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광고주들은 2049 시청률만 본다

이민아 이코노미조선 기자
입력 2019.04.21 06:00
[이코노미조선]
가구시청률 종말 다가와
젊은 시청자 발라내 파악
SNS·다시보기 등 반영

방송·광고업계에서는 기존의 가구당 시청률이 최근 다양해지고 있는 방송 콘텐츠 소비 행태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지난 3월 종영한 KBS 2TV의 ‘하나뿐인 내 편(왼쪽)’은 가구당 시청률이 50%에 육박했다. JTBC의 ‘SKY캐슬’은 20% 중반이었다. /KBS, JTBC
직장인 한영미(28)씨는 올해 2월 생애 첫 독립을 하면서 가전제품 등 살림살이를 장만했지만, TV는 구입하지 않았다. 프로그램의 본방송을 보려고 TV 앞에서 기다려 본 적이 최근 몇 년간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지상파 방송을 비롯한 국내 콘텐츠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푹(POOQ)’으로, 국외 콘텐츠는 글로벌 OTT인 ‘넷플릭스’로 본다. 한씨는 "OTT 앱이 있으면 언제든 원하는 프로그램을 몰아서 볼 수도 있는데, 굳이 본방송 시간에 챙겨볼 이유가 없다"면서 "TV를 샀을 때 누릴 수 있는 장점은 화면이 크다는 것 정도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씨처럼 시청자들의 방송 콘텐츠 시청 행태가 달라지면서 가장 중요한 척도로 꼽히던 ‘가구당 시청률’의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이 때문에 방송사들은 콘텐츠의 수익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광고주들에게 제시해야 할 새로운 지표를 개발하고 있다. 방송·광고업계는 ‘가구당 시청률이라는 낡은 기준으로는 방송 콘텐츠의 영향력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는 공감대로 고민이 깊다. 시청률조사기관 닐슨코리아와 티엔엠에스(TNMS)는 월소득·연령대·지역·가족수 등을 기준으로 표본 가구를 선정해 이들의 TV에 측정기를 달아 시청률을 집계한다. 쉽게 말해 가구당 시청률이 10%라는 건, 측정 대상 TV를 보유하고 있는 전체 가구 수가 1000가구라면 이 가운데 10%(100가구)가 같은 프로그램을 보고 있다는 의미다.

이는 시청률이 TV뿐 아니라 스마트폰 등으로 다양하게 시청하는 행태를 담지 못한다는 한계를 보여준다. 가구에서 채널의 주도권을 잡고 있는 연령대가 주로 50대 이상이라는 점도 지적된다. 소비력이 있는 연령대인 20~40대의 수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 드라마 제작사 대표는 "예전에는 방송이 나가면 시청률이라는 성적표를 기다리며 잠을 못 이뤘지만, 이제는 온라인 반응 등 다양한 기준으로 드라마의 성패를 가늠한다"고 말했다.

‘하나뿐인 내 편’의 인기는 중장년층에서 두드러졌다. /KBS
1│진짜 게임은 ‘2049 시청률’

방송·광고업계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지표는 ‘2049 시청률’이다. 전체 가구시청률에서 20~49세 시청자의 개인별 시청률을 별도로 집계한 수치다. 광고주들이 소비를 많이 하는 연령대에 광고를 노출해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방송사들은 2049 시청률에서 성과를 거두면 ‘젊은 방송으로 거듭났다’며 이를 자랑한다.

지난 3월 종영한 KBS 2TV 주말드라마 ‘하나뿐인 내 편’의 가구당 시청률은 49.4%였다. 50%를 넘은 드라마는 지난 2010년 ‘제빵왕 김탁구(50.8%·KBS 2TV 방영)’가 마지막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성과다. 온·오프라인에서 각종 패러디물을 낳으며 화제를 끌어모았던 JTBC 드라마 ‘SKY캐슬(2019년 2월 종영)’ 최고 시청률 23.7%의 두 배 수준이었다. 하지만 2049 시청률을 놓고 보면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SKY캐슬과 하나뿐인 내 편의 2049 최고 시청률은 각각 14.8%, 16.24%로 가구당 시청률에 비해 격차가 현저히 적다.

이는 하나뿐인 내 편의 높은 가구시청률이 50대 이상의 고령층 시청자들의 호응에 따른 것이었다고 분석할 수 있다. 한 드라마 스튜디오 관계자는 "모든 연령대를 포괄하는 가구당 시청률은 광고주를 효과적으로 설득할 수 있는 지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2│SNS 화제성 중요 지표

방송 콘텐츠를 온라인 공간에서 언급하고 재생산하는 움직임을 모두 포괄하는 지표도 있다. CJ ENM은 2012년부터 닐슨코리아와 공동 개발한 ‘콘텐츠 영향력 지수(CPI·Contents Power Index)’를 발표하고 있다. CPI는 시청자가 방송 프로그램을 본 후 관련 콘텐츠를 소비하는 행동을 수집하고 측정한다. 6대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관련 단어 검색, 블로그·게시판·지식검색·SNS·커뮤니티·동영상에 달린 댓글을 모두 수집해 지표에 반영한다. 현재 지상파 3사와 CJ ENM이 운영하는 7개 채널(tvN·Mnet·OCN·온스타일·OtvN·올리브·XtvN) 프로그램만을 대상으로 한다.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의 ‘TV 화제성 평가’는 일주일간의 온라인 반응을 분석해 방송 프로그램의 순위를 매주 발표한다. 조사 대상은 지상파 3사와 종합편성채널 4개 채널의 프로그램 그리고 케이블 채널 21개다. 지난 2014년부터 공개된 수치다.

KBS는 지난해 1월 닐슨코리아·굿데이터코퍼레이션과 손잡고 콘텐츠 이용 통합지수 ‘코코파이’를 개발했다. 코코파이는 본방송, 재방송, 유통채널, VOD 시청자 수를 합산한 ‘파이-TV(PIE-TV)’와 뉴스, 커뮤니티, SNS, 동영상의 네 가지 영역에서 시청자 반응을 조사하는 ‘파이-논TV(PIE-non TV)’ 두 가지 지표로 구성됐다.

다만, 일부 지표는 개별 방송사들이 발표하는 지수라서 "스스로 유리한 지표를 만들었을 것"이라는 비판적인 시각도 제기된다.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은 정부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발표하는 ‘가치정보 분석시스템(RACOI)’이다. 지난해 1월부터 방송 콘텐츠에 대한 시청자들의 인터넷상 반응을 분석해 공개하고 있다. 국내외 웹사이트에서 방송 콘텐츠 관련 단어의 언급량을 집계해 TV시청률 중심의 콘텐츠 평가를 보완하겠다는 취지에서 개발됐다. 개별 방송 콘텐츠의 언급량을 수치로 공개하는 데 더해, 조회 수가 많았던 기사·커뮤니티게시글·동영상의 원문을 함께 볼 수 있도록 했다.

3│‘다시보기’ 합산, 시청자 수 공개

시청 행태가 다양해지고 있는 것을 감안한 대안 지표들도 나왔다. 여러 전자기기로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을 포함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개발된 수치다.

TNMS는 2017년 11월부터 다시보기 시청이 합해진 TTA(Total TV Audience·통합 시청자 수) 데이터를 발표하고 있다. 본방송에 더해 케이블채널의 재방송과 IPTV 3사의 주문형 비디오(VOD)를 통해 시청한 총시청자 수를 합산한 지표다.

닐슨코리아는 지난해 1월부터 시청률에 더해 ‘시청자 수’를 조사해 발표하고 있다. 시청자 수 조사는 구성원마다 리모컨을 다르게 쓰는 방식으로 개인의 시청 행태를 집계하는 방식이다. 기존에 발표하던 시청률 조사는 가구 중 한 명만 TV를 봐도 해당 가구 구성원 모두가 그 프로그램을 보는 것으로 간주해 집계되는 방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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