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주말] 쓰촨식 매운 맛 얼얼한 마라의 매력

이해림 푸드 칼럼니스트
입력 2019.04.06 03:00 수정 2019.04.09 15:23

[이해림의 더 맛있는 맛] (1) 마라 열풍

“중국 일초 수입량이 몇 해 사이 20~30%가량 증가했습니다. 대신 쥐똥고추는 일초 수입량이 증가한 만큼 줄어들었죠.” 연 45억원 이상 매출 규모로 고추를 대량 취급하는 경동시장 대광고추 안효충 대표의 이야기다. 쥐똥고추는 매운 닭발, 갈비찜, 족발 등이 유행하는 동안 수입량이 증가했던 동남아 고추다. 땀 뻘뻘 나는 그 매운 양념 맛의 비결이었다. 일초는 쥐똥고추보다는 덜 맵고, 청양고추보다는 두 배가량 매운 중국 고추 품종. 마라(麻辣) 요리에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매운맛의 취향이 대륙으로 옮겨 갔다.

색다른 매운맛, 마라(麻辣) 열풍

중국 쓰촨(四川)에서 온 마라 열풍은 이제 그 누구도 말릴 수 없다. 시작은 몇 해 전 화양동, 대림동, 구로동 등 새로 형성된 서울 속 ‘차이나타운’에서부터였다. 중국의 동북 지역 음식, 대표적으로 양꼬치 일색이던 중국 거리에 쓰촨 중식 전문점이 실시간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중국에서도 쓰촨 음식은 거국적 인기다. 중국인 거리와 대학가를 중심으로 한 폭발적인 흐름은 이제 평범한 거주 지역 골목까지 번져 왔다. 하이디라오, 마카오도우라오 같은 현지 훠궈 체인점이 한국에 진출했고, 훠궈 체인점에서 단체 모임을 갖는 중장년층 모습도 제법 자주 볼 수 있다. 쿵후(功夫)를 돌림자처럼 쓰는 여러 마라탕 체인점이 마치 김밥천국처럼 흔하게 동네 어귀까지 생겨나고 있다.

분식 체인점서부터 패밀리 레스토랑, 심지어 베트남 음식 체인점에 이르기까지 외식업계에선 가릴 것 없이 앞다투어 마라 메뉴를 도입하고 있다. 한국인의 솔 푸드, 치킨도 예외는 아니다. BBQ에서 마라 양념에 버무린 ‘마라핫치킨’을 판매 중이다. 또 다른 솔 푸드인 떡볶이 또한 마라 열풍을 피하지 못했다. 양념에 마라 향을 더한 마라떡볶이가 나왔다. 요사이 유튜버 사이에선 훠궈 재료인 콴펀(寬粉·납작한 중국 당면), 펀하오즈(粉耗子·가래떡 모양 당면)를 떡볶이에 넣어 먹는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도시인의 간편한 밥상 역할을 하는 편의점도 마라 일색. CU 편의점이 의욕적이다. 작년 출시한 CU 마라탕이 출시 3개월 만에 15만 개 팔렸다. 지난 3월 매출 신장률은 출시 초 대비 91.9%에 달했다. 그 기세를 이어 지난 3월 말에는 마라볶음면을 위시해 김밥, 삼각김밥, 도시락, 만두, 과자에 즉석 안주류까지 다양한 제품군의 마라 라인업을 대거 출시했다.

마라, 얼얼하고 매운맛의 신세계

그래서 대체 마라란 무엇인가. 마라는 중국의 4대 요리 중 하나인 쓰촨 중식의 핵심이다. 마늘, 후추, 생강, 화자오, 고추 등이 쓰촨 맛의 기본인데, 그중 화자오와 고추의 맛이 곧 마라다.

매운맛인 라(辣)는 우리도 무척 잘 알고 있는 것과 동일한 매운맛이다. 고추의 익숙한 매운맛이 라다. 마(麻)는 엄밀히 맛이라기보다는 물리적인 자극에 더 가깝다. 후추, 산초, 제피와 비슷하게 생긴 화자오(花椒)에서 비롯된다. 화자오는 레몬과 같은 종류의 새콤한 향과 맛을 갖고 있으면서 독특한 전기 자극을 전달하는 향신료다.

“화자오에 함유된 산쇼올은 독특한 작용을 합니다. 미세한 진동처럼 느껴지는 촉각 자극을 주죠. 덕분에 마라 요리를 먹으면 얼얼한 느낌이 입에 바로 옵니다.” 과학적으로 맛을 분석한 ‘맛의 원리’를 쓴 식품공학자 최낙언씨의 설명이다. 고추의 캅사이신은 뜨거운 온도로 느껴지는 매운맛을 내는 데 비해 화자오의 산쇼올은 마취주사를 맞은 듯 멍한 마비감을 준다.

훠궈∙마라탕∙마라샹궈∙촨촨… 이름만큼 낯설고도 별난 맛

한국에서 마라 요리 3대장으로 꼽을 만한 메뉴는 쓰촨식 훠궈, 마라탕, 그리고 마라샹궈다. 훠궈는 고추와 화자오가 듬뿍 들어간 기름진 홍탕, 버섯이나 사골, 채소로 흰 육수를 낸 백탕, 새콤달콤한 토마토탕 등 육수 두세 가지를 원앙냄비에 끓여 고기와 해산물, 채소 외에도 갖가지 두부, 당면 등 재료를 조금씩 담가 익혀 먹는다. 원하는 재료를 한 접시씩 주문하다 보면 1인당 3만~4만원 훌쩍 넘는 계산서를 받게 되는 고급 훠궈부터 1인당 1만원대 후반의 무한 리필 훠궈 뷔페까지 가격대 스펙트럼이 넓다.

마라탕은 훠궈의 홍탕과 거의 비슷한 국물 요리다. 훠궈는 식탁에서 끓여가며 먹고, 마라탕은 식당 주방에서 끓여낸다는 것이 가장 명확한 차이. 일품요리로 국수를 말아 마라탕면으로 내는 곳도 있고, 냉장 쇼케이스에 진열된 재료를 원하는 만큼 고르고 중량대로 값을 매기는 뷔페식 마라탕 전문점도 있다.

마라샹궈는 볶음 요리. 마라 양념에 갖가지 재료를 볶아낸 음식이다. 마라탕처럼 재료를 고를 수 있는 곳도 있고, 알아서 만들어주는 곳도 있다. 한 가지 더 꼽자면 마라롱샤도 있다. 롱샤라는 작은 가재를 마라 양념에 볶아낸 이 음식은 영화 ‘범죄도시’를 통해 세간에 요란하게 알려졌는데 발라먹기가 성가셔서인지 최근엔 인기가 시들었다.

손꼽을 만한 마라 요리 전문점은

서울 서촌의 마라샹궈는 “이게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게 맞느냐”는 반응 일색이던 2011년 일찍이 쓰촨 요리를 한국에서 선보인 마라 선구자다. 가격대는 다소 높은 편이지만, 마라 요리를 처음 경험할 때 맛의 기준으로 삼을 만하다. 중국에서 요리 유학을 마친 고영윤 오너 셰프 자매가 운영하고 있다. 양념을 손수 만드는 것은 물론, 고품질의 향신료를 사용해 맛과 향의 레벨이 한 수 위다. 훠궈가 본래 겨울엔 열을 내고 여름엔 열로 열을 다스리는 보양식 역할도 하는 음식이다 보니 다른 훠궈 전문점보다 한약재를 더 다양하게 넣기도 한다.

중국 전역을 강타 중인 실시간 유행도 곧바로 수입됐다. 촨촨(串串)이다. 촨촨샹(串串香)이나 마라촨(麻辣串)이라고도 부른다. 말하자면 훠궈의 간편한 변형. 꼬치에 꿴 재료를 탕에 담가 익혀 먹는다. 훠궈와 재료나 탕에서 큰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

지난해 8월 문을 연 건국대학교 앞 촨촨 전문점 얼땅쟈(二當家)는 옌볜 출신인 김성일씨 가족이 운영하고 있다. 원래는 동북 요리 전문점을 운영했지만 쓰촨성의 성도(省都)인 청두(成都)시의 친척을 방문해 촨촨을 맛본 후 곧바로 업종을 변경했다. 냉장고에 진열된 꼬치를 원하는 대로 가져오면 되는데, 현지와 같은 방식대로 꼬치 수로 가격을 계산한다. 탕 가격이 1만2000원으로 별도이고, 꼬치 하나당 가격은 300원이다. 아직 촨촨을 다루는 식당이 많지 않고, 꼬치 끝을 모아 컵을 꽂아두는 색다른 그림이 SNS에서 화제가 되어 젊은 층 중심으로 독보적인 인기다.

젊은 층에게 인기인 서울 광진구 얼땅쟈의 꼬치 훠궈. 한국서 일반적인 훠궈 재료들 외에도 중국에서 흔히 먹는 선지, 내장류 등 다양한 맛을 볼 수 있다./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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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마라샹궈의 훠궈. 한약재도 듬뿍 들어가 보양식이나 다름없다./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촨촨은 냉장고에 진열된 다양한 재료를 원하는 만큼 고르는 방식. 중국에선 꼬치 수를 세거나 무게를 달아 값을 셈한다./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대중적인 훠궈 전문점 하이디라오 명동점 전경. 중국 안팎에 380개 이상 지점을 둔 대형 체인점이다./하이디라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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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샹궈의 협조를 얻어 낯선 훠궈 재료들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배열했다. 마라탕과 마라샹궈에도 공통적으로 사용되는 재료들이다. 위 왼쪽부터 순서대로 등홍고추와 초고추, 초과와 감초와 팔각, 고강량과 백지, 월계수잎과 산약, 계피, 청 화자오와 홍 화자오, 생 화자오, 즈란. 둘째 줄은 훠궈에 들어가는 단백질 재료들. 왼쪽부터 차례대로 양고기, 소시지, 새우완자, 만두, 피두부, 푸주腐竹, 얼린 두부. 현지에서는 선지나 내장류뿐 아니라 뇌, 혀, 발 등 더 다양한 단백질 재료를 먹는다. 아래는 채소류와 탄수화물 재료. 왼쪽부터 청경채, 감자와 연근, 배추와 단호박, 콴펀, 펀하오즈, 목이버섯, 표고버섯과 느타리 버섯. / 사진=이신영·김종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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