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조선] 급물살 보수통합론, 각 당의 셈법은

최승현 기자
입력 2019.04.14 06:17
4·3 보궐선거와 바른미래당의 내홍을 계기로 보수통합론이 다시 확산되고 있다. 자유한국당에선 경남 창원 성산 선거에서 정의당 여영국 후보에 강기윤 후보가 504표 차로 아깝게 패하자 바른미래당이나 대한애국당 후보에게 갔던 표 일부만 왔어도 이길 수 있는 승부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4월 11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최고위원회의 / 뉴시스

바른미래당에선 선거법 개정안 패스트트랙 연대 동참 여부로 당이 양편로 갈려 첨예하게 대립하더니 창원 성산 선거에서 3%대 득표로 참패하면서 손학규 대표 거취를 두고 다시 내홍이 거듭돼 분당 직전의 상태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런 요인들이 정치권 곳곳에서 보수통합론을 급부상시키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유한국당은 4·3 보궐선거에 대해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공단 지역이 많아 진보 정당들이 우세를 보여왔던 경남 창원 성산 선거에서 개표 마지막까지 앞서가다가 아깝게 패한 것에 대해 아쉬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보수가 제대로 결집하기 시작한 신호”라는 내부 평가속에 고무돼있는 상태다.

"보수가 제대로 결집하기 시작한 신호"

당 지도부에서는 보수 통합에 대한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내보내기 시작했다. 황교안 대표는 지난 4월 10일 당 사무처 직원들과 오찬 간담회에서 “변화와 혁신, 그리고 통합의 큰길로 나아간다면 반드시 내년 총선에서 우리가 압승할 것”이라며 “국민의 신뢰가 눈에 띄게 회복돼 지지율이 30%를 넘었고, 지난 4·3 보궐선거는 우리 당이 그동안의 절망을 딛고 큰 희망을 찾은 아주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했다.
한국당 내부에선 바른미래당에 몸담고 있는 바른정당계 의원들과 대한애국당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자연스럽게 한 지붕 아래 뭉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당 한 지도부 의원은 “바른미래당의 경우 총선이 다가오면 결국 분열의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우리 당의 전반적인 판단”이라며 “워낙 지역 기반과 정체성이 다른 사람들이 한 정당에 모여 있기 때문인데 이 과정에서 바른정당계 의원들과 우리가 힘을 합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다만 바른미래당 내 바른정당계 의원들의 리더라고 할 수 있는 유승민 의원에 대해서는 당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한 수도권 의원은 “개혁보수의 상징이자 지난 대선에 출마했던 유력 정치인으로서 우리와 함께 갈 수 있는 길을 찾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한 비례대표 의원은 “한국당에 여전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과정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 골수 지지층들 사이에선 유승민 의원에 대한 반감이 상당하다”고 했다. 유승민 의원은 이런 관측들이 이어지자 곧바로 선을 그었다. 한 대학 강연에서 “제 눈에 한국당은 변화할 의지가 없어보이고 변한 것이 없다”며 “저를 포함한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이 한국당에 간다는 얘기를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덩치만 키우는 통합은 국민들에게 외면받을 것으로 본다”고도 했다. 그러나 바른미래당 내 한 바른정당계 의원은 “지금 한국당과 보수통합을 위한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되는 것은 없지만 향후 그런 방향으로 정치적 움직임이 형성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고 했다. 대한애국당은 4·3 보궐선거 전까지는 보수통합의 핵심 변수가 아니었다.
하지만 경남 창원 성산 선거에서 진순정 후보가 완주하면서 838표를 득표하자 상황이 달라졌다. 비록 0.89%에 불과한 득표율이었지만 한국당 강기윤 후보와 당선된 정의당 여영국 후보의 득표 차가 504표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승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셈이기 때문이다. 당내에서도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 4월 5일 한 인터넷 방송에 출연해 “이번 창원 성산 선거에서 대한애국당이 얻은 표가 저희에게 왔으면 이길 수 있었다”며 “우파는 통합해야지만 다음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했다. 비박계 수장이었던 김무성 의원은 지난 4월 9일 한 토론회에서 “(보수가분열되면) 선거에서 질 수밖에 없다”며 “이번 창원 성산구 선거에서 증명됐기 때문에 보수가 통합돼야 한다”고 했다.
위상 올라간 대한애국당
그러나 한국당 내부에서는 대한애국당과의 관계를 두고 고민이 많다. 강성 보수 성향의 대한애국당과 통합 과정에 나서는 것이 중도적 보수 성향 지지자들에게는 반감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내년 총선 승패를 결정짓는 수도권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게다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 부당하다고 거듭 주장하고 있는 대한애국당에서는 이른바 ‘탄핵 5적’을 정리하지 않으면 절대 통합 논의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이 주장하는 ‘탄핵 5적’은 홍준표 전 대표, 김무성·김성태·권성동 의원과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을 뜻한다.
대한애국당 박건희 대변인은 지난 4월 8일 논평을 통해 “4·3 보궐선거 이후에 보수대통합 문제가 거론되고 있는데 분명하게 말씀을 드리자면 탄핵을 주도했던 배신자들과는 같이할 수 없다는 것이 당의 입장”이라며 “탄핵을 주동했던 사람들과 박근혜 대통령을 헌신짝처럼 내쳐버린 홍준표 대표 등을 정리하지 않으면 대한애국당과의 통합은 없다”고 했다. 한국당 한 중진 의원은 “이런 정치적 상황이 계속될 경우, 내년 총선에서 대구·경북 지역은 안정적으로 승리하겠지만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선 이번 창원 성산 보궐선거처럼 대한애국당 후보가 가져가는 표 때문에 우리가 아깝게 패하는 지역구가 상당할 것”이라며 “어떤 방식으로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한 초선 의원은 “바람을 많이 타고 중도 성향 유권자가 많은 수도권과 충청 선거에선 한국당이 대한애국당과 손을 잡는 것이 마이너스로 작용할 수 있다”며 “우리 당은 일단 보수 지지층을 다져놓은 다음에는 중도 지지층을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해야 하는데 과연 대한애국당과 통합하는 것이 도움이 되겠냐”고 했다.
바른미래당부터 쪼개지나
정치권에선 보수 진영의 정계개편이 바른미래당에서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4·3 보궐선거 참패에 따른 손학규 대표 책임론으로 당이 극단적 내홍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하태경·권은희·이준석 최고위원은 지난 4월 8일 당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했다. 손 대표 사퇴를 요구했지만 손 대표가 거부한 것에 대한 항의표시였다. 손 대표가 주재한 이날 최고위원회의에는 권은희 정책위의장, 김수민 전국청년위원장도 개인 사정을 이유로 나오지 않았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굳은 표정으로 회의장을 지켰다. 손 대표는 당내 상황을 의식한 듯 “오늘 최고위원들이 많이 못 나오셨다”며 “다음 선거에 대해 불안하게 생각하는 것을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분명히 말하지만 다음 총선은 다를 것”이라고 했다.
손 대표는 자신의 사퇴를 요구하는 것에 대해서도 “지금 그만두면 누가 당대표를 하나. 선거에서 떨어졌다고 기다렸다는 듯이 ‘저놈 바꿔라’ 하는 것은 어림없는 소리”라고 했다. 그러나 바른정당계 하태경 최고위원은 “손 대표님은 버티면 길이 있다고 하나 그것은 바른미래당이 망하는 길”이라고 했다. 지상욱 의원은 “한 줌도 안 되는 기득권에 왜 연연해하는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바른미래당이 갈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상당하다. 바른정당계 의원들은 당을 떠나 보수통합에 나설수 있고, 국민의당계 호남 의원들은 민주평화당 의원들과 호남 세력 통합을 기치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아직 자강론을 주장하고 있는 손 대표는 국민의당계 호남 의원들과 함께 움직일 가능성이 거론된다. 바른미래당 한 비례대표 의원은 “내년 총선까지 당이 유지되기는 쉽지 않는 일각의 예상에 동의한다”며 “사실 함께하기 어려운 정치적 성향의 의원들이 너무 오랫동안 함께 해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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