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로] 청와대가 설명 책임 다하면 소문도 가라앉는다

정권현 논설위원
입력 2019.04.12 03:15

김 여사의 일본 茶道, 다혜씨의 일본 유학 산케이 보도에 청와대 침묵
국민이 진상 알 권리 있지 않은가

정권현 논설위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괴담'을 기사로 썼다가 지국장이 기소돼 재판을 받은 일본 산케이신문이 이번에는 문재인 대통령 가족 문제를 건드렸다. 이 신문의 구로다 가쓰히로(黑田勝弘) 특파원은 지난 30일 자 칼럼에서 "대통령 부인(김정숙 여사)은 부산에서 일본 전통 다도(茶道)의 맥을 잇는 우라센케(裏千家)의 다도 교실에 열심히 다녔다고 한다. 딸 다혜씨는 일본의 고쿠시칸(國士館) 대학에 유학했다. 이런 것을 보면 문 대통령의 가정은 의외로 친일적(?)인지도 모르겠다"고 전했다. 이어 "일반 국민과 마찬가지로 가족과 측근은 일본을 즐기고 있는데, 문 대통령 본인은 친일 규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를 '관제(官製) 민족주의'라고 비웃는 목소리도 자주 들린다"고 덧붙였다.

기사가 나간 지 열흘이 지나도록 청와대가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을 보면 '가짜 뉴스'는 아닌 것 같다. 구로다 기자는 지난달 부산에 취재 갔다가 현지에서 들었다고 했다. 그는 지난 2월 칼럼에선 다혜씨에 대해 '일본 유학 경험도 있는 국제파 같다'고 썼다가, 이번 칼럼에선 '고쿠시칸 대학'이라고 콕 찍었다. 도쿄에 있는 이 학교는 일본의 메이지유신 이래 대륙 침략의 향도 역할을 한 우익 단체 겐요샤(玄洋社) 계열의 인사들이 설립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반일(反日) 대통령'으로 알려진 문 대통령의 딸이 일본 대학에, 그것도 우익 세력이 설립한 대학에 유학했다면 일본에서도 당연히 화제가 된다.

문 대통령의 딸 다혜씨 가족의 해외 이주 등 석연치 않은 행적에 대한 논란이 석 달째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 가족이 임기 도중 돌연 해외로 이주했다는 것은 정말 이례적이다. 그 이유를 설명해달라는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의 요구에 청와대 반응은 여전히 날카롭고 신경질적이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의혹을 제기한 분들이 쑥스러울 것"이라면서도, 다혜씨 가족이 해외로 떠났는지 여부도 밝힐 수 없다고 한다. 이런 식의 대응은 억측만 부추길 뿐이다. 의혹은 쌓이고 소문은 소문을 낳는다.

구기동 빌라 건만 해도 그렇다. 다혜씨는 가족이 살던 구기동 빌라를 남편에게서 증여받아 매각한 뒤 태국으로 떠났다. 문 대통령 당선 이전부터 외국에서 살았다면 몰라도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다. 집을 팔고 떠날 것이라면 굳이 남편에게 증여받아 빌라를 팔아야 했는지 의문투성이다. 정상적 가정이라면 이런 방식으로 부동산을 처분하지 않는다. 곽 의원이 제기한 문제는 누구나 품을 수 있는 의문이다. 그것을 국민을 대신해 공개적으로 설명을 요구한 것이고, 청와대는 성실하게 설명하는 것이 도리다. 그런데도 "근거 없는 음해성 허위 사실 유포"라며 과도하게 반응한다. 그렇다면 왜 한국을 떠났는지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서슬 퍼렇던 5공 시절에도 야당 의원들은 전두환 대통령의 동생 경환씨와 형 기환씨의 월권을 문제 삼았다. 당시 권력은 그 나름대로 설명 책임을 다했고, 이미 드러난 일을 덮는다는 것은 엄두도 못 냈다. 비리가 드러났는데도 넘어가려는 권력을 우리 국민 정서는 한 번도 받아들인 적이 없다. 정당하게 제기한 의혹에 대해 안하무인 안면몰수식으로 깔아뭉개고, 집권 여당이 '대리 고발'에 나서는 해괴한 발상은 어디에서 나왔나. 이렇게 벌거벗은 권력의 모습은 처음 본다. 대통령의 가족 이야기가 산케이신문 같은 매체에서 혐한(嫌韓)·반한(反韓) 소재로 오르내리는 것도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청와대가 나서서 설명 책임을 다하면 소문은 가라앉는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조선일보 A35면
네이버구독하기

오늘의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