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헌 "'썸' 타는데 불륜이라는 것"…강제징용 재판거래 반박

백윤미 기자
입력 2019.04.15 18:42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15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기소된 임종헌(60·사법연수원 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외교부와의 ‘강제징용 재판 거래 의혹’에 대해 "남녀 간에 ‘썸’만 타고 있는데, 불륜관계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강제징용 사건에 외교부의 입장을 반영한 것과 법관의 재외공관 파견은 서로 대가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임 전 차장은 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재판장 윤종섭) 심리로 열린 재판에 출석해 검찰 의견을 반박하며 이같이 말했다. 검찰은 이날 법원행정처가 2013년 10월 작성한 ‘법관의 재외공관 파견 설명자료' 등을 증거로 제시하며 법원행정처가 외교부 관계자를 지속적으로 만나 법관 해외파견을 성사시키기 위해 설득했다고 주장했다. 법원행정처가 참고인 의견서 제출제도를 도입하기로 한 것도 이 같은 대가를 바란 것이라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이에 대해 임 전 차장은 "장관과 차관, 국장급 등 외교부 주요 인사들은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과 법관 재외공관 파견 문제가 대가관계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모 외교부 담당 국장은 ‘두 문제를 연계해서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해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교부와 저의 인식은 전혀 두 사건을 대가관계로 인식하지 않았다"며 "마치 남녀 간에 썸만 타고 있는데, 확대해석해 불륜관계라고 주장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임 전 차장은 "참고인 의견서 제출 제도는 강제징용 사건이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지만, 그 사건 이외에도 활용 가능한 영역이 있는지 검토했다"며 "외교부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할 목적으로 제도를 도입했다는 건 검찰의 일방적 주장이며, 앞으로 증인신문 과정에서 드러날 것"이라고 했다.

임 전 차장 측 변호인도 "2012년 9월부터 해외 파견을 추진해 외교부 관계자를 만나왔다"며 "우연이 겹치면 필연이라고 했는데, 2013년부터 했다면 그 말이 맞을 수 있지만 이미 그 전부터 만나고 있었다"고 반박했다.

이날 검찰은 상고법원 도입과 관련해 2015년 3월 시진국 판사가 임 전 차장의 지시로 작성한 ‘상고법원 관련 BH(청와대) 대응전략' 문건도 증거로 제시했다. 검찰은 "이병기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의 최대 관심사가 ‘한일 우호관계의 복원’이기 때문에 강제징용 사건에 대해 파기환송 판결을 기대할 것으로 예상되니 박병대 처장이 직접 만나 법원이 협조하겠다는 노력 또는 공감 의사를 피력하는 방안이 검토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임 전 차장 측 변호인은 "작성 시점의 이슈를 반영한 문건에 불과하다"며 "2015년 3월 정치상황 상 상고법원 도입 최종 결정권한은 청와대에 있다고 볼 수밖에 없어 구체적인 방안을 정리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보고서에서 말하는 비서실장과 특보의 접촉 방안은 상대방을 직접 만나 대화하고 협조를 부탁하는 방법·기술에 해당하는 것"이라며 "행정처장이 재판에 영향을 미친다는 말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강제징용 사건 재상고심의 주심이었던 김용덕 전 대법관과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 이병기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이들에 대한 증인신문은 오는 7월 중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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