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주말] 2030세대도 사로잡은 판소리 뮤지컬… 스케일 크고 화려해 외

양승주 기자 황지윤 기자 권승준 기자 김경은 기자 정상혁 기자
입력 2019.04.13 03:00

[saturday's pick]

뮤지컬 | 적벽

이토록 깔끔하고 담백한 ‘적벽가’라니. 서울 정동극장에서 공연 중인 판소리 뮤지컬 ‘적벽’은 중국 삼국시대 영웅들의 일대기를 다룬 판소리 ‘적벽가’를 현대 관객의 눈높이에 맞춰 신선하게 되살려낸 작품이다. ‘정동극장’ ‘판소리’라는 단어만 듣고 외국인 관광객 혹은 어르신들이나 보는 공연이라고 생각하면 오산. 2017년 초연 때부터 뮤지컬 좋아하는 2030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이들이 배우들을 위한 ‘커피차’까지 보냈던 이력이 있다.

위한오 삼국이 분립하고 왕좌를 차지하기 위한 쟁탈전이 곳곳에서 난무하는 시대. 유비·관우·장비의 도원결의, 제갈공명의 마음을 얻기 위한 삼고초려, 조조에게 승기를 거두는 적벽대전이 긴박하게 펼쳐지는 적벽가는 판소리 다섯마당 중에서도 스케일이 가장 크고 화려하다.

‘적벽’은 의리와 관용, 진정한 승리의 의미 등 적벽가의 주제 의식은 충분히 살리면서도 간결한 연출로 무게감은 한껏 덜어낸다. 각 장의 제목에 따라 핵심적인 부분만 추려낸 덕에 소싯적에 삼국지 한 페이지 넘겨보지 않은 관객이라 하더라도 내용을 따라가는 데 어려움이 없다. 소품을 최소화한 미니멀한 무대, 전통과 현대를 절묘하게 오가는 넘버와 화려한 군무도 현대 관객들의 입맛에 잘 맞는다.

극의 마지막, 유비군에게 패한 조조가 ‘목숨만은 살려달라’고 구걸하자 관우는 모두가 만류하는 상황에서도 결국 그를 놓아준다. 관우는 그 책임을 자신의 죽음으로 갚으려 하고, 유비와 장비는 ‘우리는 한날한시에 죽기로 결심한 사이니 함께 죽겠다’고 외친다. 뻔하디뻔하지만, 사람 사이의 믿음과 의리가 갈수록 옅어지는 시대에 이 상투적인 결말이 주는 여운이 꽤 짙다. 따뜻한 봄 밤, 부모님 혹은 친구나 연인과도 부담없이 즐기기 좋은 공연. 5월 12일까지.

영화 | 바이스

‘바이스’(감독 아담 맥케이)는 조지 W 부시가 대통령이던 시절 미국 정치를 쥐락펴락한 백악관 실세 딕 체니에 관한 블랙코미디 영화다. 커튼 뒤에서 세계를 움직인 정치인의 삶을 엿볼 수 있다.

최연소 백악관 수석, 대기업 CEO, 국방부 장관 등 요직을 거친 이 남자. 너무도 손쉽게 워싱턴을 휘어잡는다. 부통령의 권한을 야금야금 늘리고, 이라크 침공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공을 들이는 모습에 감탄과 실소가 동시에 터져 나온다. NBC 코미디쇼 ‘SNL’ 작가 출신 감독다운 위트 있는 연출 덕이다. 변신의 달인 크리스천 베일이 체니 역을 맡았다. 머리를 밀고 몸무게를 20㎏가량 늘려 완벽한 연기를 선보인다. CGV 독점 개봉.

넷플릭스 | 울트라맨

1년 뒤에 나온 속편엔 돌을 던져도 10년 뒤에 나오는 속편엔 박수를 보내는 게 팬의 심리다. 일본의 전설적인 수퍼 히어로 시리즈 ‘울트라맨’의 속편이 애니메이션으로 돌아왔다. 쇼와(昭和) 시대의 조악한 촬영 기술 때문에 유치한 맛이 느껴졌던 원작과 달리 속편은 레이와(令和) 시대를 앞두고 3D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면서 볼거리가 풍성해졌다. 하야타 신의 아들 신타로가 초능력을 물려받아 외계 괴수와 다시 싸운다. ‘과학특수대’라는 이름의 지구 방위 조직, 어딘지 모르게 정이 가는 외모의 괴수, 무엇보다 싸우는 내내 괴수에게 밀리다가도 끝날 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양손을 십자(十字)로 교차해 쏘는 빔 한 방으로 역전하는 울트라맨도 원작 향취 그대로다.

클래식 | 2019 교향악축제

해마다 4월이면 전국 대표 오케스트라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교향악축제가 올해도 막을 올렸다. 지난 2일부터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펼치는 ‘한화와 함께하는 2019 교향악축제’가 바로 그 무대다. 벚꽃 만개한 이번 주말 축제를 빛낼 주인공은 광주시향(13일 오후 5시)과 울산시향(14일 오후 5시). 재일(在日) 지휘자 김홍재가 이끄는 광주시향은 무소륵스키의 ‘민둥산의 하룻밤’과 ‘전람회의 그림’,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협연 유영욱)으로 토요일을 달군다. 러시아 지휘자 니콜라이 알렉세예프가 예술감독인 울산시향의 리스트는 구노 오페라 ‘파우스트’ 중에서 발레 모음곡과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협연 박종해) 등이다.

전시 | I draw: 그리는 것보다 멋진 건 없어

“흰 종이를 보면, 꼭 그려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내게 드로잉은 모든 것의 시작이다.”

미국 화가 엘즈워스 켈리는 이렇게 말했다는데, 얼핏 당연해 보이나 가장 기본이 되는 미술의 출발 지점을 조명한다는 점에서, 9월 1일까지 서울 한남동 디뮤지엄에서 열리는 전시 ‘I draw: 그리는 것보다 멋진 건 없어’는 의미가 있다.

피에르 르탕·오아물 루 등 전 세계 작가 16인의 드로잉과 애니메이션·설치작을 조망하는 자리로, 명품 브랜드 구찌(Gucci)의 뮤즈가 된 언스킬드 워커, 40여년간 메탈 로봇 일러스트로 기계적 판타지를 표현해 온 하지메 소라야마 등이 선보이는 개성과 ‘그리는 것’의 가치를 조명한다.


조선일보 B2면
베르나르 뷔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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