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기야… 설치미술로 등장한 미세먼지

정상혁 기자 김수경 기자
입력 2019.04.15 03:00

미세먼지에 대한 경고 담은 전시… 숨 막히는 상황 표현한 노래까지
미세먼지의 문화적 해석 잇따라

"내가 워낙 기관지가 안 좋기도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미세 먼지' 모르는 사람 있나?" 설치미술가 최정화(58)씨는 그래서 '미세 먼지 기념비'를 제작했고, 경기도 수원에 있는 아트스페이스 광교 개관전에 처음 이 작품을 공개했다. 폐기물로 거대한 탑을 쌓아올리는 작업으로 유명한 최씨는 우레탄 덩어리를 3m 높이로 쌓은 뒤 형광 페인트를 발랐다. 작품 앞에 선 최씨는 "모든 화공약품은 인간이 만든 것이고 형광은 위험을 경고하는 색"이라며 "미세 먼지라는 가장 강력한 먼지를 성찰하자는 의미"라고 말했다.

설치미술가 최정화씨가 만든 '미세 먼지 기념비'. /수원시미술관사업소
미세 먼지가 사회 재난화되면서 문화적으로 적극 해석하려는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새 앨범을 발표한 가수 스텔라 장(28)은 타이틀곡을 '미세 먼지'로 뽑았다. '하늘색은 옅은 파란색이라 다시 이름 짓는 게 좋겠어… 돈 내고 숨 쉬게 될 것만 같아 이젠.' 스텔라 장은 "남녀 관계나 가벼운 풍자로 풀어내려 해봤으나 잘 안돼 정면 돌파식으로 만들었고 결국 울적한 발라드가 됐다"고 했다. 미세 먼지 심한 날 야외 라이브 공연 영상도 찍었다. 하지만 가수의 목 상태가 심각히 우려돼 소속사 측은 촬영을 급히 마무리했다.

'미세 먼지' 동요도 나왔다. 율동동요 시리즈 '꼬모팝'이 지난 5일 발표한 '미세 먼지' 등이다. 전 세대적 소재가 된 미세 먼지는 장르도 국경처럼 넘나든다. 작곡가 남상봉(40)씨는 나무 빨래판이나 양철 냄비 같은 비정형 악기로 소음을 일으키는 공연 '미세입자::진동'을 지난해 서울 문래예술공장에서 열었다. "소음이 당연한 삶의 일부가 됐듯 결국 미세 먼지도 그렇게 돼버리는 것 아닌가 싶었다." 남씨는 향후 야외 공연도 고려 중이다.

미세 먼지가 예기치 못한 해프닝을 야기하기도 한다. 지난달 종영한 tvN 드라마 '왕이 된 남자' 마지막 장면은 미세 먼지 자욱한 날 촬영됐다. 남녀 주인공이 오랜만에 재회하는 해피엔딩이었으나 뿌연 화면 탓에 '저승에서의 만남을 암시한 것 아니냐'며 새드엔딩으로 받아들이는 시청자가 속출했다. 이에 여주인공 이세영(26)은 종영 후 언론 인터뷰에서 "미세 먼지 탓이며 분명 해피엔딩"이라 해명했다.


조선일보 A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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