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차선 바꿀 땐 車 깜빡이 꼭 켜세요" 아직도 이런 캠페인 해야하는 한국

이동휘 사회부 기자
입력 2019.04.02 03:01
이동휘 사회부 기자
경찰청이 '깜빡이 켜기 운동'을 1일 시작했다. 전단·포스터를 배포하고 주요 도로에 야광 현수막 1000개를 설치한다. 경찰 예산 1억원을 쓴다고 한다. 경찰뿐만 아니라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안전공단 등 관계 기관도 참여한다. 이 정도면 범국민 운동 수준이다.

잊기 쉽지만 차선을 바꾸거나 좌·우회전을 할 때 방향지시등을 안 켜면 위법이다. 적발되면 범칙금 3만원을 내야 한다. 좌·우회전을 하려는 운전자는 일반도로에서는 방향 전환 30m 전, 고속도로는 100m 전에 방향지시등을 켜야 한다. 경찰은 2013년에도 방향지시등 켜기 캠페인을 한 적이 있다. "방향지시등을 켜면 사고 위험도 줄어든다"고 했다.

하지만 도로 위 현실은 예전 그대로다. 지난해 3월 도로교통공단이 달리는 차량 1750대를 조사해보니 44%가 진로 변경 때 방향지시등을 안 켰다. 2016~ 2018년 3년간 경찰과 국민권익위원회에 91만건의 교통 공익 신고가 접수됐다. 이 중 17%인 16만건 가까이가 '상대 차량이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았다'는 신고였다.

임재경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은 "후진적인 교통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직장인 김모(35)씨는 "차선을 바꿀 때 깜빡이를 켜면 옆 차가 양보를 해주기는커녕 오히려 급가속한다"며 "눈치를 보고 기다리다 깜빡이를 안 켜고 차선을 바꾸는 게 낫다"고 했다. 직장인 박모(39)씨는 "원칙을 지키면 바보 되는 게 한국 도로"라고 했다. "깜빡이 켜기, 분기점에서 새치기 안 하기, 회전 교차로에서 양보하기가 대표적"이라는 것이다. 이를 두고 "약탈적 교통 문화"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한 교통 전문가는 몇 년 전 주한 독일 대사관 직원을 만나 "독일 교통 문화가 배울 게 많아 관심 있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독일인 외교관은 "방향지시등은 기본인데 한국에서는 왜 다들 안 켜나"고 정색하고 되물었다고 한다. 기본부터 지키라는 뜻이다. 1인당 소득 3만달러가 넘는 국가에서 대대적으로 방향지시등 켜기 캠페인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조선일보 A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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