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윈 '워라밸 vs 996' 논쟁에 연이어 뛰어든 이유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입력 2019.04.15 08:14 수정 2019.04.15 08:34
‘996을 다시 논함. 이성적 토론이 결론보다 중요.’

마윈(馬雲) 알리바바 회장은 일요일인 14일 오전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계정에 이 같은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진정한 996은 단순한 야근이 아니고 착취와 관계없다"며 "996과 997을 하는 그룹이 있었기에 중국이 40년만에 괄목한 성취를 이루고 (유인 우주선)선저우(神舟) 5호와 6호를 갖게됐다"고 주장했다. '996'은 매일 오전 9시부터 밤 9시까지 일주일에 6일씩, 997은 일주일 내내 그렇게 일하는 중국 IT 기업의 문화를 말한다.

마 회장은 지난 11일 직원들과 교류한 내용을 12일 웨이보에 "996 변호가 아니고 분투자(奮鬪者)에 대한 경의 표시" 제목의 글로 소개한 뒤 비판이 쏟아지자 이틀 만에 다시 글을 올렸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이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 계정에 지난 12일 996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면서 함께 올린 야근하는 알리페이 빌딩과 야전침대 사진들 /웨이보
마 회장이 996 논란에 대한 입장을 처음 표명한 12일 알리바바의 경쟁 전자상거래업체인 징둥(京東)의 창업자 류창둥(劉强東)회장도 중국판 카카오톡인 위챗 계정에 "995 또는 996을 영원히 강제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그럭 저럭 날을 보내는 사람은 내 형제가 아니다. 진짜 형제는 강호에서 필사적으로 싸우고 책임과 압력을 분담해 성공의 성과를 함께 나눈다"는 글을 올렸다.

마 회장은 996에 대한 자신의 관점에 욕하는 댓글이 달리고 ‘자본가의 이빨을 드러냈다’는 지적도 있었다면서도 "귀에 거슬리는 소리를 들어야 하고, 그런 얘기를 과감히 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며 ‘996 옹호론’을 굽히지 않았다.

하지만 "직원들이 선택할 수 있는 회사가 수십만곳에 이르기 때문에 직원을 996식으로 일하게 해 이익을 얻으려는 회사는 어리석고 성공할 수도 없다"며 기업인들에게도 메시지를 던졌다. 기업인의 이상(理想)을 직원들의 이상으로 만들려하지 말고, 직원들의 이상을 기업인의 이상으로 만들라는 주장이다.

중국에서 996 논란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2016년 중국의 지역 생활정보 서비스업체 58둥청(同城)이 야근비 없이 996을 실시한다고 구두 통지하자 직원들이 SNS에 불만을 제기하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올 3월 중순엔 징둥의 995(오전 9시 출근, 저녁 9시 퇴근, 주 5일 근무)제 시행 계획이 알려지면서 변칙적인 해고라는 불만이 터져 나오자 징둥은 강제 이행사항이 아니라고 하면서도 직원들은 모든 열정을 투입해야한다고 강조했었다.

중국에서 996 근무 시스템을 반대하는 운동을 펼치는 사이트로 지난 3월말 개통했다./996.ICU
급기야 지난 3월 27일 프로그래머들의 소스 코드 공유 플랫폼인 GitHub에 한 프로그래머가 ‘996 ICU’라는 웹페이지를 올리면서 삶과 일의 균형을 찾자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논란이 급속도로 확산됐다. 996 ICU는 996을 따라 일하다가는 병원 중환자실(ICU)에 간다는 의미다. 15일 현재 좋아요(별표)가 21만 6551건에 달했다.

"일과 사랑은 같다...좋아하는 일 하면 996도 길지 않다"

마 회장은 996이 옳은지 여부는 법률에 나와있다며 그게 (자기 주장의)핵심이 아니다고 말했다. 주당 5일(40시간) 근무하게 한 노동계약법은 물론 직원이나 가족 모두 강제적인 996제를 허용하지 않고 원하지도 않지만 그 보다 핵심은 우리 인생의 의의는 분투하는 방향이 어디에 있는지에 달려있다는 설명이다.

마 회장은 "좋아하는 일을 찾으면 996이라는 문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직장을 찾는 건 (결혼)상대를 찾는 것과 같다"는 마 회장은 "진짜 사랑하면 길다고 느끼지 않지만 부적합한 결혼은 하루가 1년 같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분투자를 모두 욕망이나 이익이나 부(富)를 쫓는 사람으로 보는 사람들은 스스로 좋아하는 일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피곤해서 사랑못한다는 말이 있지만 사랑하면 피곤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상에는 많은 996 심지어 007(자정에 출근, 자정에 퇴근, 일주일 근무)하는 사람도 있다"며 "기업가는 물론 대부분 성공하거나 (목표를)추구하는 예술가 과학가 운동선수 관리 정치가는 기본적으로 모두 996 이상"이라고 주장했다.

마 회장은 "그들이 일반인을 뛰어넘는 기력이 있어서가 아니고 자신이 선택한 사업을 매우 좋아하고 일반인을 뛰어넘는 분투와 노력이라는 댓가를 치렀기 때문에 일반인에게는 없는 ‘성공’을 얻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마 회장은 "모든 사람은 자신의 일하는 생활방식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며 "편하게 일하고 일반인을 뛰어넘는 노력을 하지 않는 게 비판받을 수 없지만 분투가 가져다주는 행복과 보상은 얻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떤 인생은 태어날때부터 돈이 있고, 공부를 잘하기도 하는 불공평이 있지만 모든 사람에게 하루 24시간이 주어지는 공평도 있다"며 "24시간을 어떻게 보내는 지가 어떤 인간이 될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알리바바의 짝퉁 문제를 공개비판할만큼 경쟁관계인 징둥의 류창둥 회장은 996 논란을 계기로 모처럼 마 회장과 한 목소리를 냈다. "행복은 하늘에서 떨어진게 아니라 분투를 통해 얻어진 것"이라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구호를 반복하면서 분투를 강조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작년 1월 방중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과 만난 징둥의 창업자 류창둥 회장/웨이보
창업초기 회사에서 4년간 잠을 자면서 24시간 서비스를 위해 2시간마다 자명종을 맞춰놓고 일어나 일했던 일화를 소개한 류 회장은 최근 4,5년 하위 도태제를 시행하지 않아 그럭 저럭 일하는 사람이 급증했고,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징둥은 희망이 없고 회사는 시장에서 도태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류 회장은 창업초기처럼 다시 목숨걸고 일할 수는 없지만 8116+8(아침 8시 출근, 밤 11시 퇴근, 주 6일 근무,일요일 8시간 근무)을 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결사적으로 일하는 쾌감을 누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상을 위해 함께 분투할 형제를 찾아 그들의 나날이 갈수록 좋아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역시 돼지와 사람은 튀면 먼저 죽는다고 하지만 마 회장이나 류 회장은 과감히 논쟁속으로 뛰어들었다. 욕 먹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마 회장은 주변에서 그런 화제에 뛰어들지 말라고 권고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는 하지만 "오늘날 사회에서 부족한 건 정확한 말이 아니나 진실된 말, 사람들을 생각하게 만드는 말"이라며 "젊은이를 마주하는 건 미래를 마주하는 것으로 미래를 맞이하면서 보고도 못본척 할 수는 없다"고 스스로 잔소리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12일에 올린 글에서도 "젊었을 때 996을 안 해보면 언제 하겠느냐. 평생 996을 해보지 않은 인생을 자랑스럽다고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고 "나는 지금껏 매일 12시간 이상을 일해왔지만 후회한 적이 없다"며 "996 문화가 오늘날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 같은 중국 기술기업들을 있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에서는 996 옹호론을 편 마윈 알리바바 회장이 2017년 방한때 한 인터뷰에서 다시 태어나면 가정을 택할 것이라고 발언한 대목을 SNS에 올리며 비판하는 글까지 나왔다. /웨이보
중국 네티즌들은 마 회장이 한국에서 인터뷰할 때 일만 하느라 가족과 시간을 보내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다시 태어나면 가정을 택할 것이라고 한 대목을 발췌해 비판하는 등 불만을 숨기지 않고 있다.

2017년 초 중국 지도서비스업체 가오더(高德)가 발표한 중국 주요도시 교통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화웨이 직원의 평균 퇴근시간은 저녁 9시 57분으로 가장 늦었다. 다음은 텐센트(9시 55분), 알리바바(9시 53분)로 나타났다. 화웨이와 텐센트 등이 있는 선전은 베이징 다음으로 야근 시간이 긴 도시에 꼽혔다.

미래탐험대

오늘의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