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일의 입] 잇단 인사 실패…문대통령과 조국 중 누구의 책임인가

김광일 논설위원
입력 2019.04.15 18:08

문재인 대통령이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헌재 재판관에 지명한 후 온갖 문제점이 드러났음에도 임명을 강행 하는 과정을 보면 박근혜 정부 이후에 들어선 문재인 정부가 ‘도덕적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단적으로 드러난다고 본다. 어느 정권이든 도덕적 흠결이 있는 사람이 고위 공직에 오르는 경우는 있었다. 그러나 지금 정권은 그 도덕적 흠결을 부끄러워하지 않기로 결심한 사람들 같다. 온몸에 오물이 묻어서 냄새가 진동하는 데도 이 정권 사람들은 "우리가 뭘 잘못했느냐"고 대든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내로남불, 이 정권의 특징이 ‘내로남불’인 줄 알았는데 그 정도가 아니다. 이 정권은 ‘적반하장’, 도둑이 몽둥이 들고 설치는 형국이다.

이미선 헌재 재판관 후보자의 남편인 오충진 변호사, 이 사람에 대해서 자유한국당은 이렇게 설명했다. "거래정지 전 주식을 대량 매도하고, 거래재개 후 폭락한 주식을 다시 사들여 공정위 과징금 처분 직전 대량 매도하는 등의 매매 형태는 전형적인 작전세력의 패턴이다." 이게 무슨 말인가. 흔히들 주식 투자는 타이밍이라고 한다. ‘발바닥 가격일 때 사들이고, 상투 끝 가격일 때 팔면’ 최상이겠지만, 그것은 전문가도 꿈꾸지 못하는 인간의 능력 밖이다. 그래서 "무릎 근처에서 사고, 어깨에서 팔아야 한다"는 격언도 있다. 그런데 이미선 부부는 거래정지 전에 주식을 대량 매도했다는 것이다. 배가 폭포로 떨어지기 직전에 배에서 내렸다는 뜻이다. 이어서 가격이 폭락한 상태에서 거래가 재개된 주식을 다시 사들였다고 했다. 마치 ‘신의 손길’처럼 ‘발바닥’에서 사들인 것이다. 끝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과징금 처분을 내리기 직전에 다시 대량 매도했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배가 다시 한 번 폭포로 떨어지기 직전에 배에서 뛰어내리는 ‘신의 솜씨’를 보여주었다.

오충진 변호사는 ‘존경하는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님께’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의원님과 사법연수원 23기 동기 사이인데 이렇게 공방을 벌이는 악연을 맺게 되어 매우 유감"이라고 했다. 느닷없이 ‘사법연수원 동기생임’을 강조하고 나선 것도 어이없고 부적절해 보인다. 이어서 오 변호사는 주 의원에게 MBC TV를 통해 ‘맞장 토론’을 벌이자고 요청했다. ‘맞장 토론’을 벌이자는 대목에서 많은 사람들은 ‘적반하장’이란 네 글자를 떠올렸을 것이다.

그는 "강남에 괜찮은 아파트나 한 채 사서 35억짜리 하나 갖고 있었으면 이렇게 욕먹을 일이 아니었을 텐데 후회막심"이라고 했다. 오 변호사는 국민들의 이해를 얻기 위해 자기 부부의 솔직한 심정을 드러내는 수사 기법을 썼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강남에 35억짜리 아파트 한 채 갖고 있었을 걸 그랬다’는 대목이 국민의 눈높이와는 얼마나 동떨어진 생각인지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바로 얼마 전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이 25억짜리 상가 투자가 문제가 되어 물러났다는 것을 남의 얘기로만 하는 모양이다.

오충진 변호사는 이어서 "부동산 투자는 불로소득이고, 주식투자는 윤리적인 투자"라고 했다. 이것도 매우 왜곡된 투자 인식이다. 금융기관에 가서 ‘부동산 펀드’를 사면 불로소득이고, ‘주식 펀드’를 사면 윤리적인 행동인가. 집을 살 때 앞으로 집값이 오를지 여부를 생각했던 모든 국민들을 향해 불로소득을 노린 사람들이라고 욕설을 퍼부은 꼴이다. 그래놓고 자신은 결국 주식을 모두 팔았다고 한다. 이 사람들은 참 편리하다. 주식을 모두 팔았으니 그동안 ‘내부자 정보를 불법 취득한 의혹’은 이제 문제될 게 없다는 것이다. 헌법재판관이 되면 주식은 어차피 백지신탁을 해야 했다. 그런데도 팔았다면서 생색을 내고 있다. 코미디 같다.

청와대는 이미선 후보자의 주식 문제를 알고 있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여기서 우리는 아주 중요한 질문 하나를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조국 민정수석은 왜 이런 사람의 인사 검증 결과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것일까. 지난번 장관 후보자 7명을 지명할 때도 그렇지만 조국 민정수석은 이 일이 정권에게 얼마나 큰 부담을 지우는 일이라는 것을 정말 모르고 있는 것일까. 민주당은 조 수석을 내년 총선에서 부산 지역구에 영입하려고 하고 있다. 조 수석도 이제는 몸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런데 왜 인사 검증에서 자꾸 허점이 드러나고 있는 것일까. 우리는 합리적인 의심을 하게 된다. 다시 말해, 문 대통령이 한번 낙점한 인사에 대해 조국 민정수석은 아무런 반론을 제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다. 오히려 깊은 한숨을 쉬고 있는 사람은 조국 수석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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