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합의로 확대된 어장, 도움 안돼" 내일 120여척 해상시위

인천=고석태 기자
입력 2019.04.09 03:00

서해5도 어장 '여의도 84배' 확장
어민들 "백령도서 왕복 6~7시간… 거리 너무 멀어 실효성 전혀 없어"

정부는 올해 초 남북 군사분야 합의 후속 조치로 서해 5도 어장을 확대하고 조업 시간을 연장하기로 했다. 좀 더 자유로운 조업이 가능해지면서 어획량이 늘어나 어민들이 반색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다. 그러나 서해 접경 어민들의 불만은 오히려 커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일부 어민은 오는 10일 해상 시위를 벌이겠다며 반발하고 있다.

8일 서해5도 어민연합회와 평화수역운동본부 등에 따르면 백령도와 대청도 등 어민들은 10일 소청도 남쪽에 새로 생긴 'D어장'까지 이동하면서 해상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어민들은 이날 백령도 용기포 신항에 모여 궐기대회를 열고 한반도기에 서해5도를 그려 넣은 '서해5도 한반도기'를 달고 어장 경계를 따라 이동하는 방식으로 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어민들이 이처럼 반발하는 것은 확대된 어장이 어민이 원하는 지역이 아니고, 거리까지 멀기 때문에 조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오히려 어장이 확대되면서 당국의 단속이 강화돼 이전보다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해 5도 전체 어장은 1614㎢ 규모였으나 이달부터 서울 여의도 면적의 84배에 달하는 245㎢가 늘어나 총 1859㎢까지 확장됐다. 연평 어장은 815㎢에서 905㎢로 늘어났고, 백령·대청·소청도 남쪽으로 D어장(154.6㎢)이 새로 생겼다.

서해5도 어업인연합회 장태헌 회장은 "이번 해상 시위에는 어선 120여 척이 참여하게 될 것"이라며 "정부가 새로 허용한 어장은 백령도에서 왕복 6~7시간이나 걸려 실효성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어민들은 또 "이번에 확장된 어장이 대부분 수심이 깊고 조류도 심해 어민들이 조업을 꺼리는 곳"이라며 "어민의 의견이 반영된 새로운 어장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서해5도 어장은 어선 200여 척이 꽃게와 새우, 까나리 등 연간 약 4000톤의 어획물을 잡는다. 평화수역운동본부 박태원 대표는 "이번 시위는 어민들이 원했던 지역이 아니라 다른 곳에 정부가 어장을 만들었기 때문"이라며 "해수부 관계자들이 어민들의 얘기를 직접 듣고 설명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해수부 관계자는 "이번에 문제가 된 D어장은 두 차례 민관 협의회를 거쳐 확정한 곳"이라며 "향후 남북 관계 진전 상황에 따라 어민들이 요구하는 지역에 대해 추가 어장 확장을 검토하겠다"고 해명했다.


조선일보 A12면
헬스조선 상례서비스

오늘의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