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신청한 '형 집행정지', 까다롭게 만든 윤길자 사건은?

김명진 기자
입력 2019.04.20 06:00 수정 2019.04.29 17:47
朴 前대통령, 17일 ‘형 집행 정지’ 신청
"윤길자 사건 이후 암 환자도 어려워져"
朴 출소 여부는 ‘윤석열’ 손에 달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17일 변호인을 통해 검찰에 ‘형(刑) 집행 정지’를 신청했다. 박 전 대통령 측 유영하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은 (척추 질환으로) 불에 데인 것 같은 통증과 칼로 살을 베는 듯한 통증, 저림 증상으로 정상적인 수면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된 지 748일만이다.

법조계에선 박 전 대통령이 형 집행 정지로 풀려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2013년 이후 형 집행 정지 신청 심사가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검찰 고위간부는 "이른바 ‘윤길자 사건’ 이후부턴 암(癌) 환자도 형 집행 정지로 나오기 어려워졌다"고 했다. 형 집행 정지 허가를 엄격하게 만든 ‘윤길자 사건’은 무엇일까.

영남제분 회장의 부인 윤길자는 여대생 살인교사로 2004년 대법원에서 무기징역형을 확정받았지만, 2007년 형 집행 정지를 통해 풀려났다. 윤길자는 2013년 재수감되기 전까지 주로 병원 1인실이나 특실 등을 전전하는가 하면 외출도 자유롭게 하는 등 ‘합법적 탈옥’ 생활을 해왔다./SBS 방송 캡처
윤길자 사건은 17년 전 발생한 ‘여대생 공기총 피살 사건’에서 시작됐다. 2002년 3월 6일 새벽 이화여대 법대에 다니던 하모(22)씨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자택을 나선 뒤 실종됐다. 하씨는 열흘 뒤 경기 하남시 검단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주검으로 발견된 하씨는 손발이 빨랫줄로 묶여 쌀포대에 담겨 있었다. 하씨는 머리에 공기총 여섯 발을 맞은 상태였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사건은 ‘불륜 의심’에서 비롯된 청부살인. 영남제분 회장 부인인 윤길자씨가 판사인 사위와 하씨가 불륜 관계라고 오해해 사람을 사서 여대생을 살해한 사건이다. 윤씨는 현직 경찰관을 포함해 10여명을 동원해 두 사람을 미행했다. 두 사람의 불륜 현장을 잡지 못하자 윤씨는 자신의 조카와 그의 고교 동창에게 1억7500만원을 주고 죽여달라고 청부했다. 살인을 교사한 윤길자와 하씨를 살해한 두 범인에 대해 대법원은 2004년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을 확정했다.

윤길자라는 이름은 11년 뒤 다시 떠올랐다. 2013년 5월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재조명된 것이다. 방송은 윤길자가 유방암·파킨슨증후군·우울증·당뇨 등 12개 질환을 앓고 있다며 검찰에 형 집행 정지를 신청했고, 2007년 풀려난 이후 감옥 대신 병원 특실에서 생활을 하고 있다고 했다. 당시 검찰은 윤길자 남편인 류원기 영남제분 회장이 의사에게 돈을 주고 허위 진단서를 받아 가능했던 ‘합법적 탈옥’이었다고 봤다.

윤길자의 남편 류원기 영남제분 회장./조선DB
검찰에 따르면 박모 교수는 자신의 전문 분야인 유방암 관련 의료 기록을 교묘히 조작하거나 다른 분야 협진의들의 진료 기록과 전혀 다른 진단서를 작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0년 7월 윤길자의 건강 상태가 매우 호전됐다는 진단서를 발급한 지 하루 만에 ‘당뇨·압박골절·백내장 등으로 건강 상태가 극도로 좋지 않아 수감 생활이 불가능하다’며 180도 뒤바뀐 진단서를 발급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윤길자씨를 같은 달 재수감했다. 남편 박씨와 허위 진단서를 발급해준 의사 역시 검찰 수사를 통해 재판에 넘겨졌고, 남편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의사는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다만 검찰이 허위·과장이라고 판단한 진단서 발급 부분에 대해서 대법원은 전부 무죄라고 판단했다.

법무부와 대검찰청은 윤길자 사건 이후 형 집행 정지의 심의과정을 강화했다. 임의적으로 거쳤던 심의위원회를 필수적으로 거치도록 하고, 의학적 판단의 투명성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심사에 참여하는 의사를 2명으로 늘렸다. 형 집행 정지 허가시 의료기관 등으로 주거를 제한하거나 의료기관에서의 외출·외박을 금지하는 조건도 추가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조선DB
박 전 대통령의 형 집행 정지는 검찰 내부 심의위원회를 거친 뒤 결정된다. 위원장은 서울중앙지검에서 공판 부서를 총괄하는 박찬호 2차장이 맡고, 박 전 대통령 사건 담당 주임 검사 3명, 의사 2명을 포함한 외부위원 3명으로 꾸려진다. 심의위원회의 회의를 거친 뒤 최종 결정은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해야 한다.

현재로선 박 전 대통령이 출소(出所)할 방법은 사실상 형 집행 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지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박 전 대통령은 작년 국정 농단 사건 항소심에서 징역 25년을 선고받고 현재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이 사건 구속 기간은 지난 16일 자정을 기해 만료됐지만, 이와 별개로 기소된 새누리당 공천 개입 사건으로 지난해 11월 징역 2년을 확정 받았다. 국정원 특활비 수수 혐의도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고 조만간 2심이 시작 된다. 17일 이후부터는 형이 확정된 기결수 신분이 됐기 때문에 미결수가 출소할 수 있는 보석으론 나올 수 없다.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를 바라는 것도 국정 농단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단이 끝난 뒤라야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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