 20% 가구 소득이 전년 대비 18% 감소했다. 특히 근로소득은 전년 대비 무려 37% 감소했다. 고용지표는 더욱 암울하다. 정부 노력에도 우리 경제 허리 역할을 하는 연령대의 실업자는 오히려 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은 정부가 보호해야 할 취약계층을 오히려 시장에서 쫓아내는 정책이다. 특히 정부의 보호가 필요한 사람들, 즉 재취업하기 어려운 고령층과 장애인이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된다. 기업 관점에서 봐도 저임금 근로자를 많이 고용한 소상공인, 중소제조업체부터 시장에서 도태된다. 커피숍 알바 자리는 경쟁률이 치솟고, 지방 공장들은 구인난에 시달리게 되었다. 기업들은 고용이 필요 없는 분야 또는 해외로 투자를 전환하고 있다. 고용지표는 더욱 악화될 것이다.

대안은 무엇인가? 근로장려세제(EITC) 혜택을 크게 확대해 고용 증대와 취약계층 지원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 근로장려세제는 일정한 요건을 충족한 저임금 근로자들에게 장려금을 지급하는 제도이다. 매년 가구당 평균 약 100만원 지급하는 금액을 취약계층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도록 크게 인상해야 한다. 정부 재정이 소요되지만 기초생활보장 또는 실업급여 등 전통적 복지정책에 비하면 효율적이다.

이 정책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최저임금을 합리적 수준으로 조정해 취약계층을 노동 시장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임금이 낮아지면 기업은 사람을 더 고용할 것이고, 근로자들은 근로장려금을 받아 최저임금 이상의 급여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이 정책은 기업들에도 유리하다. 근로장려금이 증가하면 취약계층들은 기존보다 더 낮은 임금을 받고도 일할 용의가 있게 된다. 따라서 기업들은 임금을 낮출 수 있어 정책의 간접적 수혜자가 된다. 취약계층을 많이 고용한 기업일수록 수혜도 커진다. 마치 정부가 기업들로 하여금 취약계층을 적극적으로 고용하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꼴이다. 근로장려금을 통해 취약계층 근로자, 소상공인, 중소기업 모두에게 수혜가 돌아간다. 해외 연구에 따르면 근로장려세제 혜택의 약 70%는 근로자에게, 나머지 30%는 기업에 귀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근로장려세제가 확대될 경우 최저임금도 합리적 수준에서 유지될 필요는 있다. 만약 최저임금이 없다면 고용주와 근로자가 제도의 허점을 악용할 가능성이 있다. 즉 기업과 근로자들이 서로 합의하에 임금 수준을 낮추고 그 대신 정부로부터 장려금을 수령하도록 근로계약을 수정할 수 있다. 따라서 최저임금은 정부의 시장 개입이 없었을 경우에 형성되었을 임금 수준, 즉 '합리적 수준'에서 유지될 필요가 있다.

정부는 대한민국에서 근로자들이 열심히 일하는 한, 빈곤층이 되지 않는 나라를 만들 의무가 있다. 전체 국민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저임금 근로자들이 근로소득만으로 가족을 부양할 수 없다면, 이들은 미래에 대한 꿈을 갖기 어렵다. 꿈이 없는 사회는 병든 사회이다. 현재와 같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이 병을 고치기 위한 대안이 결코 될 수 없다.


조선일보 A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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