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김정은, 제재해제 집착한 건 北의 약점 노출한 실수"

유병훈 기자
입력 2019.04.14 20:31 수정 2019.04.14 22:52
"장기전에 뻗치기 위해 군수공업 비중 축소...대북제재 북 경제 구석구석 파고들어"
"김정은, 北 통제의 한계점 느끼는 듯"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회의에 참석했다. 조선중앙TV는 13일 오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시정연설 발표 영상을 방영했다. /연합뉴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는 14일 북한의 제14기 최고인민회의에서 김정은이 제재 해제를 위해 대미 협상에 집착한 데 대한 전략적 실수를 간접적으로 인정했다고 지적했다. 또 김정은이 대북제재에 맞선 ‘장기전’을 언급했지만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북한 경제 구석구석에 파고들어 군수공업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까지 왔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이번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전체적으로 "김정은이 현실 인정 방향으로 많이 돌아서고 있으며 북한 통제의 한계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했다.

김정은은 지난 12일 최고인민회의 2일차 회의에서 한 시정연설에서 "지금 이 자리에서 생각해보면 그 제재 해제문제 때문에 목이 말라 미국과의 수뇌회담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언급했다. 태 전 공사는 이 언급에 대해 이날 블로그 글에서 "김정은이 북한의 약점을 노출한 전략적 실수도 간접적으로 인정했다"며 "이제는 일반 주민들도 흐름을 다 알게 되어 앞으로 미국이나 한국이 북한의 요구에 맞게 변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내용이 사전에 인지돼야 김정은도 정상회담에 나올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그런 차원에서 김정은이 북한 경제에서 군수공업의 비중을 낮춰 장기전에 대비할 것으로 태 전 공사는 내다봤다. 태 전 공사는 "김일성, 김정일 때에는 북한 경제 형편이 아무리 어려워도 경제·국방 병진노선을 내세우면서 군수공업이 민생경제보다 항상 우위에 있었고, 김정은 대(代)에는 핵·경제 병진노선을 내세우면서 몇 년동안 자금을 퍼부어 질주했다"며 "그러나 이제는 이런 경제구조로 장기전에 뻗칠 수 없게 되었다"고 했다. 군수공업이 밀집된 자강도당위원장인 김재룡을 내각총리에 임명하고 군수공업을 주관하던 이만건이 당 부위원장으로 옮겨 앉는 등 지난 수십년 동안 군수공업에 종사했던 많은 사람들이 민수공업 쪽으로 돌아 앉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북한이 역사상 처음으로 군수공업을 줄이는 조치를 취해 나간다는 것 자체가 현 대북제재가 북한경제의 구석구석을 파고 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태 전 공사는 분석했다. 또 대북 제재에 몰린 김정은이 앞으로 ‘제재 장기전에 자력갱생으로 뻗칠수 있는 대안’으로 국방공업에 대한 투자를 대폭 줄이는 구조개편을 단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까지 왔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태 전 공사는 "총제적으로 이번 한주 동안 북한의 동향과 김정은의 시정연설 내용을 보면, 북한이 현실 인정 방향으로 많이 돌아서고 있으며 김정은도 북한 통제의 한계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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