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반장] ‘진주 비봉산 자연인’ 10년간 라면 상습절도…"하루 한끼 배 고파서"

김우영 기자
입력 2019.04.15 15:55
경남 진주 비봉산에서 10년 동안 움막을 짓고 살던 50대 ‘자연인’(自然人)이 인근 사찰과 농막(農幕) 등에서 음식물과 생필품을 상습적으로 훔치다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원양어선을 타다 산으로 들어왔다는 그는 경찰에서 "하루에 한 끼만 먹어 배가 고팠다"고 진술했다.

경남 진주경찰서는 상습절도 혐의로 김모(57)씨를 구속했다고 1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2009년 9월부터 지난 7일까지 10년 가까이 진주시 비봉산 인근에 살면서 121차례에 걸쳐 농막과 사찰 등에 침입해 음식물과 생필품 등 150여만원어치를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상습절도 혐의로 구속된 김모(57·빨간 원)가 지난 2월 경남 진주시 비봉산 인근 한 사찰에서 물건을 훔치고 있다. /경남지방경찰청 제공
김씨는 경찰에서 "배가 고파서 훔쳤다"고 범행을 시인했다. 김씨는 원양어선을 타다 10년 전부터 비봉산에 들어가 움막을 짓고 생활해 왔다고 진술했다. 연이은 사기와 폭행으로 대인기피증이 생겨 산속으로 들어왔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대인기피증을 앓고 있던 김씨가 사람과 접촉을 최대한 피해 민가 대신 논밭 인근에 임시로 지어놓은 농막만 범행 대상으로 삼아 10년간 주민의 신고를 피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10년 동안 돈은 단 한 번도 훔치지 않았다고 한다. 대신 라면과 술 등 음식물과 휴지, 옷가지 등 생필품만 훔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때문에 피해 주민들도 그동안 잃어버린 물건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검거 당시 김씨는 키는 170㎝에 가까웠지만 몸무게는 56㎏에 불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건강에 큰 이상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하루 한 끼만 먹어온 탓에 매우 초췌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김씨에 대한 수사는 지난해 3월 최초 절도 피해 신고가 접수되면서 시작됐다. 진주서는 경남지방경찰청 과학수사팀과 함께 수사에 나섰다. 폐쇄회로(CC)TV를 통해 범인의 인상착의는 파악했지만 야간에만 움직인 탓에 범인을 특정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었다. 더구나 김씨의 주민등록은 이미 10년 전 말소된 상태여서 신원 확인조차 불가능했다. 결국 경찰은 지난해 10월 인상 착의만으로 김씨를 전국에 지명 수배했다.

막혔던 수사에 물꼬를 튼 것은 올해 초 김씨가 또다시 농막에 침입하면서부터다. 당시 범행 현장에 설치된 CCTV에 김씨의 모습과 이동 경로가 포착됐다. 김씨의 동선(動線)과 출몰 시간대를 파악한 경찰은 야산 출입로 등에 잠복해 김씨를 기다렸다. 하지만 길고 지루한 잠복수사는 한 달이나 이어졌다고 한다.
그러다 결국 지난 7일 밤 어둠 속에서 김씨가 모습을 드러냈다. CCTV에 잡힌 모습 그대로였다. 경찰은 농막에 들어선 김씨의 뒤를 따라 들어간 뒤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경찰은 김씨를 상대로 다른 범행 여부를 수사 중이다.


베르나르 뷔페

오늘의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