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좌의 게임'에 푹 빠진 美… 정계도 들썩

뉴욕=오윤희 특파원
입력 2019.04.15 03:00

시즌8 시작… 내용, 정치판 닮아
기업과 강연 시장에서도 화제

요즘 미국에서 곧 방송될 드라마 한 편을 두고 방송가뿐 아니라 정치권과 기업, 강연 시장에서도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국내에도 골수팬을 형성하고 있는 HBO의 '왕좌의 게임'이다. 14일(현지 시각)에 있을 마지막 시즌(시즌 8)의 첫 방송을 앞두고 뉴욕 록펠러센터 앞에는 드라마에 등장한 '철왕좌(Iron Throne)' 모형이 설치되는가 하면, 미 전역에선 방영 첫날 카페와 바 등에서 팬들이 모여 단체 관람을 하는 행사도 준비 중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왕좌의 게임이 방송된 지난 몇 년간 이 드라마를 시청하지 않은 사람들이 직장이나 학교에서 겪는 소외 현상을 전하면서, 왕좌의 게임 인기를 '문화 쓰나미' '광기(madness)'라고 표현했다.

미국 방송사 HBO의 인기 드라마 '왕좌의 게임(Game of Thrones)'의 주요 등장인물들(위 사진). 왼쪽부터 순서대로 티리온 라니스터, 샘웰 탈리, 존 스노, 대너리스 타르가르옌, 아리아 스타크, 서세이 라니스터. 이 중 티리온 라니스터와 서세이 라니스터는 각각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자신과 닮은 인물로 비유했다. 아래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이 드라마의 유명 대사'겨울이 오고 있다(Winter is Coming)'를 패러디한 '장벽이 오고 있다(The Wall is Coming)'라는 문구와 함께 자신의 얼굴을 넣어 트위터에 띄운 포스터. /HBO·트위터
사람들이 왜 이 드라마에 열광할까. 화려한 볼거리와 극적인 전개도 뛰어나지만 리더십과 관련해 시사하는 바가 많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컬럼비아대 비즈니스스쿨의 브루스 크레이번 부교수는 BBC에 "왕좌의 게임은 등장인물들이 어떻게 역경과 충돌을 받아들이고 그에 대한 회복력을 키워나가는지, 어떻게 장기적인 비전을 발전시켜나가는지를 훌륭하게 묘사하고 있다"며 "이 드라마는 리더십의 교과서"라고 말했다. 그는 드라마 속 여러 등장인물의 리더십에 대해 컬럼비아대에서 강의도 했다.

혼란스러운 현실 속 정치도 왕좌의 게임 인기를 견인한 요인으로 꼽힌다. '왕좌'를 차지하기 위해 각자의 방식으로 치열하게 투쟁을 벌이는 모습이 어지러운 요즘 정치판과 오버랩된다는 것이다. 지난 11일 뉴욕에서 열린 강연회에 참석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현실의 정치 세계가 정치 드라마 '빕(veep· 부통령)'과 '웨스트 윙' 중에서 어디에 가까운가"라는 질문을 받고, "내 경험상으론 '왕좌의 게임'에 가장 가깝다"고 답했다. 클린턴은 2016년 대선 패배 후 당시의 경험담에 대해 쓴 저서 '무슨 일이 있었나'에서 자신을 왕좌의 게임 속 등장인물 '서세이 라니스터'에 비교하기도 했다. 권력욕의 화신으로 그려지는 여왕 서세이 라니스터는 극단적 종교 지지자들에 의해 벌거벗고 도시를 걷는 형벌을 받았다. 군중은 그녀에게 "유죄다! 창피한 줄 알라!"고 소리를 지르는데, 클린턴은 책에서 자신이 트럼프 지지자들로부터 이와 비슷한 대우를 받았다고 언급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자신을 왕좌의 게임 속 등장인물에 빗댄 적이 있다. 오바마는 2015년 재임 당시 남성 잡지 GQ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등장인물 가운데 누구와 가장 닮았다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난쟁이라는 이유로 가문에서 줄곧 배척당하지만 탁월한 화술과 협상력을 가진 현실주의자 '티리온 라니스터'를 꼽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역시 왕좌의 게임을 정치적 메시지 전달에 즐겨 활용했다. 드라마 속 가장 유명한 대사인 '겨울이 오고 있다(Winter is coming)'를 패러디해 작년 11월 대(對)이란 제재 복원을 앞두고 자신의 사진에 "제재가 오고 있다(Sanctions Are Coming)"는 문구를 집어넣은 게시물을 트위터에 올렸고, 올 1월에는 정면을 노려보는 자기 얼굴 아래 '장벽이 오고 있다(The Wall is Coming)'라는 문구와 국경 장벽이 그려진 포스터 모양의 게시물을 트위터에 띄웠다.


조선일보 A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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