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콕 집어 5G 경쟁서 승리하겠다는 트럼프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입력 2019.04.15 10:40
"미국은 연말까지 92개의 5G(세대) 상용 거점을 갖게 될 것이다. 바로 다음은 한국으로 48개에 이를 것이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2일(현지 시각) 5G 경쟁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선언하면서 한국을 의식한 발언을 했다. 백악관이 지난 12일 홈페이지에 올린 당일 기자회견 내용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모든 분야에서 거의 리더가 된 것처럼 5G에서도 리더가 되기를 원한다"며 미국과 한국의 5G 상용서비스 거점 수를 비교하며 속도를 더 낼 것이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5G 산업 경쟁에서 어느 나라도 미국을 이기도록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다.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한⋅미 비교숫자는 지난 2일 미국 이동통신산업협회(CITA)가 펴낸 ‘5G 글로벌 경쟁(The Global Race to 5G)’이라는 보고서에 나온 내용이다. CITA는 올해로 2년 째 발간한 ‘5G 글로벌 경쟁’ 보고서에서 미국의 5G 준비 순위를 중국과 같은 공동 1위에 올렸다. 작년 보고서에서 3위였던 미국은 2단계 올랐고, 2위였던 한국은 3위로 밀렸다.


이 보고서를 두고 김연학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 교수는 조선비즈에 "한국의 세계 최초 타이틀을 흠집내기 위해 내놓은 보고서"라며 "근거가 전혀 없고 미국의 경우에는 ‘주파수를 많이 할당했다’, ‘기지국 많이 깔았다’ 등의 내용 뿐이다. 자료 자체의 근거나 단위가 정확하지 않고 미국이 5G로 앞서나간다는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한 보고서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5G ‘세계 최초 상용화’ 타이틀은 지난 3일 국내 통신 3사가 개통에 성공하면서 한국이 가져갔다. 5G 상용화는 지난 5일로 예정돼 있었지만, 미국 업체가 상용화 일정을 앞당길 것이라는 소식에 정부와 통신사가 급하게 개통을 이틀 앞당겼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다른 어떤 나라도 미래의 영향력있는 산업에서 미국을 이기도록 허용하지 않겠다며 5G를 언급하면서 적시한 해외 국가는 한국이 유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중국을 의식한 발언도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전한 5G망이 21세기 미국의 번영과 국가안보에 절대적으로 핵심적인 연결고리가 될 것"이라며 "5G망은 반드시 안전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또 "5G망을 적들로부터 지켜야한다"고도 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가 14일 논평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5G 관련 발언은 냉전시기 미국과 소련의 우주 경쟁과 핵 경쟁을 연상시킨다"고 지적한 배경이다. 글로벌 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5G 전략은 많은 사람에게 미국이 얼마 전 화웨이(華爲)를 공개적으로 압박한 것과 연관된다는 생각을 불러일으켰다"면서 "한편으로 중국을 압박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자국의 5G망을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미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아지트 파이 위원장도 "미국의 혁신과 시민들을 보호하면서 새로운 디지털혁명의 수혜를 미국인들이 가장 먼저 받도록 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밝힌 5G전략은 정부 주도 투자보다는 규제완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 접근 방식은 민간부문이 주도하는 것이다. 정부가 직접 투자하고 주도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며 "그런 방식은 좋지도 않고, 빠르지도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년까지 미국이 세계 어떤 나라보다 많은 5G 주파수를 갖게 될 것"이라며 "3,4,5년이 걸리던 통신 인프라 설치 인허가 시한을 90일로 제한하고 지방정부가 부과하던 비이성적인 수수료에도 한도를 지울 것"이라고 밝혔다.

파이 위원장도 이날 밝힌 5G 패스트(FAST) 플랜을 통해 무선 주파수를 자유화하겠다며 오는 12월 10일 진행될 5G 주파수 경매가 미국 역사상 최대 주파수 경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피자 박스 크기의 인프라를 까는데도 200피트(61m) 높이의 통신 탑에 적용하는 과거 정권의 규제를 폐지하고, 광섬유 설치를 독려하기 위해서도 규제를 없애겠다고 했다. 농촌의 400만 가정과 소기업을 고속 광대역으로 연결시키기 위해 204억달러 규모의 농촌 디지털 기회 펀드를 조성하겠다는 계획도 소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4G망 보다 100배 빠른 5G가 일하고, 배우고, 소통하고, 여행하는 방식을 바꿀 것"이라며 "농장을 더 생산적으로, 제조업을 더욱 경쟁적으로, 미국인을 더욱 건강하게 만들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미국 이동통신 업계에서 5G에 275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을 하고 있고, 300만개의 일자리를 매우 빨리 창출하고, 미국 경제규모를 5000억달러 키울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고 소개했다.

트럼프 대통령 딸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도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 "미래산업에 대한 미국의 주도는 디지털 연결성에 기반한다"며 "5G가 미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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