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돌아온 여자 햄릿···'함익'

뉴시스
입력 2019.04.13 00:54
연극 '함익'
30대의 재벌 2세이자 연극과 대학교수인 '함익'은 코너로 몰리고 있다. 내면이 고독과 아픔으로 점철돼 간다. 어머니에 대한 복수와 젊은 제자 ‘연우’에 대한 욕망이 뜨겁게 똬리를 틀고 있지만 우유부단하기만 하다.

서울시극단의 창작극 '함익'이 3년 만인 12일 세종문화회관 M시어터에서 개막했다. 2016년 당시 셰익스피어 '햄릿'의 훌륭하면서도 세련된 변형이라는 호평을 들은 연극이다.

셰익스피어 타계 400주기를 맞은 당시 '햄릿'을 새로운 시선으로 재창작했다. 김은성 극작가의 세련된 대본과 김광보 예술감독의 미니멀리즘 연출로 주목 받았다. 특히 '햄릿'을 '현대 한국판 여자 햄릿'인 함익으로 새롭게 탄생시켰다.

함익은 아버지와 계모가 어머니를 자살로 몰고 갔다고 믿으며 복수를 꿈꾼다. 부유한 환경에 완벽한 삶을 누리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상은 고독하고 우유부단하며 인간미를 잃어버렸다. 그녀는 거울 속에 사는 내면의 분신 '익'과 자아분열적 대화를 나눌 때에만 마음 속 욕망을 드러내며 자유로워진다. 그러던 어느 날 제자인 연우를 만나고, ‘햄릿’에 대해 냉철하면서도 새롭게 해석하는 그에게 흔들리기 시작한다.

재해석한 극이 아닌 창작극이다. '함익'은 ‘햄릿’에서 분명 모티브를 얻었지만 다른 극이다. 아버지가 삼촌에게 살해당한 원작이 젊은 새 어머니로 인해 어머니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치환된, 단순히 성별이 바뀜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이 커다란 줄기만 가져왔을 때 세세한 가지는 다른 모양새를 이루며 결국 전체 큰 그루의 나무는 다른 차원의 모습을 띤다. 특히 연우는 햄릿에게 '사느냐, 죽느냐'는 단순히 생사의 문제가 아니고 '어떻게 살아있는가, 어떻게 죽어있는가'라고 해석한다.

대학 때 우연히 들은 청강에서 '햄릿'을 접한 뒤 연극을 좋아하게 됐다는 김은성 작가는 프레스콜에서 "장르적인 냄새가 나는 희곡을 쓰고 싶었다. 오랫동안 묵혀둔 이야기가 연결이 됐다"면서 "연우의 상당량의 대사는 기존에 메모해둔 것들"이라고 말했다.

초연에 함익을 맡아 카리스마를 뽐냈던 최나라가 이번에도 함익이다. 연출을 맡은 김광보 서울시극단 단장은 "나라 배우가 나이를 먹었다고 하는데, 3년 동안 숙성이 돼 연기에 더 깊은 맛이 난다"고 봤다.

함익의 분신인 익 역은 역시 초연 배우인 이지연이 연기한다. 연우 역은 초연과 달라졌다. 뮤지컬과 연극을 오가는 오종혁과 조상웅이 더블캐스팅됐다. 28일까지.
네이버구독하기

오늘의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