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웨이의 세계 TOP… 샤넬도 사로잡은 그들의 워킹

최보윤 기자
입력 2019.04.19 03:23 수정 2019.04.19 03:26

신현지&배윤영… 세계 모델 랭킹 사이트서 'TOP 50'에 선정
패션위크서 韓 모델의 진가 발휘한 신현지, '한국의 뮬란' 배윤영은 동양적 눈매로 인기

2017 fw ‘필로소피’ 쇼에서 만난 두 사람.
"살아남으려면 '자신감과 눈치'가 있어야 하더라고요. 영어 공부도 열심히 하고 체력을 위해 비타민과 영양제도 쏟아넣고 있어요, 하하!"(신현지)

"목표로 잡고 달려오던 게 현실이 되어 얼떨떨해요. '꿈은 이루어진다'는 말이 이제야 크게 와 닿습니다!"(배윤영)

해외 패션위크를 누비는 모델 신현지(23)와 배윤영(22)이 최근 세계적인 모델 랭킹 사이트 '모델스닷컴(models.com)'이 꼽은 '톱 모델 50'에 올랐다. 글로벌 광고와 해외 유명 매거진 촬영, 각종 패션쇼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준 톱모델 50인을 꼽는 것으로 신현지는 지난 1월에, 배윤영은 4월에 '톱 50'으로 최종 선정됐다. 2017년 5월부터 '톱 50'을 지키고 있는 최소라와 지난해 9월 '톱 50'에 새로 진입한 정호연까지, 한국은 4명의 이름을 올리며 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톱 모델을 보유한 나라가 됐다.

둘은 2013년 온스타일 채널의 '도전! 수퍼모델 4'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다. 당시 신현지가 우승했다. 우아한 광대 라인과 빛나는 피부, 시원한 미소로 주목받은 신현지는 2016 봄·여름 뉴욕 패션위크로 본격적인 해외 활동에 나섰다. 루이비통·샤넬·생로랑·펜디·지방시·프라다 등 2019 가을·겨울 시즌에만 33개의 런웨이에 올랐다. 카를 라거펠트와 샤넬 광고 캠페인도 촬영했다.

동양적 눈매와 턱선으로 '한국의 뮬란'이란 애칭을 얻은 배윤영은 2017년 봄·여름 프라다 컬렉션 독점 모델로 데뷔했다. 샤넬·버버리·펜디·발렌티노·크리스찬 디올 등 여러 무대에 오르며 2019 가을·겨울 27개 컬렉션을 누볐다. 영국 보그 표지 모델이 됐고, 최근 샤넬-퍼렐 광고 캠페인에도 등장했다.

(사진 왼쪽)2019 가을·겨울 ‘생로랑 바이 안토니 바카렐로’ 무대 위 신현지. 그는 “영어 실력을 더 향상시켜 할리우드 진출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 오른쪽)2019 가을·겨울 ‘필로소피 디 로렌조 세라피니’ 무대에 선 배윤영. 그는 “남들이 모델로서 한계라고 하는 것을 뛰어넘고 싶다”고 말했다. /생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YG KPLUS·필로소피 디 로렌조 세라피니

현재 뉴욕에 거주하는 두 사람은 "트렌드의 선두에 서는 건 멋지고 실험적인 일"(신현지), "한국인임을 먼저 알아봐 주고 K뷰티와 K팝을 좋아한다고 말해주는 이들 덕분에 어깨가 으쓱하다"(배윤영)며 말문을 열었다. 신현지는 "카를 라거펠트의 마지막 캠페인(광고) 작업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면서 "촬영 전날 식당에서 그와 마주쳤는데 먼저 인사하고 농담도 건네주더라. 잊지 못할 최고의 날이었다"고 했다.

조명이 화려할수록 이면은 어둡다. 극심한 다이어트는 일과가 됐고, 킬 힐 위에서 꼿꼿한 자태를 살리느라 온몸은 부상병동이다. 오디션 끝나면 또 오디션…. 단 몇 분간의 런웨이를 위해 내내 절제와 인내로 살아야 한다. 신현지에게도 그런 순간이 있었다. 2019 봄·여름 시즌 발목 부상으로 런웨이에 설 수 없었던 것. "순식간에 라이징 스타를 찾아내는 게 이 업계잖아요. 손 쓸 새도 없이 밀려나지요. 기회가 왔는데도 준비가 되지 않아 붙잡지 못한 나 자신에게 화가 너무 났어요. 지금도 힘들 때면 그때를 떠올리죠." 배윤영도 "음식을 극도로 자제해야 해서 속상할 때가 많다. 게다가 한국을 대표한다고 생각하니 남들 시선에 어긋나지 않게 절제하며 살겠다고 각오를 다진다"고 덧붙였다.

어제의 친구가 오늘의 경쟁자인 '전쟁터' 속에서 이들을 버티게 해준 건, 스타 디자이너들이 아닌 모델 동료들의 따뜻한 격려였다. 배윤영은 "사기가 떨어질 때면 '타고난 사람을 따라잡기 벅찰 수 있지만, 노력하는 사람은 사람을 한 번 더 돌아보게 한다'는 말을 떠올린다"고 했다. 신현지는 "신인 때 룸메이트가 '캐스팅이 되지 않는다 해서 상처받지 마라. 시즌 이미지와 맞지 않는 것일 수 있으니 너무 낙심하지 마라. 놓친 건 그들이지 네가 아니다'라고 해준 조언이 지금으로 이끌었다"고 했다. 전화를 끊은 뒤 그들은 해외 촬영을 위해 다시 짐을 쌌다.


조선일보 A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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