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해임·측근 압박”...낱낱이 드러난 트럼프의 수사 방해 정황

이선목 기자 박민수 인턴기자
입력 2019.04.19 18:41 수정 2019.04.19 18:42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러시아 스캔들’ 의혹을 수사한 로버트 뮬러 특검의 보고서 편집본이 18일(현지 시각) 공개된 가운데, 448쪽 분량의 보고서에는 특검 수사를 막기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수사 방해 정황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미 법무부는 지난 달 28일 공개한 4쪽짜리 보고서 요약본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수사 방해 혐의에 대해 "입증할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날 공개된 보고서 편집본엔 트럼프 대통령의 수사 방해 정황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법 방해를 한 것이 사실로 인정되면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이 사안은 뮬러 특검 수사의 핵심 축이었다.

미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방해 의혹과 관련한 10가지 사례를 정리해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보고서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뮬러 특검 해임을 거듭 지시한 것, 트럼프 대통령에 등을 돌리고 특검 수사에 협조한 마이클 코언 변호사와 폴 매너포트 전 선대본부장의 증언을 막으려고 한 정황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주요 내용을 사안별로 정리했다.

① 뮬러 특검 해임 시도

2019년 3월 2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러시아 스캔들’ 의혹 등을 수사해온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가 워싱턴DC 세인트 존스 교회에서 예배를 마친 후 아내와 함께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트럼프 측근들의 증언에 따르면, 2017년 5월 17일 뮬러 특검이 임명된 후 "내 대통령직은 끝났다"며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계속해서 뮬러 특검 해임을 시도했다. 그는 ‘이해충돌’을 거론하며 뮬러 특검의 해임 필요성을 주장했다. 뮬러 특검이 ‘러시아 스캔들’ 수사에 처음 착수했다 해임된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과 가까운 사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들은 뮬러 특검이 임명되기 전 이미 법무부에서 그 사안을 검토했다며 그의 주장을 일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사법방해 의혹으로 수사 대상에 올랐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도널드 맥갠 백악관 법률고문에게 직접 뮬러 특검의 해임 추진을 종용했다. 맥갠 고문은 특검 증언에서 "이런 사실(뮬러 특검 해임 지시)이 알려지면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다는 우려에 지시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뮬러 특검 해임 시도가 불발된 뒤에는 이를 지시한 사실을 덮으려 했던 정황도 드러났다. 지난해 1월 트럼프 대통령이 맥갠 고문에게 뮬러 특검 해임과 관련한 지시를 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트럼프 대통령은 맥갠 고문에게 이를 부인하라고 압박했다. 그러나 맥갠 고문이 이를 끝끝내 거부하자 백악관이 나서 관련 언론 보도가 ‘가짜 뉴스’라고 대응했다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맥갠 고문이 포섭되지 않으면 그를 제거해야 할 수도 있다"는 발언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②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 압박·해임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 /AP
2016년 미 대선 당시 트럼프 선거 캠프와 러시아 정부의 공모 의혹에 관한 FBI의 수사에 개입한 정황도 드러났다.

2017년 1월 트럼프 대선 캠프에서 외교 정책 등을 담당했던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대선 직후인 2016년 12월 세르게이 키슬랴크 미국 주재 러시아 대사와 접촉했다는 내용의 언론 보도가 나왔다. 이에 트럼프 선거 캠프와 러시아의 공모 의혹이 불거졌고,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2월 플린 보좌관을 해임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제임스 코미 당시 FBI 국장을 백악관 사적 만찬에 초대해 ‘충성이 필요하다’며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후에도 FBI가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계속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5월 코미 전 국장을 전격 해임했다.

코미 전 국장을 해임한 이유에 대해 백악관은 힐러리 클린턴 전 민주당 대선 후보의 이메일 스캔들을 잘못 처리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법무부의 관련 의견서를 받기도 전 이미 코미 전 국장을 해임했으며, 이후 러시아 측에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해 큰 압박을 받았지만 코미의 해임으로 해결됐다"는 발언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코미 국장 해임 이후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마녀 사냥’으로 몰아 세웠다. 보고서는 이에 대해 "차기 FBI 국장의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위"라고 명시했다.

③ 제프 세션스 전 미 법무장관 압박·해임

제프 세션스 전 미 법무장관. /AP
트럼프 대통령은 법무부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에도 개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세션스 전 장관에게 거듭 수사 지휘를 요구했다.

그러나 세션스 전 장관은 트럼프 대선캠프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지휘할 수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분개했고 입장 철회를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션스 전 장관이 사임 의사를 밝힌 후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반려하면서 수차례 수사 개입을 강요했다.

세션스가 끝내 이를 거부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세션스 전 장관을 해임하고 윌리엄 바를 법무장관에 기용했다.

보고서는 이에 대해 "대통령은 세션스 법무장관의 수사 개입이 (자신을) 방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고, 러시아 스캔들 수사의 방패가 될 것이라고 믿었다"고 추정했다.

④ 수사망에 오른 측근들 압박

트럼프 대통령이 특검 수사망에 오른 자신의 측근들을 회유·압박한 정황도 포함됐다.

한때 트럼프 대통령의 ‘충견’으로 불린 변호사 마이클 코언은 러시아 모스크바 타워 건설 프로젝트를 맡아 트럼프 대통령에게 수차례 관련 보고를 한 인물이다. 그는 2016년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성관계를 주장한 여성 2명에게 ‘입막음 합의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2018년 11월 29일 마이클 코언 변호사가 뉴욕연방지방법원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AP
그는 뮬러 특검의 집중 수사 대상이었다. 지난해 초 FBI는 코언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압박을 강화했고, 결국 코언은 유죄를 인정하는 대신 형량을 감형받는 플리바겐을 택해 특검 수사에 협조했다.

코언은 미 의회에서 모스크바 프로젝트와 ‘입막음용 합의금’에 대해 위증한 사실을 인정했고, 지난해 12월 열린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판결 직후 "코언에게 법을 어기라고 지시한 적 없다"며 선긋기에 나섰다. "코언이 수사 후 쥐새끼가 됐다"며 원색적 비난도 계속했다. 그러나 코언은 이후 "모든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시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보고서는 이에 대해 "모스크바 프로젝트에 대해 코언 변호사가 의회에서 거짓 증언한 것을 대통령이 알고 있다는 증거가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역시 특검 수사에 협조한 플린 전 보좌관을 회유하려는 시도도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플린 전 보좌관이 대선 기간 러시아와의 접촉 의혹에 관한 허위 보고를 인정하자 사람을 보내 플린 측과 접촉을 시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당신에 대한 온정이 남아있다"며 수사 관련 정보를 공유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플린측이 이를 거부하자 "그것(거부)을 대통령에 대한 ‘적대감’으로 이해하겠다"며 압박성 발언도 했다.

다만 보고서는 뮬러 특검의 1호 기소 대상이었던 매너포트 전 선대본부장의 사면 가능성을 언급한 것도 회유를 위한 시도였다는 관측에 대해 "진행 중인 사항에 문제가 될 수 있다"며 관련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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