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에서] 다가오는 'L자형' 경기 침체

방현철 경제부 차장
입력 2019.04.15 03:11
방현철 경제부 차장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한국의 경기선행지수가 22개월의 하락세를 마감하고 2월에 반등했다고 밝혔다. 경기선행지수는 6~9개월 후 경기를 가늠하게 해주는 경제지표다. 한 달 지표로 경기 방향을 알 길은 없다. 기획재정부는 '그린북(4월호)'에서 "우리 경제의 하방 리스크가 확대되는 경향"이라며 한 달 전의 "긍정적 모멘텀이 있다"는 판단을 거둬들이기도 했다. 다만 2017년 중반 이후 내리막이던 경기가 올해 안엔 바닥에 도달할 가능성이 생겼다는 데 희망을 찾고 싶다.

그런데 경기 하강이 멈춘다고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경기가 'L자형'으로 바닥을 길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연초 낸 경제 전망을 다시 꺼내 보니 그런 의심이 들었다. 2017년 우리 경제는 3.1% 성장했고, 작년 2.7%로 성장 속도가 떨어졌다. 그런데 한은은 올해도, 내년도 2.6% 성장한다고 전망했다. 성장률이 떨어져 게걸음을 하는 'L자' 흐름을 보인다는 것이다. OECD도 지난달 한국의 올해와 내년 성장 전망을 각각 2.8%, 2.9%에서 모두 2.6%로 낮췄다. 'U자형' 회복을 예측하다 'L자형'으로 간다고 바꾼 것이다.

'L자형' 경제에 대한 두려움은 중국에서도 나온다. 지난 2016년 5월 중국 관영 인민일보는 1면과 2면에 이례적으로 '권위인사(權威人士)'란 인물의 인터뷰를 실었다. 권위인사는 주로 중국 지도부가 쓰는 가명이다. 권위인사는 중국 경제가 'V자형'은 물론 'U자형'으로 회복되는 건 불가능하고, 'L자형' 전개가 예상된다고 했다. 또 'L자형' 전개는 1~2년에 끝나지 않고 몇년간 지속될 것이라 했다. 실제 이후 중국은 과거 9~10%대 성장에 복귀하지 못하고 6%대 후반에서 횡보하고 있다. 권위인사는 구조 개혁으로 새로운 성장 계기를 만들라고 했다. 중국은 당시엔 예기치 못했던 미·중 무역 전쟁까지 겹치자 올해 감세와 돈 풀기를 섞는 부양책을 꺼냈다. 최근 만난 글로벌 투자은행의 분석가는 중국이 올해 대대적인 부동산 규제 완화까지 준비한다고 귀띔해 줬다.

경제가 'L자형' 행보를 하면 어떻게 되는지 1990년대 이후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보여줬다. 내일 더 나아질 희망이 없으니 당장 소비를 줄이고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저성장 늪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중국도 경제의 'L자형' 행보에 신경이 곤두선 것이다.

정부는 경기가 바닥을 칠 때 경기 반전을 위해 뭐든 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야 한다. 연례행사가 된 추가경정예산을 검토할 게 아니라 '내년엔 최저임금을 동결한다'란 정도의 태도 변화를 보여줘야 한다. 한은도 과감히 금리를 내려야 한다. 'L자형' 침체만은 막겠다는 의지를 뚜렷하게 보여줘야 한다.


조선일보 A3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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